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장애인과 관련되어 외국의 의료시스템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이 손상초기부터 팀접근(team approach))방식으로 척수손상환자에게 접근한다는 것이었다.

즉 손상 후 병원에 실려 올 때부터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비뇨기과 등이 동시에 협진을 하고, 물리치료실, 작업치료실, 사회사업실, 직업상담실, 심리상담실 등 많은 부서가 한사람의 척수장애인의 회복을 위해서 협력을 하는 것이다.

이 의미는 척수장애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최적의 회복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정형외과나 성형외과에서 외과적 수술 후에 재활의학과로 전과를 시키고, 필요에 따라 비뇨기과 등 타과와 협진을 하는 등 따로따로 각 과의 입장에서 순차적 진료를 하다 보니 시간이 가는 만큼 효율적인 치료가 안 되는 아쉬움을 환자들은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7일 대한척수손상학회의 학술대회를 참석하고 시나브로 한국의료계의 변화가능성을 보게 되었다.

대한척수손상학회는 신경외과, 비뇨기과, 재활의학과, 정형외과의 의료진과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이 함께하는 학회이다. 벌써 12번째 정기학술대회를 치루고 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서울아산병원 교육연구관에서 열린 이 대회를 척수장애인협회를 대표하고 당사자의 입장에서 참가를 하였는데 작년보다 더 진일보한 학술대회였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6개의 세션과 2개의 워크숍을 진행하는 강행군이지만 참석한 모든 분들을 통해 척수장애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애정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여러 편의 발표 중에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었던 몇 가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국립재활원 이범석 부장의 ‘척수손상인의 비만’에서는 비만의 의학적 위험성, 측정방법, 영양관리, 운동요법과 국립재활원에서 시행한 비만관리프로그램의 적용사례와 긍정적인 결과에 대한 발표를 했다.

그러나 이 필요성이 인정되고 효과도 입증된 이 프로그램에 대한 수가가 0원이라서 아쉬움을 토로하셨고, 보험급여나 바우처를 통해서 확산이 필요하고 장애인의 비만에 대한 연구와 사업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국립재활원 이범석 부장의 ‘척수손상인의 비만’ 발표장면. ⓒ이찬우

워크숍에서 열심히 경청하는 참가자들. 이들은 주로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들이다. ⓒ이찬우

국립재활원 간호과의 김미경 간호사는 ‘신경인성 장 관리’라는 워크숍 발표에서 척수장애인들은 스스로 배변하는 것이 어려워서 실변 등이 사회생활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이고 조절되지 않는 배변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큰 불편함의 원인이라고 했다.

그래서 배변관리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적절한 수분, 식이, 활동, 직장자극법, 약물사용, 보조기술이 필요하다고 하였고, 증상과 관리방법에 대한 실연과 친절한 설명을 해주어 이해하기가 무척 쉬웠다.

척수손상초기에 이런 배변훈련을 정확하게 받고 훈련을 한다면, 실변 등의 실수가 두려워 사회생활을 포기하는 척수장애인들이 줄어들 것이다.

이어 강의를 한 국립재활원 사회복귀과 김동민 주무관이 병원기반의 사회복귀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했다.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운전교육과 스포츠체험, 일상생활훈련, 부부집단프로그램, 주거상담과 개선, 학업과 직업연결, 멘토링 등에 대한 설명이었다.

척수장애인의 퇴원 이후 삶의 질을 결정하는 이런 중요한 프로그램이 일반 재활병원에서는 시행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 행위에 대한 수가가 없기 때문이다. 국립재활원의 진정한 역할은 모든 재활병원에서 사용가능하도록 수가화하고 보급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지역사회에서의 안착을 위해서는 지역자원의 활용이 중요한데 척수협회 같은 민간단체와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병원기반의 사회복귀는 지역사회의 사회복귀훈련을 통해 완생되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신형익교수는 ‘척수손상인을 위한 건강보험급여 확대 방안’의 발표를 통해 올해부터 재가척수장애인의 호흡기 보험적용이 시행됨을 보고 했고, 후천성신경인성방광환자인 척수장애인의 도뇨카테타 요양비지급의 필요성, 보장구 수가의 현실화 필요는 척수장애인의 삶에 매우 중요하다고 발표를 했다.

이를 위해서 척수유형분리의 필요성, 당사자와 전문가의 협의체 필요, 보장구 대여방식의 도입에 대한 제언을 했다. 시의적절한 주장이었고, 척수장애 유형분리를 통해 대상자의 정확한 산출이 나와야 그에 따른 실효적 방안들을 계획할 수가 있는 것이다.

척수장애인은 경력단절의 장애인이고 이런 훈련을 통해 경제활동과 사회생활이 충분히 가능한 장애유형이다 앞으로 학회와 협회의 긴밀한 교류와 연구 활동이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척수협회 김소영 재활지원센터장은 ‘척수손상 후 심리적 적응을 돕는 방법’이라는 특강에서 당사자가 재활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그 어떤 행위보다 효과적임을 강조하고 전문가가 척수손상환자를 진정으로 알아가려는 태도를 보이는 낮은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다른 특별한 프로그램은 케이스관리인데 두 개의 척수손상 사례를 발표하고 비뇨기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전문의가 치료에 조언을 해주는 협업방식의 토론 모습은 신선하고 의미가 있는 순서였다.

진정 바라건대 모두가 학술적인 교류뿐만 아니라 의료현장에서도 실질적으로 활발히 교류하기를 바라고, 이를 통해 척수장애인에게 병원생활이 고난의 시간이 아니라 사회복귀를 위한 절대 필요한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척수협회 김소영 재활지원센터장의 ‘척수손상 후 심리적 적응을 돕는 방법’ 특강 장면.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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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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