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사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슬픈 안내문. ⓒ이찬우

최근 협회 행사차 대전역사에 있는 회의실을 가기위해 중앙광장으로 내려가는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문에 붙어있는 참 희한한 문구를 보았다.

‘전동휠체어 충격금지, 엘리베이터 고장의 원인이 됩니다.’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전동휠체어가 충격 때문에 엘리베이터가 고장나니 주의하라는 이야기인데 한편 이해는 가지만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만일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사고로 인한 장애인의 안전보다는 기물의 가치에 더 비중을 두는 현실이 이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존재감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

가던 길을 멈추고 엘리베이터 앞에 잠시 있었는데 전동휠체어의 이동보다는 역사안의 점포에서 사용하는 카트나 청소용 수레 등의 이동이 더 많은 것을 보고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글의 파급력은 강력하다. 이것을 본 사람들은 전동휠체어가 엘리베이터 고장의 원인으로 인식을 할 것이고 이는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것이다.

‘전동휠체어 충격금지, 안전사고로 추락 등 인명사고의 위험이 있습니다.’라는 무시무시한 글귀가 더 애정이 있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인가?

어떤 연유로 이런 글을 붙여 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인명을 더 귀중하게 여기는 따스한 글로 바뀌기를 바란다.

KTX광명역사의 엘리베이터마다 붙어있는 ‘장애우’라는 단어가 들어간 안내문은 잘못된 용어를 전달한다.

'장애인'이 공식적인 법적용어이며, '장애우'는 장애인은 무조건 친구라는 일방적인 시선의 잘못된 표현이다. 인칭은 내가 나를 지칭할 수도, 남이 나를 지칭할 수도 있어야 한다.

잘못된 표현을 본 어린아이들이 어르신 장애인을 보고 장애우라고 호칭하는 우스운 일들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말 한마디도 중요하지만 한 단어, 한 문장의 글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공공기관이나 공공장소의 단어 하나하나의 사용은 그 파급효과를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사용하여야 하는 이유이다.

지금도 그 어딘가에 붙어있을 독소적인 요소가 있는 단어들을 발견하고 시정하게 하는 장애인 당사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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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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