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이 땅의 우리 아버지 상을 그린 작품으로 출간 당시 독자들로부터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던 조창인 작가의 『가시고기』라는 소설이 있었다.

아버지의 희생에 대한 가슴 여린 이야기로 부모에 대한 감사함을 생각게 했던 소설로 기억이 된다.

이 세상에 자식을 위해 희생하지 않는 어머님, 아버님이 어디에 있겠냐마는 장애 자녀를 가진 부모님의 희생은 눈물겹지 않을 수 없다.

특별히 중도에 질병이나 사고로 척수손상의 장애인이 되면 당사자의 낙심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주위의 가족들의 상심 또한 이루 말할 수 가 없다.

하루아침에 운동, 감각기능 잃어버리고 똥오줌도 못 가누는 하지마비나 사지마비의 척수장애인이 되어 삶에 대한 증오와 방황으로 시간을 보내는 척수장애인들을 바라보는 보호자의 심정은 그 누구도 헤아릴 수가 없을 것이다.

부모와 배우자의 죄의식은 평생을 따라다닌다. 평생을 죄책감에서 살고 서로가 눈치를 보는 사이가 되기 때문에 건강한 관계가 유지되어야 그 무거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 수가 있다.

필자의 어머님도 스물여덟의 장남이 하루아침에 휠체어를 타야하는 하반신 마비의 장애인이 된다고 했을 때 한동안 정신을 잃으셨고, 평생을 당신이 아픔을 대신하지 못하심에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죄스러워 하신다.

장애인당사자의 고통과 어려움에 대해서는 모두들 이해하고 위로를 나누려고 하지만 그 주변의 가족들에게는 그 만큼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는 사이 장애인 당사자는 시간이 흘러흘러 홀로서기를 준비하는데 주위의 부모님을 포함한 가족들은 소진이 되어 회생하기가 어려운 지경이 된다.

손상초기부터 환자들과 함께 보호자가 위로받고 상담치료와 교육을 함께 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간병하는 보호자의 정서적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왜냐하면 장애를 인정하고 일상의 삶을 살아나가는데 가족의 지지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입원초기부터 가족들이 24시간 지속되는 간병으로 손상초기부터 소진되지 않도록 간병비지원이 필수적이다. 가족은 가족으로서의 역할을 하기에도 벅찬데 거기에다가 환자를 케어하는 간병인의 역할까지는 무리이다. 보호자가 건강해야 당사자도 건강할 수가 있다.

영국에서는 가족이 장애인을 의료적으로 케어하는 일은 부담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가족은 가족이지 간병인이 아니라는 간단한 이유이다.

또한 퇴원이후에는 보호자의 육체적 소진방지를 위해 다양한 보조기기의 지원확대가 필요하다. 사지마비의 척수장애인을 돌본다는 것은 건장한 남성도 어려운데 연로하신 부모님들이나 연약한 배우자가 하다 보니 허리와 어깨가 망가지는 근골격계 질환으로 장애인당사자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다.

이를 위해 장애인을 들어 올리거나 욕조에서 씻기거나 하는 반복적인 일을 도와주는 보조기기(리프트, 레일장치, 맞춤형 전동휠체어 등)의 지원과 차량개조, 주택개조 등의 다각적인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이다.

간병으로 인해 근골격계관련 치료나 디스크 수술 등이 필요한 보호자를 위해서는 의료비 지원을 통하여 나라에서 해야 할 일을 대신하는 보호자들에 대한 의료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시각장애인 안마서비스 프로그램을 중증장애인을 돌보는 보호자에게도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되겠다.

그리고 장애인 자녀를 돌보는 보호자를 위한 쉼 제공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활동보조인이 있다 해도 평생을 희생해야 하는 보호자의 힐링을 위해 정부의 공적자금으로 힐링 바우처 제공 등의 관련 프로그램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시에서 ‘2015년 달라지는 서울시정, 서울시정 다이어리’를 통해 발표한 ‘장애인 돌봄가족 휴가제 실시’가 좋은 예이다.

장애인을 돌보기 위해 생업을 포기해야 하는 보호자를 위한 경제지원책도 필요하다. 최중증의 척수장애인의 경우 활동보조를 가족이 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두어 경제적인 부담을 덜게 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

보호자를 위한 지속적인 심리상담과 장애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 정기적인 교육도 필요하다. 가족들이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사회복귀에 걸림돌이 되고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가족이라는 명분과 보호자라는 지위로 장애인 자녀의 선택권을 가로 막고 자율권을 침해하는 사례도 많이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당사자가 자립하도록 하는 환경 조성인데 이는 물리적인 것도 있지만 보호자 없이 독립하여 살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역할도 보호자의 몫인 것이다.

다 큰 성인을 장애인이라는 이유와 보호본능 때문에 자립하지 못하도록 가로 막는 것도 보호자의 역할은 아닌 것이다.

가족 내에 장애인이 발생하면 그 집안은 풍비박산이 난다. 다양한 지원책으로 장애인은 물론 보호자도 본연의 삶을 살도록 지원하는 것이 복지국가이다.

가족의 한없는 희생이 전재된 장애인복지는 후진적인 복지이며 가슴 아픈 복지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