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부처에서 전화가 와서 ‘왜? 척수장애가 중증장애냐’라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어이가 없다기보다는 차라리 척수장애가 그리 심각한 장애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척수장애는 한마디로 3중 장애이다. 중증장애이며, 중도장애이고, 동시에 중복장애임을 말한다. 그만큼 삶이 녹녹치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척수장애는 신체적, 경제적으로 어려움은 있을지라도 제도적으로 최소한의 뒷받침만 있다면 사회 속으로 당당히 나와 함께 하려는 진취적인 장애이다.

척수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7만 척수장애인들은 지난 한 해 동안 열심히 살았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했다.

2015년에는 중증장애인인 척수장애인의 삶이 풍요로워지기를 바라며 몇 가지 바램을 적어본다

첫째, 의료관련 지원이다

척수장애는 평생을 후유증과 합병증을 동반하는 장애이다. 병원생활 초기부터 의료비의 과다지출로 인한 경제적 소진이 안되도록 해야 한다. 퇴원 이후에 금전적인 소득을 얻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더욱 더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다.

특히 병원생활에서 절대적인 비용으로 간주되는 간병비 지원문제는 가족관계의 회복을 위해서도 특히 필요한 항목이다. 정부가 ‘보호자 없는 병동’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지마비,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을 위해 운영 확대해 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그리고 희귀난치성질환자에게만 지원되는 인공호흡기 비용지원도 호흡기가 필요한 최중증의 척수장애인에게 꼭 지원해 주어야 한다.

자세유지보조기도 예방차원에서 사전 보급해 주어야 한다. 척수손상 레벨이 높은 경우는 시간이 지나면 척추의 변형이 오게 되어 있는데,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 사전 보급해 줄 당위성이 있다.

척수손상 후 후유증과 이후 주기별 합병증에 대한 매뉴얼도 제작 보급하여 당사자 스스로 건강에 대한 예방과 준비를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위한 검진장비의 개발과 병원의 접근성 확대, 의료종사자의 척수장애에 대한 이해를 위한 교육도 병행되어야 한다.

여성척수장애인들의 출산과 양육을 위해 체계적인 의료정보지원도 필요하다.

둘째, 사회복귀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장애인은 환자가 아니다. 환자가 빨리 장애인이 되도록 병원에서부터 사회복귀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재활병원에서 다양한 사회적응 훈련을 받아야 하고, 그를 위해 사회복귀관련 프로그램의 수가가 현실화되어야 한다. 이를 시행하지 않으면 사회복귀의 시간이 늦어지고 그만큼 장애인의 삶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또한 가정으로 아무런 부담 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물리적인 환경개선(출입구, 화장실개조 등)도 사회복귀를 위한 준비 중에서 빠져서는 안 된다.

전국적으로 양질의 재활서비스와 사회복귀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팀 방식의 지원, 인프라 구성과 전문 인력의 양성이 필요하다.

특히 장애인 가족 지원이 병행되어야 사회복귀 후의 효과를 담보할 수 있다. 척수장애인의 보호자, 배우자, 자녀들을 위한 심리상담과 장애에 대한 이해교육도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일상의 삶을 위하여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척수장애인은 당연히 사고 전의 환경으로 돌아가야 하고 그 곳에서 발전해야 한다. 몸은 불편하지만 그 불편이 장애가 되지 않도록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하루에도 5~6번의 소변배출을 위한 도뇨 카테터의 요양비 지급이 필요하다. 이 것은 인간의 기본욕구인 배뇨에 대한 최소한의 지원을 통해 일상의 삶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그리고 척수장애인의 다리 역할을 해주는 휠체어보장구의 수가 현실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수동휠체어는 48만원, 전동휠체어는 209만원인 지원금을 확대하여 현실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척수장애인에게 휠체어는 사치품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위한 필수적인 품목이다.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을 위한 활동형 휠체어, 사지마비를 위한 특수전동휠체어를 현실적 가격으로 보급하여 그들의 이동권과 건강권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즉시 개선되어야 한다.

또한 활동보조인과 가족을 위한 보조기구의 보급 확대가 이루어지 않으면 척수장애인들은 천덕꾸러기가 될 것이다. 다양한 이승용 리프트, 코모도(이동변기) 등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힘쓰는 일을 도와주는 장비의 보급이 선행되어야 척수장애인들의 사회참여가 활발해 질것이다.

그리고 최중증 장애인들을 사회활동을 위해 ‘활동보조 24시간 보장’도 하루 속히 제도화되어야 한다. 또한 가족이 활동보조가 가능하도록 제도개선도 필요하다.

척수장애인들의 이동권을 위하여 차량 개조를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 운전장치, 탑승장치, 휠체어탑재장치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스스로 운전이 가능하거나 또는 최소한의 도움으로도 이동하여 사회활동이 가능하도록 차량지원이 필요하다.

넷째, 일하고 싶다

척수장애인들은 사회경험이 많은 장애유형이다. 경력단절 장애인이다. 사고 전의 능력이 사장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몸은 불편하지만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사고 전의 직장 복귀를 최우선으로 하는 근로정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근로유지를 위한 정부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 일 없이는 삶도 없다.

세금 내는 장애인으로 육성하면 정부예산도 절감할 수 있으며, 일하는 장애인을 통해 사회분위기를 변화시킬 수 있다.

사고 전의 삶을 회복하고 발전하도록 최소한의 지원이 필요하다. 최소한 이렇게 된다면 척수장애인은 능동적이고 생산적인 장애인이 될 것이다.

15개의 법정장애유형에 속하지 못한 척수장애를 장애유형 확대를 통하여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는 효율성을 따진다. 투자대비 효과를 늘 이야기 한다. 척수장애인에게 투자하기를 제안한다.

올해는 청양띠이다. 청색에는 행운과 긍정, 진취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 2015년 청양띠는 진실, 성실, 화합을 의미하기도 한단다.

척수장애인의 바람이 청색의 기운을 받아서 차곡차곡 성취되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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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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