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잘 아는 ‘여우와 두루미’라는 이솝우화가 있다.

여우와 두루미가 모두 상대를 위해 열심히 음식을 만들어서 대접했지만 먹을 수 없었고, 이에 여우도 두루미도 서로 의도하지 않게 마음이 상했다.

여우는 두루미를 위해 준비한 음식을 접시에 담아 대접했고, 두루미는 여우에게 호리병에 음식을 넣어서 대접을 했다. 즐거워야 할 식사시간이 미움과 갈등의 시간이 되었다.

지난 주, 이 이솝우화가 갑자기 떠오르는 일이 있었다. 장애인의 건강증진에 관련된 회의가 있었고, 장애인에 대한 의료진들의 인식부족으로 상처를 받고 이를 위해 인식개선 교육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회의 중에 오고 갔다.

이룸센터에서 회의를 마친 후 주최 측에서 준비한 식당으로 안내를 받았는데, 아뿔싸!! 휠체어를 타고 있는 척수장애인이 있음에도 좌식식당을 예약한 것이다.

정말 아무런 의심도 없이 당연히 테이블이 있는 곳으로 준비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여기는 이룸센터 근방이 아니던가?

며칠 전에 담당자가 식사를 하실 것인지를 정중히 물어왔고 필자가 휠체어를 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을텐데……. 미안해하는 주최 측 담당자에게 쿨 한 척하며 식사하는 일행에게 방해가 안 되려고 식당 입구에서 살며시 되돌아 나왔다.

이런 일들이 한 두 번이 아니라 화가 나지는 않는다. 잠시 당황을 했을 뿐이다. 주최측도 당황했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이솝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이솝우화의 ‘여우와 두루미’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배려’이다. 휠체어 사용 장애인과의 식당 약속에서 테이블을 준비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배려’가 빠졌다.

담당자의 실수라고 믿고 싶다. 그런데 이를 장애인의 인권 운운하며 비장애인 직원만을 나무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휠체어 사용 장애인은 알아도 같이 식사를 해 본 경험이 없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인식이란 스스로 깨우치는 것도 있지만 알려주고 깨우쳐주는 노력도 같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여우와 두루미가 서로의 집에 초대를 받거나 초대했을 때, 상대방이 알아서 배려하기를 원하는 소극적인 방법도 있지만, 반대로 자신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려서 준비하게 하는 능동적인 방법도 있다.

행사 후에 식사가 있다면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설마 모르겠어? 당연히 준비해 주겠지’하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배려를 받는 것 보다, ‘휠체어를 사용하니 테이블이 있는 식당으로 준비해 주세요.’라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배려를 요구하면 더 좋았을 것이다.

최근에 단체마다 행사초대장을 보낼 때 휠체어를 사용하는지, 보조인이 있는지 확인을 하는 것은 좋은 배려의 방법이다. 외국에서는 회의 등으로 초대장을 받을 때 이보다 더 많은 사항을 상세하게 확인을 한다.

이는 원활한 행사를 위한 기본적인 행위이며, 당사자는 주최 측의 배려를 감사하게 생각하게 되고 그 단체의 격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만일 이런 요청이 없다면 본인이 전동이나 수동의 휠체어를 이용하고 보조인을 동행하고 있으며 수화통역이 필요한지 등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요청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또한 장애인 당사자의 의무이고 권리라고 생각한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당사자와 상대방의 쌍방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당사자의 일관성을 가지고 반복적이고 적극적인 요구가 이 사회의 인식을 변화시키는데 가속도를 낼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문화로 정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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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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