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에 불편이 있는 장애인이 버스·기차 등과 같은 대중교통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은 한 국가의 장애인 복지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여러 선진국의 경우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저상버스의 보급은 단순히 개별 대중교통 운수업체의 책무라기보다는 국가의 기본적인 의무로 간주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90년에 제정된 미국장애인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ADA)를 통해 장애인의 이동권 확보를 위해 저상버스의 보급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미국 거의 대부분의 시들은 100%에 가깝게 저상버스 보급률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에도 저상버스 보급률은 2005년에 52%에서 2012년에 88%로 증가하였으며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저상버스를 보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관련해 국가·지자체의 역할이 현저하게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최근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된 법원의 판결을 살펴보면 버스회사 2곳에 휠체어 승강설비 등 승·하차 편의를 제공하라고 판시했지만 국토교통부와 지자체의 책임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이러한 법원의 판결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개선에 대해 국가와 지자체의 기본적인 책무를 간과했다는 점에서 매우 아쉬운 판결이다.

장애인 이동권의 문제는 단순히 일부 운수회사의 책임이전에 국가·지자체의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버스회사 2곳에서만 차별을 시정하라는 판결은 실망스럽다.

미국에서는 1990년부터 우리나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과 같은 미국장애인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ADA)이 시행되고 있다.

ADA에 의하면 연방·주정부를 포함하여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 단체나 기관은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며 특히 버스, 기차 등과 같은 대중교통을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비교하여 불편없이 이용하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관련해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으며 정부 혹은 시의 책임을 명시한 판결 사례도 많다.

2010년 3월에 미국 법무부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의 대중교통 접근성을 적절하게 보장하지 못한 미시시피주의 잭슨시(City of Jackson)에게 법적인 책임을 결정하였으며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을 명시하였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잭슨시에 거주하고 있는 11명의 장애인과 비영리단체는 2008년에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대중교통 수단의 개선을 위해 잭슨시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잭슨시와 장애인들은 법적인 합의를 하였으며 합의문은 미시시피주 잭슨시 지방법원에 의해 승인되었다.

합의문에 따르면 잭슨시는 의무적으로 잭슨시 대중교통 수단에 휠체어 탑승이 가능하도록 휠체어 리프트 장비를 구비·관리하며, 버스 운전사와 같은 대중교통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적절한 장애인 인식 교육을 실시하고, 장애 고객의 안전한 이동을 위해 기준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지시하였다.

이러한 법적인 합의에 의해서 잭슨시는 휠체어 사용자가 탑승할 수 없는 버스를 제거할 점진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버스 서비스가 현저히 지연될 경우에 장애인을 위한 대체이동수단을 제공하며, 장애인 이동권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대중교통 서비스 담당자를 지정하고, 관리자를 포함한 모든 버스 운전사, 사무직원, 버스 수리 담당자, 전화안내원 등에게 적절한 장애 교육과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잭슨시의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조치는 잭슨시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이 고용활동 및 시설, 쇼핑시설, 의료시설 등을 이용하고 방문하는데 궁극적으로 커다란 도움이 되었으며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재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장애인들은 평가하고 있다.

유사한 사례로, 2004년에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거주하는 5명의 장애인들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버스를 탑승하기 어려워 대중교통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어 디트로이트시(City of Detroit)를 상대로 미국장애인법 위반으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소송 결과에 의하면 미시간 지방법원은 디트로이트시는 휠체어 장애인이 탑승이 불가능한 버스를 제거하며, 새로운 저상 버스를 보급하고, 버스 운전사 및 관리자를 대상으로 교육 및 훈련을 실시하고, 장애인 고객의 불편과 차별을 담당하는 인력을 배치하도록 하였다.

또한 디트로이트시의 대중교통서비스는 주정부의 보조를 받고있다는 점에서 디트로이트시는 대중교통의 접근성에 책임을 갖고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할 것을 판시하였다.

미국에서는 장애인의 이동권과 관련해 접근이 어려운 대중교통을 명백한 장애인차별로 간주하고 있으며 이동권의 보장을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사회참여 및 통합을 달성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대중교통의 접근성 확보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의 가장 주체적인 단체를 주정부 혹은 시로 이해하고 있으며 정부나 시는 공공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확보의 가장 주요한 책임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나 시의 책임을 명확하게 강조한 미국의 법적인 판결은 미국 사회의 장애인 인식을 개선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대중교통의 접근성 확보와 관련해 정부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의 대부분의 시에서는 저상버스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저상버스를 이용하여 장애인들이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한 우리나라 법원의 판결은 정부 혹은 지자체의 책임에 대해서 중요성을 지적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신장시키는데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장애 문제는 단순히 개별 단체나 기관의 문제라기보다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며 장애 이동권을 보장하도록 국가나 정부의 적극적인 책임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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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선 칼럼리스트
재활복지전문인력양성센터 센터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장애인 재활·복지 분야의 제도 및 정책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미국의 장애인 재활서비스와 관련된 올바른 정보와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특히 현재 장애계의 주요 이슈인 장애 등급제 폐지, 재활서비스 대상자 판정, 개별서비스 제공 방식과 서비스의 종류, 원스톱 서비스 체계의 구축 등과 관련해 미국에서 얻은 실무경력을 토대로 정책적인 의견을 내비칠 예정이다. 미국 주정부 재활기관에서의 재활상담사로서 실제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얻은 지식과 실무 경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선진 장애인 재활서비스 제공 과정과 내용에 대해서 상세하게 기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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