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크로스의 멤버인 김혁건, 이시하씨의 포스터 사진. ⓒ이찬우

한해를 마무리하는 2014년도의 마지막 날, 세종대 대양홀에서 열린 콘서트를 보는 두 시간 내내 가슴 먹먹함에 그리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야기 콘서트를 한다기에 전동휠체어를 타는 전신마비 최중증 척수장애인인 혁건 씨가 어떻게 2시간의 콘서트를 이끌어 갈까하는 궁금증도 있었습니다.

연극형식으로 보여준 사고 초기의 두려움과 희망 없었던 병원생활, 사랑하는 연인도 떠나고, 가족들의 헌신에 미안함, 불안한 미래에 대해 고뇌하는 장면들, 장애인으로 살아야 하는 현실.... 같은 척수장애인의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사고 전에 대형가수로 촉망받던 혁건 씨가 사고 이후에 어떻게 재기를 하는지도 알게 되었지요.

아마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가 1년전 인가 국립재활원 로비로 기억을 합니다. 퇴원을 앞두고 막막해 하는 혁건 씨에게 장애선배입장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걱정 말라고 잘 할 수 있다고.. 나의 이야기를 들을 때 큰 눈을 껌뻑이던 모습을 기억합니다. 세월이 지나 이렇게 본인의 삶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혁건 씨를 그림자처럼 도와주는 시하라는 친구가 있고, 재기를 위해 애를 쓰신 기획사 사장님과 동료들이 있었지요. 그 누구도 원치 않는 사고였지만 그럼에도 혁건 씨는 참 복이 많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아들의 재기를 위해 생업도 포기하고 수족의 역할을 해주시는 부모님이 계시죠, 특히 아버님은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보조기를 만들려고 전국을 돌아다니셨다는 내용이 가슴 아팠습니다.

그리고 혁건 씨의 꿈을 위해 이상묵 교수, 김종배 교수 등 많은 분들이 힘이 되어 주셨지요.

한편으로 아직까지도 장애인의 사회복귀를 위해 국가의 체계적인 뒷받침보다는 가족의 희생과 지인들의 도움, 스스로의 힘겨운 노력만으로 이겨내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21세기에 복지국가라는 한국에서 이렇게 개인의 힘만으로 장애를 극복하게 하는 것이 얼마나 넌센스인지 모르겠습니다.

사고 이후 신속한 치료와 재활, 학교나 직장으로 사회생활을 준비하게 하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선진화된 사회복귀시스템과 자립할 수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만 있으면 되는데 아쉽기만 합니다.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척수협회에서도 노력을 하지만 많이 부족했음이.... 미안합니다.

척수장애인이 살기는 참 어려운 사회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사회생활을 하고 사고전의 삶보다 더 나은 삶을 사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겠습니다.

바라건대 부모님의 헌신적인 희생이 없어도 최중증의 장애인 스스로도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사회를 함께 만들어 봅시다.

그것을 위해 합리적인 제도개선과 사회의 인식개선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혁건 씨처럼 당사자가 직접 행동하며 보여주는 그 용기는 많은 지지가 됩니다.

혁건 씨

혁건 씨가 그렇게 살아 온 것처럼 힘이 들더라도 피하지 말고 정면승부하고 도전하는 진취적인 삶을 사는 모습을 당당하게 보여줍시다.

현재의 성취에 만족하지 말고 최고의 가수가 되도록 더 힘을 씁시다. 자만하지 말고 겸손함을 잃지 않는 큰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제 더 이상 울지 말고 웃으며 희망을 노래합시다. 더 이상 가슴 아픈 노래는 하기 싫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을 합니다.

파트너인 시하 씨의 말대로 장애인이 부르는 동정어린 노래가 아니라, 노래가 너무 좋은데 그 가수가 장애인이라는 평을 받도록 합시다.

찬바람이 세밑추위를 더하게 하지만 더 큰 희망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는 혁건 씨 덕에 2015년도에도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목표가 생깁니다.

우리 모두 건강하고 행복합시다.

공연 후 기념 촬영. 왼쪽으로부터 필자, 성우로 입문한 송치현씨, 김종배 박사, 최보윤 변호사. ⓒ이찬우

공연장 밖. 만일의 사태를 위해 준비된 엠뷸런스가 대기하고 있다.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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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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