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장애인에게 진정 가까이 하고 싶지 않지만 늘 주변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무시무시한 놈이 하나 있는데 바로 욕창이다.

국가건강정보포털(http://health.mw.go.kr/)에 의하면 욕창이란 한 자세로 계속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때 신체의 부위에 지속적으로 압력이 가해지고, 그 부위에 순환의 장애가 일어나 그 부분의 피하조직 손상(궤양)이 유발된 상태를 말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욕창은 의식이 없는 환자, 뇌신경이나 척수신경 손상이 있어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 위중한 환자, 전신쇠약 환자 등에서 잘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 척수장애인들은 감각기능이 훼손되었기에 앉아 있어도 누워있어도 늘 조심하고 관심을 가기지 않으면 언제나 욕창의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또한 척수장애인치고 욕창으로 수술 한 두 번 안 해본 사람이 없고, 엉덩이에 욕창치료자국은 한 두 개씩 없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필자도 두 번의 큰 욕창수술을 하였고, 지금도 복숭아 뼈 부분에 몇 년째 욕창 치료를 하고 있다.

몇 년째 회복과 재발이 반복되고 있는 필자의 왼쪽 복숭아뼈와 정갱이 부분의 욕창. ⓒ이찬우

이렇듯 욕창이 걸려 입원을 하거나 하면 직장생활도 접어야 되고 사회활동도 완치 시까지 멈추어야 한다.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면 병원비는 물론 간병비와 가족들의 수고도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병원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우리 척수장애인들은 또 다시 병원생활을 해야 하는 긴장감은 말로도 표현을 하지 못한다. 욕창은 심할 경우에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어 목숨까지 위협하므로 우습게 볼 질환이 아니다.

늘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고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신체 구석구석을 정밀 감시하는 정성이 필요하다. 하루라도 빨리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욕창이 발생하기 쉬운 부위를 나타내는 그림. ⓒ이찬우

욕창의 단계별 피부설명과 실제모습의 사진(미국욕창자문위원회(National Pressure Ulcer Advisory Panel)). ⓒ이찬우

아이러니하게 다른 문제로 입원을 한 병원에서 욕창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병원관계자가 척수장애의 이해와 욕창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없다면 그럴 확률이 높다. 척수장애를 이해시키고 에어매트리스 제공과 주기적인 체위 변경과 맛사지 등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여야 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욕창치료는 병원 입장에서는 돈이 안되는 치료이다. 수술이후에 상처소독과 함께 새살이 차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치료이므로 그럴 것이다.

최근 16일 이상 입원이면 장기입원이 되어 자기부담률이 높아가는 건강보험법 개정 이후 한 대형병원에서는 완치가 되지도 않은 몸임에도 퇴원을 종용하고, 어쩔 수 없이 무리하게 휠체어를 타게 되어 그로 인해 엉덩이 부분의 수술부위가 터져서 다른 병원에 가서 재수술을 하는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발생하였다.

척수장애인의 특성과 욕창의 무서움을 알면서도 내쫓듯이 환자를 퇴원시킨 의료진의 횡포에 화가 난다.

보통 욕창 수술을 하게 되면 2~3개월이 걸려야 완쾌가 된다. 수술한 부위에 살도 차올라야 하고 그 살이 제 역할을 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욕창은 예방이 최우선이다. 엉덩이 부분의 욕창예방에는 방석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건강보험공단의 장애인보장구 지급품목에는 욕창방석이 없다. 보건복지부의 장애인보조기구 교부사업과 장애인고용공단에서도 이 품목은 필수로 제공되고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우를 범하지 않고 의료사각지대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건강보험공단도 욕창방석의 품목확대가 필요하다.

방문간호팀에 전문적인 욕창치료팀을 구성하여 병원에 가지도 못하고 상처를 악화시키고 있는 척수장애인과 와상장애인에게도 질 높은 치료가 제공되어야 한다.

척수장애인 뿐만 아니라 와상장애인, 노인들도 욕창으로 고생을 한다하니 범국가적으로 욕창을 예방하고, 교육하고, 치료하는 전문직이 양성되어야 할 것이다.

욕창치료에 대한 연구도 강화하여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는 매년 욕창포럼을 열고 있고, 이대목동병원에서는 욕창관리위원회를 구성하여 연구하고 있다고도 한다. 아주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장애인 당사자들도 욕창이 발생되지 않도록 영양관리도 철저히 하고 술·담배도 절제하며, 발생초기에 신속한 조치를 취하고 의료진의 도움을 받도록 하자.

욕창은 아무리 생각해도 결코 가벼이 보아서는 안 되는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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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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