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한국이 선진국에 비해서 뒤쳐진 분야가 있으니, 세계적인 휴양관련 기업에서 조사한대로 여름휴가를 가는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는 것입니다. 10일도 못 쉰다고 합니다. 선진국은 휴가일수가 우리가 보면 입을 떡하니 벌릴 정도로 확실하게 길게, 그리고 즐겁게 쉴 정도입니다.

제가 올해 여름휴가를 보내기 전, 한 재미난 휴가 제도에 관한 글을 읽었습니다. 미국의 어느 회사는 유급휴가에 있어서 거기에 또 휴가비로 우리 돈으로 따지면 800만원을 주는데, 재미난 조건이 있더군요.

그것은 첫째는 업무에 관한 행동을 일체 하지 말 것, 둘째는 업무에 대한 연락을 일체 하지 말 것, 셋째는 정해진 휴가 기간을 다 보내고 올 것. 이 세 가지입니다.

그렇게 보면, 직장인들에게 휴가는 확실히 업무는 다 잊고 훌훌 털고 쉬면서 업무로 지쳤던 몸을 추스르고, 그동안 누리지 못한 견문을 쌓는 기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올여름 휴가를 보내고 왔습니다. 사실 사무실에서 여름휴가 받기가 어려웠습니다. 휴가를 신청할 때 저번에 이야기한 그 성취를 이룩하기 위한 집중 업무기간 막바지였기 때문에 쉽게 허락을 받기 어려웠고, 저는 결국 직원들을 위해 총대를 멨습니다.

즉, 제가 먼저 휴가신청서를 낸 것이죠. 허락 받기가 조금 어려운 사정이었지만 결국 허락을 받았습니다.(다만 성취를 이뤘다는 발표가 나온 뒤에야 휴가를 갔습니다.)

사실 허락을 받을 때 한국장애인개발원 시절에는 직속 상사, 즉 센터장에게서만 승인을 받고 총무팀에 확인을 받으면 끝이었는데, 지금 직장에서는 대표님 결재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이렇게 기업의 휴가일정 관리의 체계는 직장마다 다릅니다.

그 이후 본격적인 휴가 일정 잡기에 들어갔습니다. 이미 갈 곳은 대충이나마 군산, 전주, 광주, 목포로 확정했고, 언제나 그렇듯 목표인 ‘사진 작업하고 올 곳’도 대충 목록은 써놨지만, 문제는 잘 곳과 교통 문제, 그리고 밤을 어떻게 보내는가의 문제였습니다.

사실 대도시로 휴가를 가게 되면 저는 야구장 일정표도 살펴보곤 합니다. 지방 대도시에 있다면 KBO 리그 팀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경기장에서 다른 야구장의 모습과 열기를 느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호남권이었기 때문에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광주 야구장) 일정표를 살펴봤습니다. 참고로 광주를 뺀 지방 야구장 중 제가 간 곳은 마산과 대전뿐입니다.

8월 13일, 아침 일찍 서해금빛열차라는 특별열차편으로 영등포역에서 열차를 타고 장항선을 달려 군산역으로 가는 것으로 휴가가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군산에 가 본 것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첫 번째는 대학교 4학년 촬영 여행으로 해망동 일대를 다녀온 것입니다. 그 곳에서 근대유적 4곳을 촬영한 뒤 점심을 먹고, 전주로 바로 달려가 숙소를 잡고 조금 쉬다가 전주 한옥마을과 경기전, 전동성당을 바라보고 마침 합류한 친구와 전주비빔밥 한 그릇 뚝딱하고, 숙소에서 컴퓨터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지만 졸지에 방을 업그레이드 받아 전주에서의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필자가 발권한 야구경기 입장권 ⓒ장지용

다음날에는 조금 강행군을 했습니다. 전주에서 아침 일찍 버스로 광주로 달려가 양림동의 근대 유적지 몇 곳을 찍고 광주 친구 하나를 만나 고기부페에서 식사를 했는데, 그날이 하필이면 임시공휴일이었던 8월 14일이라서 휴일 요금이 적용된다고 해서 조금 울상이었습니다.

