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와 관련된 모든 것을 잊어버리자는 일념으로 이번 휴가는 힐링에 매진하기로 했다.

그간 하고 싶었는데 못했던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다가 ‘장애인조정’에 도전하기로 하였다. 3년 전에는 강원도 정선의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리는 장애인스키교실에 가서 좌식스키를 타고 활강을 경험해 본적이 있다(믈론 전문강사가 뒤에서 잡아주기는 했지만).

‘장애인조정체험학교’는 2013 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가 개최되었던 충주탄금호국제조정경기장에서 장애인들에게 조정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대한장애인조정연맹에서 매년 주최하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휴가가 절정인 8월 3일 오전, 파주에서 출발하여 실시간으로 길안내를 해주는 네비게이션의 도움(?)으로 강변도로를 지나 양평을 거쳐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충주 탄금호까지 자동차로 이동을 했다.

평상시였으면 2시간 남짓이면 갔을 거리를 휴가철 행락차량의 여파로 휴게소에서의 점심식사시간을 포함해서 두 배인 4시간정도가 소용되었지만 배를 탄다는 기대감에 지루한지를 몰랐다.

한낮의 열기와 햇빛으로 반사되는 열기를 식힐 겸 배를 보관하는 경고 앞 그늘에서 지인들과 그 동안 못 나눈 담소를 나누고 열기가 수그러드는 오후 4시경에 배를 타게 되었다.

사실 조금은 겁은 났지만 미안할 정도로 친절한 전문강사의 지원과 배려로 주저함 없이 배를 타게 된다. 휠체어를 타는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경우 바닥에 내려 앉아 배로 이동하는 동작이 쉽지만은 않다.

흔들리는 배를 잡아주어야 하고 배안의 의자모양으로 된 고정시트에 장애인을 옮기는 과정이 숙련이 되지 않으면 안전사고의 위험이 도사린다. 이동에 문제가 없는 장애인들이야 그냥 앉으면 되는데 척수장애인들은 참 번거로운 과정이다. 이런 번거로움 때문에 주저하고 포기하곤 한다.

도움을 주시는 강사들도 매번 장애인을 들어 올리고 내리는 과정에서 아무리 운동을 한 몸이지만 허리나 어깨 등의 근골격계에 무리가 올 것이다.

이를 위하여 승강리프트장비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체험하는 장애인도 미안해하거나 위험하지 않고, 도와주시는 강사들도 편안히 쉽게 이동을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일반적으로 조정은 앞뒤로 움직이는 슬라이딩 시트에 앉아서 팔과 다리의 힘으로 노를 저어서 움직이지만, 척수장애인들은 다리를 움직일 수가 없으니 고정시트에 앉아서 팔의 힘으로만 노를 저어서 움직이는 구조이다.

한참 실랑이를 한 뒤에 배안에 설치된 고정시트에 앉아 움직이지 않도록 다리와 무릎. 허리 등을 고정하고 필자를 포함하여 지도강사와 함께 수상에서의 짜릿한 조정체험이 시작되었다

양 손에 두개의 노를 잡고 젓는 종목을 스컬(Scull)이라 하는데, 한 사람이 젓는 싱글 스컬과 두 사람이 젓는 더블 스컬이 있다. 주로 소형경기정이 특징이며 장애인종목의 경우 Single scull(AS1×)과Double scull(TA2×)종목이 있다고 한다.

노의 각도와 노가 물속으로 들어가서 저을 때의 힘, 수면에서의 위치 이러한 일련의 동작으로 배는 전진을 하게 된다. 노를 물에 넣어 젓기를 시작할 때부터 젓기를 끝낼 때까지의 노의 1회전을 전문용어로는 스트로우크(Stroke)라고 한단다.

노의 각도와 팔의 힘이 조화를 이루었을 때 힘도 안 들면서 미끌어지듯 배가 진행되는 부드러운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지도강사로부터 조정에 소질이 있다는 일급칭찬을 받으며 열심히 노를 저었지만 마음보다 몸이 앞서는 성급함에 많은 실수가 있었다.

당연히 생전 처음하는 조정이 단시간에 숙련될 것이라고는 생각하는 것이 우스운 일이다. 한참을 탄금호를 가로질러 가다가 돌아오는 길에 지도강사와 2인1조로 노를 저어 오는데 팀웍이라는 것을 느끼며 제법 빠른 속도감을 느낄 수가 있었다.

외국에서는 학창시절에 조정부에서 활동을 했다고 하면 사회의 면접에서 우선 선택된다는 지도강사의 말을 들었다. 팀웍을 알고 조율할 줄 아는 사회성을 인정하는 것이겠다. 조정 종목이 선수 각자의 화합이 이루어져야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특성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같이 체험에 동행한 필자의 아내는 겁도 많고 특히 물을 무서워하는데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한참이나 조정체험을 하고 와서 상기된 표정으로 자주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장애인부부들은 함께 할 공동의 레저 활동을 찾는 것이 어려운데 참 의미있는 체험이었다.

조정체험은 호수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함께 바라 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보너스로 제공한다. 맛있는 토속음식을 경험할 수 있고 충주의 가로수인 사과나무에 빼곡히 어린 사과들이 열린 것을 함께 볼 수 있다.

또한 문화관광도시인 충주의 다양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충주 탄금대는 남한강과 달천강이 서로 합수 되는 곳으로 이곳은 옛날 신라시대에 우륵이라는 악성이 가야금을 탈 때 그 소리가 강 건너 마을사람들에게 까지 신금을 울렸다고 하여 탄금대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2015 장애인조정체험학교은 10월까지 지속된다. 대한장애인조정연맹에 문의를 하여 용기있게 신청을 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기를 바란다(문의전화: 02)786-8466).

사전신청을 필수이다. 강습비는 무료이고 또한 상해보험도 무료 가입하여 준다. 단 식비 및 숙박비 등 체류비용은 자부담이다. 당일 코스로도 무리는 없지만 여유가 되면 충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누리는 숙박여행도 권하고 싶다. 특히 가족과의 참여를 권하고 싶다.

도전하고 경험하는 것, 설령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였더라도 개의치 않고 새로운 것에 또 다시 도전하는 것, 이것이 일상의 삶이다.

체험장을 알리는 선착장 입구의 플랜카드. ⓒ이찬우

선착장에서 대기 중인 모습. 선착장까지 경사로가 있고 매우 안전하다. ⓒ이찬우

배에 내려앉아 고정시트를 몸을 조정하는 모습, 배에 내리는 과정에 승강리프트가 있으면 안전하고 서로가 편하겠다. ⓒ이찬우

선착장 근처에서 기본 동작을 익히는 모습. ⓒ이찬우

본격적으로 배를 타는 모습. 약간의 연습으로도 조정이 가능하다. ⓒ이찬우

배와 물을 무서워하는 나의 아내도 금방 배울 수 있다. 지도강사의 능력이다. ⓒ이찬우

무사히 조정체험을 마치고 당당히 기념촬영. ⓒ이찬우

탄금호의 저녁노을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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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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