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날아라 허동구'의 한 장면. 출처:영화 홈페이지.

[성우 내레이션: 어린이와 개그맨 정종철은 3라디오에서 2007년 방송한 ‘장애인 1교시’에서 장애인 문제를 쉽고 재밌게 전달했다. 이번에도 호흡을 맞춰 영화 속 장애인을 살펴본다]

정종철 : 지난 시간에 이어 영화 속 장애인을 깊숙하게 들여다보자. 전문가들이나 장애인을 아들로 둔 부모들은 아무리 지능이 낮은 장애인들도 단순한 일이나 행위는 반복적인 학습을 꾸준히 하면 나중에는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고 얘기를 해. 하지만 영화는 이런 점과 달랐지

어린이 : 어떻게 다른가요?

정종철 : 11살이나 된 동구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물 주전자를 나르거나, 학교에 혼자 갔다 오는 거 말고는 없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것도 아버지의 지시에 따라야 하고, 학교 공부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지능이 아주 낮은 아이로 설정돼 있지.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에 동구가 번트를 하는 장면이 감동적이라고 하지만, 이것도 친구가 알려줘서 하는 것이지 동구가 주체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감동이 적어.

어린이 : 현실에서 보는 장애인의 모습과 영화 속 장애인의 모습이 다르다는 말씀이네요.

정종철 : 그렇지. 리얼리티가 적다 보니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관객들이 아버지와 동구를 응원할 만큼 깊은 울림이 올라오지는 않아.

어린이 : 다른 영화들은 어떤가요?

정종철 : 장애인을 다룬 영화 중 주목할 만한 영화가 ‘말아톤’이야. 제작진이 실제로 발달장애인을 오랫동안 살펴보고 만든 덕분에 발달장애인인 초원이(조승우)는 리얼리티가 많이 묻어나. 하지만 감독(이기영)은 초원이를 이해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비장애인인 자신의 삶만 드러내는 것으로 가고 있어. 그래서 감독은 결정을 해야 했지.

어린이 : 어떤 결정이요?

정종철 : 감독은 발달장애인이 살아가기 힘든 환경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초원이로 상징되는 장애인 스스로가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세상에 적응해야 한다는 점만 강조하지.

어린이 : 그래서 어떻게 되는가요?

정종철 : 두 영화 다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장애인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는 전혀 문제가 없고,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장애인들이 문제니 피나는 노력을 하든 그냥 그대로 살든 너희가 알아서 해라’는 메시지를 전하지.

어린이 : 영화니까 충분히 그럴 수가 있지 않나요?

정종철 :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는 점이 문제야. 장애인 복지가 취약한 사회에서 장애인이 살아간다는 것은 일상을 살아가는 매순간이 큰 전쟁을 치른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어.

지하철에서 이동을 하기도 어렵고, 원하는 교육을 제대로 받기도 힘들고, 원하는 취업을 하기도 힘들고, 결혼이나 육아는 더 어려운 게 현실이야. 아무리 영화가 픽션이라고는 해도 이런 것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지.

현실을 사는 장애인들은 열악한 환경 때문에 고민을 하며 힘들어도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간다는 점이 문제야. 현실은 아무 문제가 없으니 장애인들이 희망을 갖고 열심히 살면 언제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공감을 주기 힘들어.

동구를 둘러싼 환경도 마찬가지야. 담임선생은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동구를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특수학교로 보내라고 재촉을 하지. 동구의 아빠는 학교생활에 적응이 잘 안되는 아들이 이왕이면 자신이 다니고 싶은 학교에서 졸업하기를 원해.

집주인은 이사를 하라고 재촉하니 동구가 집을 찾아올 방법도 없어지지. 동구는 유일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인 물 반장 역할을 교실에 설치된 정수기에 빼앗겨 버리고 말아. 그래서 주전자가 남아 있는 곳은 선수가 모자란 야구부뿐이지. 즉 동구가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현실에서 찾기 힘들어지지.

어린이 : 동구는 어떻게 버티나요?

정종철 : 다음 시간에 그것을 좀 더 알아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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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아시스를 비디오 테이프가 늘어날 때까지 보았다. 인터랙티브 영화제, 아이디어창업·시나리오·블로그·수기 공모전 등에서 수상한 경험을 글과 영상에 녹여내 오아시스에서 더 깊은 물을 퍼내려고 한다. 지금 서 있는 이 곳이 벼랑 끝이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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