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금이다’라는 옛 속담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지금은 자신이 느끼는 감정 또는 자신에 대하여 자신에 대해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은 알리는 '자기 PR시대'라고 할 만큼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의견을 교환하는 시대이다. 정치권에서 소통(疏通)과 불통(不通)이 늘 화두(話頭)가 될 만큼.

언어 및 의사소통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술이다. 그러나 여러 장애로 인해 기본적인 의사소통까지 불편함을 가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러한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은 기본적 권리인 교육의 현장에서도 많은 제한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위하여 보완대체의사소통(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 AAC, 이하 AAC) 체계를 사용하여 아동의 말을 보완하거나 대체하여 의사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훈련시켜야 한다.

보완대체의사소통시스템(AAC)은 의사소통 능력에 제한이 있는 장애아동들이 통합된 환경 내에서 비장애 또래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우정 관계를 형성하고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ASHA (미국 언어병리학회)에 의하면 한 개인의 의사소통 체계는 말(speech)과 다양한 보완적 테크닉(쓰기, 제스처, 얼굴표정 등)을 다 포함하며, 누구나 타인과 상호작용을 할 때 자신의 의사소통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두 요소를 다 사용하게 된다.

ASHA 는 AAC에 대한 정의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AAC란 언어치료사 및 청능 치료사들이 중도(重度)의 표현 의사소통장애(말, 언어 및 쓰기 장애)를 지니는 사람들의 장애를 일시적으로 혹은 영구적으로 보충하고 촉진하고자 임상, 연구 및 교육의 실제를 담당하는 영역과 관련된다.

따라서 AAC로부터 혜택을 받을 심한 의사소통 장애를 지니는 이들이란 몸짓하기, 말하기, 쓰기가 자신의 모든 의사소통 욕구를 충족하는 데 일시적으로나 영구적으로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이며, 여기에서 의사소통 장애의 일차적인 요인이 청각장애인은 제외된다.

ASHA는 AAC 체계 (AAC System)를 “의사소통 촉진을 위해 사용되는 상징, 보조도구, 전략 및 테크닉의 통합군"이라 정의하였는데, 이는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다양한 구성요소와 다양한 양식을 사용할 것을 강조한 것이라 하겠다.

의사소통 시 얼굴 표정, 응시, 몸의 자세, 손 움직임과 같은 제스처의 사용도 AAC 내에 포함됨을 의미하며, 최중도 지적장애인에게 제스처 양식을 통해 의사소통 능력을 신장시키고자 하는 중재 또한 AAC 전문가의 책임 영역임을 의미한다.

또 하나의 구성요소인 “보조도구(aid)"란 “의사소통 책, 의사소통 판, 차트, 기계 혹은 전자장치와 같이 메시지를 전하고 받는데 사용되는 물리적 도구"를 말한다.

AAC 사용목적 및 효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AAC의 사용목적 혹은 기대효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AAC 사용의 가장 큰 목적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동 또는 성인의 의사소통을 좀 더 쉽게 해주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동이 무엇을 말하려고 할 때마다 매번 스무 고개를 해야만 하는 경우라면, 아동과 대화 상대자 모두가 쉽게 지치게 된다. 아동은 점차 꼭 필요한 경우만으로 자신의 자발적 의사소통을 줄이게 될 것이며, 대화 대상자 역시 마찬가지가 되기 쉽다.

또한 환자가 성인 진행성 질병의 말기 단계에 가까워 진 경우에는 구어를 향상시키기 위한 언어치료보다는 적절한 AAC 체계를 적용하는 것이 실질적이다.

둘째, AAC의 사용으로 의사소통 장애가 심한 아동들의 의사소통 실패로 인한 좌절을 감소시킴으로써 문제행동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장애가 심한 아동들의 문제행동 중 많은 경우 그들의 원하는 바가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전달되지 않을 때 일어난다.

