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내부와 수화통역사 배치 모습. ⓒ이샛별

지난 8월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간 ‘2015 나다 뮤직페스티벌’이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 라이블홀에서 ‘미디어아트전시 속에서 즐기는 콘서트’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이 공연에 대한 소식은 인터넷으로만 접한 후 갈 생각은 했었는데, 우연히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 박원진 대표의 초청을 계기로 찾아가보았다.

여기서, ‘쉐어타이핑’을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제작한 소리를 잘 들을 수 없는 사람들의 바람에서 시작된 여러분과 함께 어울려 소통하는 플랫폼이다.

‘쉐어타이핑’은 학교, 교회, 포럼 그리고 세미나 등 다양한 상황에서 소리로 전달되는 정보를 시각적인 자막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하며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을 도와주고 있다.

나도 한번 사용해 보니, 실시간으로 속기 내용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와닿았다. 한박자 늦는 TV 자막과 비교될 정도로 빠른 속도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서 인상깊었는데 이번 공연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됐다.

상상마당 지하 2층에 내려가 보니 인터렉티브 미디어아트를 통해 실시간 시각화된 공연장에서 가장 눈에 띈 체감형 진동스피커와 수화통역사의 배치, 쉐어타이핑에 대한 안내가 돋보였다.

쉐어타이핑을 통해 접하는 공연 가사내용. ⓒ이샛별

아울러 모든 공연을 춤추듯 몸으로 표현하는 수화통역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자막서비스를 제공하는 ‘쉐어타이핑’ 플랫폼을 통해 더욱 몸으로 와닿는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평소에 농인은 뮤지컬이나 음악회를 가는 빈도가 그리 많지는 않다. 아직도 수화통역이 배치되지 않으면서도 잔존청력이 얼마 남지 않은 경우는 음악을 즐기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스테이지당 한 곡은 암전공연 형태로 진행해 온몸으로 즐길 수 있는 색다른 공연 환경을 제공한다 하여 한번 경험해 보니 조용하면서도 잔잔한 음악이 몸으로 전해져 왔다.

눈에 돋보인 수화통역사의 뛰어난 무대매너. ⓒ이샛별

이번 공연 중에서 두 가지 인상 깊었던 일이 있었다.

먼저 ‘수화통역사’ 두 분이 계셨는데, ‘수화통역사’의 역할은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공연과 같았다.

음악을 듣는 공연과 뮤지컬은 무조건 재미없다는 편견은 이번 '나다 페스티벌'을 통해 깼게 됐다. '수화통역'과 '속기' 그리고 진동의자와 체감 스피커로 구성된 공연장이라면 어디서든 찾아가 즐기고 싶다는 마음이 새로이 샘솟게 됐다.

에이유디 박원진 대표가 찍어준 우리의 모습. ⓒ이샛별

수화통역사의 뛰어난 리듬감과 무대매너를 통해서 "이야, 저 분은 음악을 혼연일체로 우리에게 보여주는구나!"하며 함께 온 농인 남자친구와 감탄사를 연발하며 계속해서 봤다.

두번째로 수화통역을 보다가 놓친 부분은 틈틈이 '쉐어타이핑' 속의 노랫가사를 보아가며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농인은 ‘못’ 듣는 사람이 아니라 ‘잘’ 볼 수 있는 사람인 만큼 ‘눈’으로 볼 수 있는 공연을 더욱 반길 수 밖에 없다.

수화통역사의 몸동작을 통해 느껴지는 박자와 리듬, 노랫가사를 수어와 쉐어타이핑의 속기 내용으로 만들어진 ‘눈’으로 보는 공연은 이내 내 몸은 흥겨움으로 가득하였다.

올해 여름의 끝자락에서 '2015년 나다 페스티발'으로 마무리 할 수 있어서 정말 기억에 남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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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샛별 칼럼리스트
경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농인 엄마가 소리를 알아가는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수어와 음성 언어 사이에서 어떤 차별과 어려움이 있는지, 그리고 그 어려움을 일상 속에서 잘 풀어내는 과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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