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이 되면 가장인 척수장애인은 고민이 많다. 멋지게 가족여행을 떠나야 하는 책임감(?)이 있다. 일반적인 휴가보다는 특별한 휴가를 꿈꾸는 것은 모든 이의 로망이다.

휠체어를 타야하는 척수장애인은 무더위, 배, 섬, 해수욕, 언덕위의 펜션은 불가능한 일로 치부된다. 가능하더라도 힐링 보다는 수고가 많다.

이런 고민을 하던 차에 모임을 통해 알게 된 척수장애인 회원이 자월도 섬에서 펜션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번 여름휴가를 그곳으로 정해 버렸다.

자월도는 인천연안부두와 대부도 선착장 두 곳에서 출발이 가능하다. 시간대와 차량수송 능력을 감안하여 예약을 하면 된다. 우리 일행은 인천에서 출발을 했다.

아내를 포함해 두 누님네 식구들 총 7명과 함께 필자의 차량도 카페리호로 싣고 자월도로 떠나기 위해 5일 아침 8시에 출발하는 배로 출발을 했다. 인천연안부두에서 하루에 한번 출발을 하고 돌아오는 배도 오후에 한번 자월도에서 출발한다.

자월도로 가는 카페리호는 객실이 있는 2층으로는 철제계단 밖에 없어 가는 내내 차안에서 기대 반 불안감 반으로 잠을 청했다. 1시간 30분후에 드디어 자월도 섬에 도착을 했다. 뜨거운 햇빛과 짭짜름한 바다 공기가 코를 자극했다.

선착장에서 차로 2분 거리에 있는 언덕위의 하얀 펜션은 뜨거운 햇빛에 더욱 하얗게 반사되고 있었다.

휠체어를 탄 주인의 따스한 배웅과 함께 우직스럽게 준비한 경사로(우리는 전망대라고 부르기로 했다)를 올라와보니 서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객실에 도착하니 척수장애인인 주인의 배려를 느끼기에 충분한 시설들이 곳곳에 배치가 되었다.

바다가 전면으로 보이는 가장 좋은 위치에 ‘장애인우선객실’이 있었다. 전망 좋은 곳에 침대도 놓여져 있고, 화장실입구 안팎으로 경사판을 설치해 놓았고 변기 옆에는 안전 바도 설치했다, 문지방마다 경사판도 놓아서 이동에 문제가 없었다.

장애인들을 위해 외부에도 남녀 별도의 화장실도 만들었고 장애인가족들의 오락을 위해 밴드장비가 있는 장소도 만들고 있다고 보여 주었다.

잠시 요기를 하고 도보로 10분이면 도착하는 장골해수욕장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조개도 캐고 게도 잡는 호사를 누렸다. 이곳은 서해라 밀물과 썰물이 있어 밀물 때는 수영을 즐기고 썰물 때는 조개를 캐는 맛이 있다.

완만한 해수욕장은 가족단위로 온 피서객들만이 풍요로움을 전해 준다. 소나무 그늘 벤치에 앉아 있으니 해풍이 잠을 청하게 할 정도로 평온하다. 관리하시는 할머니 말씀에 의하면 세월호 사고와 메르스 사태이후 외부인의 발길이 부쩍 줄었다고 한다.

필자의 수동 휠체어에 전동 오토바이크를 장착하고 해안가를 따라 질주하기도 했다. 사고 후 처음으로 얇은 다리를 내놓고 반바지 차림에 외부를 다니는 용기도 내 보았다. 이것이 휴가지에서의 소소한 일탈이 아니겠는가?

물놀이 이후에 자가용을 타고 섬 한 바퀴를 둘러보았다. 곳곳에 전망이 좋았고 바닷가로 산속으로 볼거리가 쏠쏠했다. 특히 저녁 서해 낙조는 한 장의 풍광이었다.