예를 들면, 교사의 주의를 끌고 싶거나 주어진 과제가 너무 어려운 경우에 쉽게 표현할 방법이 없으면 소리 지르기, 책상 두드리기 등의 문제행동으로 나타나게 되며, 의사 소통하는 데 지속적인 실패를 경험할 경우 우울감이나 자해행동 등의 폭발적인 행동을 감행할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연구들이 해당 문제행동을 분석한 후 그 기능을 대신해 줄 수 있는 간단한 그림카드 등의 이용으로 문제행동을 감소시키는 데 성공하였음을 보고하였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제공되는 AAC 체계의 사용이 기존 문제행동보다 효용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 사회성의 향상 및 더 많은 일반 활동에의 참여를 가능케 하기 위한 것이다.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는 아동들의 경우 대부분 자신의 의사표현 방법을 잘 이해하고 적절한 질문을 해주는 사람들과만 대화를 하게 된다. 따라서 새로운 환경에 접했을 때나 친밀한 대화 대상자가 없는 경우에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좀 더 체계적이고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AAC 체계를 사용하게 될 때, 더 많은 일반 활동에 참여하기가 용이해질 것이다. 또한 사회적으로 적절한 대화술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넷째, AAC 사용으로 구어발달을 촉진하고자 하는 것이다.

부모나 일부 전문가들은 조기에 AAC 교육을 시작하면 아동의 구어 발달이 저해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나, 이 실어증, 지적장애, 자폐증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들의 결과를 종합해 본 바에 따르면, AAC 교육이 자발적 구어사용 발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절반 정도의 경우에는 구어를 사용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AAC 사용 목적은 다양하고 복잡하나 그 주요 목적은 심한 말하기/쓰기 장애를 지니는 개인으로 하여금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원으로 참여하거나 혹은 재활할 수 있을 만큼 효율적으로 의사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것이라 하였다.

서비스 전달과정 시작부터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AAC팀 구성원은 AAC 사용자, 그 사용자에게 가까운 사람들(예 : 부모, 보호자, 가족 및 의사소통 파트너), 고용주, 거주시설 감독관 등으로, 이들이 AAC 중재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원들임을 중시한다.

최근에는 테크놀로지의 발달과 인터넷의 보급으로 장애인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여러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보조기구의 개발, 장애인들의 웹 접근성 증대 등에 대한 요구와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서 통합된 상황에서 일반 PDA기기를 중도 뇌성마비 장애인의 의사소통을 위한 AAC도구로 사용한 하이테크 AAC 도구의 개발 및 적용사례 등에 관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스마트 시대에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의사소통 요구를 통합된 환경 내에서 가장 덜 제한적인 방법으로 충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여러 종류의 모바일 AAC 소프트웨어를 연구 개발하고 그에 대한 사용성을 평가하여 사용자의 요구사항 및 피드백을 반영한 고품질의 모바일용 AAC를 개발하는 노력은 그 필요성이 크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장애유형과 장애정도를 가진 장애인들의 의사소통에 대한 요구 충족,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의사소통 표현 확장, 스마트 기기 환경 내에서 시대적 요구에 부응, AAC기기 사용에 대한 사회적인 낙인(social stigma) 최소화 등 장애인들의 정보 접근을 도와주기 위해 유용하게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AAC 체계의 효과성에 관한 연구들에서 사용된 도구들은 대부분 언어 장애인을 위한 AAC 전용 기기였다.

AAC 전용기기 사용자들은 AAC를 사용함으로써 의사 소통에는 효과적이었지만 사회에서 분리되는 감정을 가지게 되고,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역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AAC 사용자들이 사회에서 의사소통을 더 활발히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AAC 체계가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것이어야 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쓸 수 있는 보편적 설계기반의 기기를 제시하여 많은 의사소통 옵션들 때문에 발생하는 의사소통 오류를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보편적 설계기반의 기기를 이용한 AAC 이용에 대한 연구와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또한, 과거 AAC(보완대체의사소통)는 여러 장애유형 중에서도 지체장애 학생에 편중되어 적용되어져 왔으나, 근래에 들어서 지적장애 및 자폐성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AAC를 활용하는 등 적용영역 확장이 눈에 띄고 있으며, 그 효과 역시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기대할만 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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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Kg의 미숙아로 태어나면서 출생 시 의료사고로 심한 뇌병변장애를 운명처럼 가지게 되었다. 부산장애인자립생활대학 1기로 공부했으며, 대구대 재활과학대학원에 출강한 바도 있다. 지금은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모바일‧가전을 포함한 장애인 접근성, 보조공학 등 관련 기술을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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