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7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대한재활병원협회(초대회장 우봉식) 창립식에 이어 ‘바람직한 재활의료체계 수립방안은?’이라는 세미나에서 개최되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재활의학교실 신형익 교수는 발제에서 “현행 재활의료체계의 문제점으로 중증 질병/외상 발생 후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입원·재입원으로 환자들은 퇴원 후 2~3개월 간격으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데, 외국에 비해 기간은 길면서 치료는 불충분하며 비용은 비싼 불합리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또 “환자 및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재활의료기관·교육이 미비하며, 요양병원으로 전원 후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재활치료를 반복 제공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적절한 재활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은 사회적 책무이자 사회보장 수준을 나타내는 척도"이며 "효율적인 재활의료는 적은 비용으로 장애인구를 줄이고, 장애의 중증도와 가족의 부담을 낮춰 사회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신 교수는 재활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재활병원(병동) 제도 정립, 재활의료수가체계 구축, 뇌성마비·희귀난치질환자 호흡재활 등 과소공급 재활의료 영역 지원, 외래 기반 재활치료 및 방문재활치료 활성화 등을 제안했다.

대부분 중도장애이며 병원내의 재활치료와 사회복귀훈련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꾸준히 선진국의 재활치료 현장을 방문하고 연구를 해 온 척수협회 입장에서는 관련병원협회가 생기고 현실을 직시하는 문제점과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장애인이 된 지 30년에 다 되어 간다. 그동안 요지부동 꿈쩍하지 않던 재활의학계의 변화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이렇게 어려웠던 일이었는지 의아하기도, 아쉽기도 하다.

그동안 의료진과 환자(장애인)간의 신뢰가 부족했고 불신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환자(장애인)를 진정으로 위하고 효율적인 사회복귀를 지원하고 장애인의 권리를 생각한다면 기왕 늦은 것, 제대로 된 튼실한 제도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척수장애는 3중장애(중도, 중복, 중증)이고, 사고 이후 육체적은 물론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고충과 함께 충분한 사회복귀훈련 없이 지역사회로 떠넘겨진다. 전문복지관도 없고 전문 프로그램도 없는 사각지대에서 생존하기 위해 허덕이고 있다.

고용불안, 의료비(간병비부담, 병원에서는 장기입원기피대상), 활동보조인 기피, 가족 소외, 비현실적 보장구 가격(수동 49만원, 전동 207만원) 등)의 문제 등 사각지대의 완결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대책 없는 환경 속의 놓여진 척수장애인은 전국에 7만 여명이나 있다. 15개 법정 장애유형 대비 7번째로 많은 숫자이다. 한 해에 2,000명의 척수장애인이 발생하고 있지만 체계적인 관리가 안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미래를 위해 효율적인 재활과 사회복귀를 위해서는 다음의 사항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첫째, 재활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자

세월호사건과 메르스사태를 지켜보면서 초기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고 있다. 모든 것에는 골든타임이라는 것이 있다. 특히 재활의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당사자와 가족들은 평생을 갈등과 자책 속에서 세상을 원망하며 살 것이며,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과 예산이 투입됨을 알아야 한다.

이는 국가적인 낭비이고 전형적인 비효율이다. 인생을 좌우하는 사회복귀훈련에 과감한 초기투자가 필요한 이유이다.

장애인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들을 둘러싼 가족들의 안녕을 생각해야 한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배우자와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도 같이 수반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당당한 장애인이 되도록 과감한 초기투자를 바란다.

둘째, 당사자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기존의 의료적인 틀에서 벗어나는 재활병원이 되었으면 한다. 중도장애인 재활프로그램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동료들의 지지이다. 이러한 지지자들이 재활과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당사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병원에서는 환자(시혜의 대상)가 아닌 장애인(권리의 주체)으로 대해야 한다.

과감한 장애인 직원의 채용이 동반되어야 한다. 휠체어를 탄 의사, 사회복지사, 심리상담사, 직업재활사 등을 통하여 환자 자신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게 하고 나약해지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 병원생활이 되어야 한다.

셋째, 지역사회와의 연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병원에서의 재활과정과 사회복귀훈련은 워밍업 단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완성의 단계가 아니라 시작의 단계이다.

재활의 완성도를 높이고 자연스러운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게 하려면 지역사회와의 연계가 매우 중요하다. 장애인단체와 IL센터, 복지관과의 자연스러운 연결이 이루어지고 상호간의 모니터링이 가능한 체계를 이루어야 한다.

특히 한국척수장애인협회는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사업을 통하여 실질적인 프로그램의 수행이 가능하다. 병원과 협회와의 연계는 매우 효율적인 네트워크가 될 것이다.

전국에 있는 척수장애인재활지원센터를 활용하면 병원에서부터 지역까지 연착륙이 가능하게 된다. 현재 협회가 실행하고 있는 일상홈의 병원연계와 상호교류도 가능하다.

넷째, 이 모든 것은 환자(장애인)의 권리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인용하면, 한 명의 환자가 장애인이 되고 제대로 사회생활을 하게 하려면 병원과 협회, 지역사회, 정부의 제도가 촘촘히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장애인의 성공적인 사회복귀가 국가의 복지정책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틀게 할 수도 있다.

늦은 만큼 사명감을 가지고 천천히 제대로 가기를 기원한다. 혼자만이 아닌 모두 함께 가기를 희망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의 의미가 머릿속을 맴돈다.

세미나 전경. ⓒ이찬우

세미나 실시 전에 관계자와 기념촬영.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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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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