해가 진후에는 바비큐 파티로 온 가족의 입이 즐거웠고 최신형(?)의 노래방기기로 각자의 광기를 뽐내는 시간도 가졌다.

이렇게 자유로운 시간들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이동의 제약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상에서 각 층마다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렇게 휴가의 질을 향상시켜 주었다.

이곳은 새롭게 신축한 건물이 아니다. 주인은 7년 전에 의료사고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이 되었고 오랜 기간 동안의 의료소송에서 승소를 하지 못하고 망연자실한 상태에서 석 달 전쯤에 지인의 소개로 이곳으로 들어왔다라고 나중에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만큼 곳곳에 장애인을 생각하는 시설들을 볼 수가 있었다. 주인이 직접 다녀봐서 편안해야 된다는 고집이 있어서 외부에 각 층을 오르내리는 전망대를 설치할 때도 여러 번 시공을 하여 생각보다 수 배의 비용이 들어갔다고 한다.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주민들은 차라리 새집을 짓겠다며 혀를 찼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한다. 이곳에 들어 온 후로 살이 10킬로그램이나 빠졌었고 검게 탄 얼굴이 그간의 고단함을 보여주었다.

공동주방에는 가마솥도 설치 해놓고 뒤편에 유기농 채소밭도 준비해 놓아 말 그대로 장애인과 가족이 편히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아직은 대대적으로 손님을 받지는 않고 있다고 했다. 예약을 하려는 전화는 수시로 끊임없이 오고 있는데 조금 더 준비해서 완벽하게 오픈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아마 가을부터는 자신 있게 손님을 받지 않겠냐고 엷은 미소를 띨 뿐이다.

장애인과 경로 우대카드를 소지하신 어르신 동반가족은 30%할인하는 따스한 마음씨를 가지고 계셨다.

자월도로 가는 배편은 예약이 가능하나 인천으로 돌아오는 차량은 예약이 안 되고 현장에서 선착순 접수를 한다는 이야기에 전날 밤에 차를 세워 놓았다. 대부도로 돌아가는 배는 여유가 있다는데 인천행은 그렇지가 않다고 했다. 참고하기를 바란다.

2박 3일의 꿈같은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올 것을 약속하며 오후 배에 몸을 실었다. 돌아오는 길 배에서 보이는 인천대교의 웅장함 또한 추억으로 남기고 정말 알찬 가족 여름휴가를 마무리 했다.

일상의 삶이라는 것은 장애라는 장애를 생각지 않고 일상적인 생각과 생활을 하는 것이다. 희로애락이 장애 때문에 생긴다고 연결시키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적인 삶에는 좌절도 있고 성취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도전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배편예약 : 가고 싶은 섬(http://island.haewoon.co.kr/)

○자동차 운송 예약 : 대부해운(http://www.daebuhw.com/)

인천 032-887-6669, 대부도 032-886-7813

○숙소 : 자월도 화이트하우스(http://cafe.naver.com/jawol1004) 032-834-9272

자월도 입구 선착장의 조형물이 우리 일행을 반겨주고 있다. ⓒ이찬우

주인장과 숙소를 배경으로 기념촬영. ⓒ이찬우

장애인우선숙소에서 바라 본 전경.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찬우

잘 정비되어 있는 경사로. 우리는 전망대라고 부르기로 했다. ⓒ이찬우

내부편의 시설. 화장실의 안전바와 경사로, 장애인을 위한 침대와 각 문턱까지 신경을 썼다. ⓒ이찬우

외부 편의시설. 외부 주방, 외부 식탁과 가마솥도 보인다. 바비큐 시설과 야외 무공해 텃밭. ⓒ이찬우

자월도의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낙조. 장관이다. ⓒ이찬우

숙소에서 10분 거리인 썰물일 때의 장골해수역장. 갯벌에서 조개도 캐고 꼬마 게도 잡을 수 있다. ⓒ이찬우

식구들과 해수욕장 솔밭 그늘아래에서 기념촬영.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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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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