고기를 많이 먹고, 조선대 본관과 전남대 인문대 1호관도 찍은 뒤, 숙소로 갔지만 바로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로 가서 전주에서 만난 친구, 저, 광주 친구, 이렇게 셋이서 야구를 봤습니다. 표는 제가 미리 사 놨습니다.

신나게도 홈팀이었고, 그들도 좋아하던 KIA 타이거즈를 응원했는데, 그 날 경기는 많이 아시는 대로 KIA 외국인 타자 브렛 필의 연타석홈런(야구에서 연달아 타석에 들어서 홈런을 친 경우를 의미)을 중심으로 KIA가 크게 승리했습니다.

게다가 상대팀이 경기를 본 셋 모두가 ‘반드시 꺾어야 할 팀’이라고 입을 모아 지목했던 삼성 라이온즈라 더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광주 친구와 같이 숙소에서 쉬며 다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마지막날, 광주송정역에서 광주친구는 집으로 갔고, 전주 친구를 다시 만나 목포행 열차를 타고 목포로 가서 또 작업을 했습니다.

목포에서는 근대문화유산 지도가 있어서 쉽게 찍을 곳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이상한 구멍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일제 강점기 시절 일제가 파놓은 방공호도 이 지도를 통해 그 존재를 알게 되었을 정도입니다.

점심을 먹고 유달산과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방문한 뒤, 목포역에서 출발하는 KTX를 이용해 용산역에서 내려서 인천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뒤 3일간은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며 휴가를 보내고 19일에 사무실에 복귀했습니다.

사실, 발달장애인들이 혼자서 나가는 것도 힘들어 할 정도인데 대놓고 멀리 휴가를 다녀온 이야기를 써서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그러나 언젠간 발달장애인들에게도 휴가를 다녀왔는지가 여름 인사말이 되어야 할 날이 와야 할 것입니다. 발달장애인들도 휴가를 보내고 오면 일을 할 동력도 생기고, 휴가비를 준비해야 하다 보니 돈을 모으고 일을 할 동기도 생깁니다.

실제로 프랑스 같은 경우에는 1년에 모은 돈을 여름휴가 때 다 쓴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발달장애인들이 혼자서 여기저기를 누빌 수 있는 날이 진정 발달장애인들이 행복한 세상에서의 하루라고 생각합니다.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여행 정보가 전혀 없다시피 한 이 세상에서, 그나마 비발달장애인의 수준까지 넘볼 수 있는 수준의 저라도 그러한 발자국을 찍어야겠습니다. 그것이 어찌 보면 담대한 도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타이베이 101에서 바라본 타이완 타이베이의 야경 ⓒWikimedia Commons

참, 내년의 휴가 계획도 이미 정했고, 더 담대한 계획이라 어머니 허락도 받은 것도 있습니다. 바로 내년의 휴가는 해외여행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행선지는 대만으로 정했습니다. 물가가 상대적으로 싸고, 더위가 한국보다 심하다는 사실이 존재하지만 비행기로 2시간 30분이면 인천국제공항에서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으로 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선택되었습니다.

물론 여행비용은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고 제 손으로 모을 것입니다. 마침 앞에서 말한 광주친구에게 꿔준 돈을 돌려받는 등 들어와야 할 돈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대만으로 갈 날이 언제가 될 지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만, 내년에 만날 대만의 모습이 어떠할 지는 아직 상상할 수 없습니다.

사실, 여행 일정과 숙소 등 구체적인 계획을 구상하느라 골치가 아플 지경입니다. 그래도 이런 행복한 골치아픔은 좋은 것입니다. 어떻게 대만여행기를 소개할지는, 그 때 가서 생각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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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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