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짝이는 박수소리’의 한 장면. ⓒ영화 홈페이지

[성우 내레이션: 어린이와 개그맨 정종철은 3라디오에서 2007년 방송한 ‘장애인 1교시’에서 장애인 문제를 쉽고 재밌게 전달했다. 이번에도 호흡을 맞춰 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를 살펴본다]

어린이 : 오늘은 무엇을 공부하나요?

정종철 : 오늘은 반짝이는 박수소리지.

어린이: 박수소리가 어떻게 반짝거리나요?

정종철 : 그건 영화 제목이란다. 이 영화는 작년에 개봉돼 박수갈채를 받았단다. 나도 제목만 보고 나서는 박수소리가 어떻게 반짝일 수 있을까가 궁금했지.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특별한 박수소리를 들은 게 아닐까라는 의문을 품고 영화를 보았어.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내 눈에도 박수소리가 반짝이는 게 보였어. 그때 영화가 조용하고 특이한 세상으로 관객을 부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지.

어린이 : 어떤 내용이에요?

정종철 : 감독은 장애 때문에 사랑한다는 말조차 하지 못해 손과 눈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자신의 특별하지만 평범한 부모를 보여줘. 아빠는 들을 수가 없지만 누구보다 남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고 감정을 공유할 줄 아는 세심한 사람이지. 아빠 덕분에 집에는 항상 온기가 돈단다. 엄마 경희씨도 들을 수 없지만 활발한 성격으로 수화통역센터에서 일을 하며 즐겁게 살아가고 있어.

어린이 : 이 두 사람이 주인고인가요?

정종철 : 그렇기는 하지만, 감독은 부모들이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내세우지. 딸이자 이 영화의 감독인 보라씨와 아들 광희씨지. 이들을 통해 관객은 들을 수 없는 부모가 소통하기 위해 애 쓰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볼 수 있단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신파로 흐르지는 않아. 힘들어도 밝게 웃고 남을 배려하는 아빠와 엄마의 따뜻한 모습이 관객을 웃게 만들지.

어린이 : 어떤 장면이 그런가요?

정종철 : 이사를 갈지 말지를 놓고 갈등하는 부모를 찍은 장면이 압권이야. 이 장면을 통해 감독은 장애인 부모를 둔 자식의 삶을 담담하게 드러내는데 성공해. 또 굳이 다른 부모와 자신의 부모를 비교한다든가, 다른 부모 때문에 힘들다든가 혹은 부끄럽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 그 때문일까? 역설적이게도 부모의 들리지 않는 세상을 카메라로 들여다보다가 들리는 세상과 들리지 않는 세상 사이를 함께 가본 동생과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효과를 거두는 데 성공해.

어린이 : 그게 이 영화의 미덕이네요.

정종철 : 그렇지. 이 과정에서 감독은 사람을 보는 눈이 깊어지고 자기 삶을 담담하게 얘기할 정도로 속이 깊은 사람이 돼. 그래서 이 영화는 감독 자신의 성장 영화라고 할 수도 있어.

어린이 : 다 보고 나니 어때요?

정종철 : 80분 동안 영화를 보고 나면, 손짓이 생각나. 대화를 하려고 보내던 박수는, 고요하기만 했던 세상에 작은 균열을 일으키는 아름다운 움직임이 되거든. 그 덕분에 저물어가는 황혼녘 같았던 세상에는 한줄기 햇볕이 쏟아진단다.

어린이 : 감독의 시선은 어떤가요?

정종철 : 관객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거대한 밤하늘 같은 박수소리를 느낄 수 있게 해주지. 감독의 시선은 활활 타오르지는 않지만 온기를 품고 있으며, 환호성을 지르지는 않지만 탄성을 내지르게 하거든. 이런 까닭에 여리고 작은 손에서 나오는 박수소리는 심장을 두드릴 정도로 강한 파열음이 된단다.

어린이 : 그럼 결국 선과 입으로, 몸짓과 눈빛으로 대화하는 부모를 통해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가 빠지기 쉬운 전형성을 넘어서는 힘겨운 싸움에서 승리한 것으로 볼 수 있겠군요.

정종철 : DMZ 영화제에서 만난 감독은 영화 상영 후 있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다소 까다로운 질문도 부드럽게 대답하는 여유를 보여주었어. 아마도 영화를 찍는 내내 느낀 온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어린이 : 아쉬움은 없었나요?

정종철 : 있지. 왜 엄마와 아빠가, 혹은 부모와 자식들이 갈등하는 것을 많이 드러내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이 영화가 마지막에 주는 감동의 깊이가 더 깊어졌을 텐데라는 점이지.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영화 오아시스를 비디오 테이프가 늘어날 때까지 보았다. 인터랙티브 영화제, 아이디어창업·시나리오·블로그·수기 공모전 등에서 수상한 경험을 글과 영상에 녹여내 오아시스에서 더 깊은 물을 퍼내려고 한다. 지금 서 있는 이 곳이 벼랑 끝이 될 때까지.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