부산 온천천시민공원에는 분명히 공중화장실은 있다. ⓒ김경식

작년 봄 꽃놀이가 시작될 즈음, 필자는 부산 온천천 시민공원에 장애인화장실 설치 문제를 에이블뉴스 칼럼을 통해 제기한 바 있다.

이후 1년 반이 지났다. 부산 온천천 시민공원 장애인화장실 설치는 어떻게 되었을까?

혹시나 하는 기대는 역시나 하는 실망으로 바뀌고 만다. 사실 부산 온천천 시민공원의 장애인화장실 설치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햇수로 3년이 넘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지역의 동래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설립되면서부터 온천천 시민공원 장애인화장실 부재 문제는 본격화되었다.

온천천 시민공원 장애인화장실 부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날씨 등 제반 여건이 허락하는 한 매주 토요일, 온천천 시민공원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장애인화장실 부재의 현실을 알리고 그 필요성에 대해서 캠페인을 실시하여 왔다.

다른 한편으로는 해당 지자체인 부산 동래구청에 온천천 시민공원에 장애인화장실 부재와 그 설치 필요성에 대해 여러 차례 민원제기도 제기하여 왔다.

해당 지역의 장애인 자립생활센터에서는 매주 토요일 온천천 시민공원에 장애인화장실의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김경식

활동 초반에는 “추후 예산 확보 후 장애인 화장실 설치를 검토하겠다.”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었으나 세월이 흘러 지방선거를 통해 해당 지자체장과 담당 실무 공무원이 바뀌면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온천천 시민공원은 아직 정식 시민공원이 아니며, 그에 따라 하천부지에 장애인화장실 설치가 법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답변과 “장애인들의 경우는 지역의 부산지하철1호선 역사나 온천천 주변의 동래구보건소 등 관공서의 장애인화장실을 이용하라”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동래구청장은 면담을 요구하는 동래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요청을 피하고 만 있는 실정이다.

백번 양보해서 동래구청의 답변대로 온천천 시민공원이 아직 정식으로 시민공원으로 지정받지 못했다면 각종 인터넷 포털에서 “온천천 시민공원”으로 검색되는 내용은 거짓이 되는 결과이다.

더욱이, 하천부지라서 장애인 화장실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답변도 상황이 맞지 않다. 현재 버젓이 존재하는 여러 곳의 공중화장실은 어떻게 설치가 가능했으며, 지금까지 이용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공중화장실이 있는 곳에 장애인화장실을 설치해달라는 것은 “장애인들을 배려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공평한 이용의 기회를 달라는” 형평성의 문제인데 이마저 힘든 일인가?

또한 하천법과 그 적용에 있어서도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차별이 존재하는 것인가?

아울러 하천법을 살펴보더라도 “하천부지에 공원 및 체육시설 등을 설치할 수 있고, 그에 따른 편의시설을 설치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을뿐, 그 어디에도 "장애인 화장실을 설치할 수 없다.”는 내용은 없다.

그리고 온천천 시민공원을 이용하는 노약자들에게도 이용 가능한 장애인화장실은 대표적인 편의시설이 아닌가.

이러한 점들을 살펴보면 하천부지 내 장애인화장실 설치 문제는 그를 집행하는 주체의 의지와 결심의 문제로 생각되어져 그 아쉬움이 더 크다.

많은 온천천 시민공원 이용자들이 장애인화장실 설치에 공감하고 있다. ⓒ김경식

또한, 동래구청의 권유대로 장애인들이 주변의 지하철역이나 관공서의 장애인화장실을 이용한다고 가정해 보자

근본적으로 장애인이란 크게 육체적 또는 정신적 제한을 지닌 사람들이다. 육체적 제한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동성의 결여(缺如)이다. 이는 달리 표현하면, 비장애인에 비해 움직임이 어렵거나 힘들고 그 결과로 이동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불편함이 없는 비장애인들은 주변 곳곳에 설치된 공중 화장실을 편리하게 이용하는데, 더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인간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의 해결을 위해 힘들고 더 멀리 돌아가 어렵게 겨우 이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되묻고 싶다!

얼마 전 모(某)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몇 해 동안 거대한 구조물 운송에 방해가 되었던 전신주가 하룻밤에 제거된 것이 화제가 된 일이 있다.

그렇듯, 법 적용과 집행에 커다란 흠결(欠缺)이 없다면 온천천 시민공원을 관할하는 지자체는 장애인들의 접근과 이용의 편의성을 고려한 장애인화장실의 설치를 긍정적으로 고려해 주길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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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Kg의 미숙아로 태어나면서 출생 시 의료사고로 심한 뇌병변장애를 운명처럼 가지게 되었다. 부산장애인자립생활대학 1기로 공부했으며, 대구대 재활과학대학원에 출강한 바도 있다. 지금은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모바일‧가전을 포함한 장애인 접근성, 보조공학 등 관련 기술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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