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타카마사막 레이스를 하면서 사하라사막에서 레이스를 함께 했던 장한 청년 장한 군을 내내 생각했다.

만약 그때 장한 군이 아버지와 함께 레이스를 했었다면 끝까지 완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들 원과 함께 한 아타카마사막 레이스는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사막과 빙원이 같은 세계이듯 육체의 고통과 마음의 행복 또한 함께 있었다.

나는 ‘해주는 밥이나 먹으면서 방안에 있어야 할 팔자인 몸’으로 어드벤처레이스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남극 빙원에서 함께 레이스를 했던 이태리인 안드레아가 완주를 끝냈을 때 내게 말했다.

“당신은 진정한 슈퍼스타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슈퍼스타들과는 다른 진정한 의미의 슈퍼스타이다. 당신은 인류의 정신사에 길이 남을 슈퍼스타이다.”

시각장애인에게 가장 절실하게 장애가 되는 것은 이동할 때다. 내가 시각장애인으로서 어드벤처레이스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은 장애를 극복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내게 주어진 여건에서 나의 길을 간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을 뿐이다. 이제 나는 새로운 길을 갈 것이다. 글쓰기다.

‘삼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이라는 제목의 시집과 ‘나는 희망을 꿈꾸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수필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지금까지 해 왔던 일에 비하면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사하라 레이스를 한 지 6년 후에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글쓰기야말로 어드벤처레이스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끝>

74회에 걸쳐 연재한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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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태씨는 군복무중이던 22살 때 수류탄 폭발사고로 두 눈을 실명하고 1급 시각장애인이 됐다. 꾸준히 장애인계에서 활동해왔으며 현재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이자 전북 시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 4대 극한 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마라토너이자 '삼 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이라는 시집을 낸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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