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에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다.

46살, 인생의 깊이를 더해가는 나이에 쓸쓸히 고독사로 삶을 마감했던 척수장애인 고 김병찬씨. 티브이 화면으로 보이는 주인 없는 전동휠체어가 그의 녹녹치 않던 삶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그는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금메달 수상, 1991년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수상했고, 1991년과 1992년 아시아 역도선수권대회 각 3관왕을 휩쓸며 아시아를 들었다 놨던 역도스타였다. 앞날이 촉망되던 기대주였고 그 스스로도 자부심이 대단했을 것이다.

그러던 그가 1996년 교통사고를 당해 하루아침에 하반신마비의 척수장애인이 된다. 휠체어를 타야만했고 소·대변 문제 등 척수장애인이 가져야 하는 천형 같은 어려움도 받아들이기가 힘이 들었겠지만 다시는 바벨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제일 힘이 들었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변변한 직업도 없이 매월 52만 5천원의 메달리스트연금으로 살아야 했고, 보건복지부의 최저생계비 기준금액(49만 9천 288원)보다 3만원이 많다는 이유로 최저생계비지원도 받을 수 없었고, 그나마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은 되어 월 10만원 상당의 의료급여와 주거급여 등을 받게 되었다.

천하를 들어 올렸던 건장한 청년이 하루아침에 하반신마비의 휠체어를 타야하는 중증장애인 척수장애인이 되었다.

그의 상실감과 낙심함 이런 기가 막힌 현실을 보듬어주고 새로운 삶에 대해 준비를 하게 할 그 어떤 프로그램도 접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만일 병원에서 새로운 삶에 대한 진지한 동료상담과 전문심리치료를 적시에 접했다면, 사회복귀에 대한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면, 사고전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직업재활 상담을 받고 사회에서 바로 직장을 구해졌더라면, 망자는 어려운 삶에 괴로워하며 수급권자로 외롭게 삶을 마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일 당당한 사회인으로 일상의 삶을 살았더라면, 하반신 마비이후 자식의 간병으로 지병이 악화되어 2013년 돌아가신 어머님에 대한 죄책감을 덜었을 것이다.

먼저 우리 척수협회가 이렇듯 어려운 척수장애인들을 찾으려고 더 많이 노력하지 못했음을 자책한다.

앞으로 척수협회는 전국의 시도협회와 지회, 센터의 인적자원과 회원들을 활용하여 우리 주변에 있는 소외된 척수장애인들의 발굴과 지원에 집중을 할 것이다.

특히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를 통하여 초기 척수손상환자 및 척수장애인의 발굴을 위하여 재활병원과의 긴밀한 협조로 초기 발굴에 노력해야 한다. 인식개선교육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일상홈을 십분 활용하여 사회복귀의 디딤돌이 되도록 주력할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의 주변에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해야하는 중도·중증의 장애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병원의 재활시스템의 대변화를 촉구한다.

장애를 입었지만 당당히 사회생활이 가능하도록 의료적 관점의 재활치료가 아니라 실질적인 사회복귀훈련프로그램의 도입이 절실하다. 기나긴 병원생활이 도무지 사회에 나와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사회에 바로 나와서 즉시 활용이 가능하도록 병원에서부터 세팅이 되어 나와야 한다. 이는 개인의 신체적·정신적인 무장뿐만 아니라 돌아 갈 가정의 접근성해결, 가족들의 장애수용, 직업이나 학업준비 등의 사회활동의 준비까지를 포괄적으로 포함한다.

둘째, 사고전의 직업이 사고 후에 바로 적용되도록 직업재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중도장애인은 경단장(경력단절장애인)이다. 사회의 풍부한 경험을 살리지 못하는 것은 개인의 손실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손실이다.

학생이었다면 다니던 학교로 복학을 해야 하고, 직장인이었다면 다니던 직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니던 직장에서 원직무로 복귀가 안 된다면 다른 직무를 할 수 있도록 지도를 해야 한다.

만일 망자가 사고전의 전공을 살려 장애인역도나 체육 분야에서 근무를 할 수 있는 방안은 없었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셋째, 동료상담이 가능하도록 재활병원의 개방이 필요하다.

척수장애인의 어려움은 동료척수장애인이 제일 잘 안다. 동료상담을 통해 장애를 빨리 인정하게 하고 바뀐 삶에 대한 적응을 신속하게 할 수가 있다. 동료들이 겪었던 실수나 실패를 다시 반복하게 하지 않는 지혜를 줄 수가 있다.

각 재활병원은 한국척수장애인협회와 그 산하의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와 긴밀히 연결이 되어 그간 다양한 경험을 축적한 척수장애인 동료상담가(메신저)와 연결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요청을 해야 한다.

더욱 더 바람직한 것은 병원 내에서 척수장애인이 사회복지사나 심리상담사 등의 직원으로 있다면 바람직할 것이다. 그들에게는 할 수 있다는 멘토가 되기 때문이다.

넷째, 기초생활수급권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기초생활수급권이 오히려 삶의 발목을 잡는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이다. 기초수급권을 기반으로 하되 의료지원을 활성화하여 다양한 경제활동으로 삶의 디딤돌이 되도록 해야 한다. 걸림돌이 되면 안 된다.

정말 어려운 사람들은 과감하게 도움을 주고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의 대변화가 필요하다. 스스로 수급권을 탈피하도록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 주는 정책도 필요하다.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고 삶의 질이 나락으로 떨어질 이유도 없고 그럴 이유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만일 그래야 된다면 이는 아주 후진적인 복지라는 것을 의미한다.

중도장애인들이 사고 직후부터 제대로 된 시스템아래에서 체계적으로 훈련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아직도 우리의 주변에는 세상을 등지고 칩거하여 사는 중증의 장애인들이 많이 있다. 이들에게 진심어린 마음으로 손을 뻗어 함께 하자.

참으로 안타까운 죽음 앞에서 산자들의 책임과 의무를 생각해본다.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편견 없고 걱정 없이 운동에만 매진하여 못 다한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이루기를 기도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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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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