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엿새 동안 사막의 힘을 온몸으로 느꼈다. ⓒkbs 방송화면 캡처

때로는 어떤 일을 성취하고 나서 나를 생각해 보면 나 자신이 경이롭다는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

인간이 지닌 능력의 한계가 자신에 대한 긍정에서 우러나온 마음가짐과 노력에 따라서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다는 걸 실감했다.

백두산과 한라산을 오르고 국토를 두 차례 종단하고 미 대륙을 석 달 동안 걸어서 횡단하고 로키산맥 수직 암벽을 올랐던 체험과 그 과정에서 쏟았던 노력이 내 정신의 영역을 놀라울 정도로 확장시켜 주었다.

아내의 비난처럼 찬사에 굶주린 인간은 아니다. 무책임한 가장에다 이기주의자라는 말에는 어느 정도 수긍을 하지만 찬사에 굶주려서 정신적인 허영을 결코 추구하지 않았다. 나는, 내가 지닌 능력을 확인하고 싶어서 끊임없이 어려운 일에 도전을 해 왔다.

보편의 잣대와 기준 너머에 있는 가치와 의미를 확인하고 싶어서. 어제 아들 민이 ‘이번 일에 자신이 생겨서 앞으로 더 험한 일에 도전하실 거잖아요’라고 한 말이 내 마음에 울타리가 되고 있다.

어쩌면 그 말이 풀리지 않은 응어리가 되어 내 마음을 누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질의 풍요와 일상의 안락이 삶의 최고 가치는 아닐 것이다.

가난에 찌든 예술가들이 존경받는 까닭은 물질의 풍요와 일상의 안락과는 거리가 먼 삶이지만 보편의 잣대와 기준 너머에 있는 가치와 의미를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비록 예술가들처럼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을 보여 주지는 못하지만 나의 행동을 통해서 스스로 느끼는 행복감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글을 쓰고 싶다’는 나의 생각은 아들 민이 한 말 속에 담겨 있는 가족의 바람이 내 마음에 울타리가 되었을 때, 울타리 안에서 제한받고 싶지 않은 내 정신의 자구책이 아니었을까?

글을 쓴다는 것은 땀과, 시간과, 금전과, 위험 부담 없이 정신을 확장시킬 수 있는 길이다. 글을 쓰면 가정의 평화까지도 따를 것이다.

길가에서 관광객들이 보내는 박수 소리가 들린다. 이제 6박7일 동안의 레이스가 막을 내릴 지점이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다.

카이로 공항에 도착했던 일주일 전의 일이 까마득히 오래 전의 일처럼 느껴졌다.강가에 앉아 있어도 흐르는 강물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강의 흐름은 보고 있지만 눈앞에서 흘러가 버린 강물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듯이 시간 속에 있었던 일들 또한 시간이라는 강물처럼 그렇게 흘러가 버렸다.

사하라 240㎞도 그렇게 흘러가 버렸다. 마음이 허전하다. 마노 다약의 글귀가 다시 생각난다.

‘내게 있어 사막은 가슴 시린, 다시 한 번 찾아가 내 손과 영혼으로 매만져 보고 싶은 영상이자 너무나도 아름다운 꿈이다. 내 감정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것은 누구에게 설명하거나 함께 나눌 수 없는 무엇이다.

사막에서 태어난 자는 어느 곳에 살든 사막에 대한 강한 애착을 버리지 못한다.

사막을 떠나도 자신의 우에드(고운 모래), 자신을 기다리는 천국을 가슴에 고스란히 품은 채 살아간다.’

사막은 자장이 강한 땅이었다. 푸른 산, 정답게 흐르는 시냇물, 새들이 지저귀는 동산, 삶의 터전인 논과 밭, 계절 따라 빛깔이 바뀌는 자연, 이런 환경에서 성장한 내게 사막은 신비와 경이로움을 안겨 주었다.

그 신비와 경이로움의 자장이 지금 나를 끌어당기고 있다. 나는 엿새 동안 사막의 힘을 온몸으로 느꼈다.

비록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사막의 신비와 경이로움은 내 영혼을 압도하는 힘이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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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태씨는 군복무중이던 22살 때 수류탄 폭발사고로 두 눈을 실명하고 1급 시각장애인이 됐다. 꾸준히 장애인계에서 활동해왔으며 현재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이자 전북 시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 4대 극한 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마라토너이자 '삼 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이라는 시집을 낸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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