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유년 시절을 사막에서 보낸 작가 마노 다약의 글이 생각났다. 그는 학교 다니기 전에 유목민 주거지에서 생활하며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다.

‘그 아련한 기억들이란!

꼬마들은 팍팍한 낙타 똥을 장난감 삼아 가지고 놀았다. 엄마가 모래 위에 써서 가르쳐준, 내가 처음 배우게 된 글자들이 문득 생각난다.

늦은 밤,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있던 일도 생각난다. 그는 사막 학교에서 바람과 별자리로 길과 방향을 읽어내는 법을 배웠다.

우에드와 테네레(고운 모래가 바람에 실려 와서 생긴 분지형 사막)에 대한 지식을, 유목민의 우주인 사막의 고전 지리학을 배웠다.

어린 시절에 뛰놀던 사막을 떠올릴 때마다 애달픈 향수에 젖게 된다. 내게 있어 사막은 가슴 시린, 다시 한 번 찾아가 내 손과 영혼으로 매만져 보고 싶은 영상이자 아름다운 꿈이다. 내 감정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것은 누구에게 설명하거나 함께 나눌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사막에서 태어난 자는 어느 곳에 살든 사막에 대한 강한 애착을 버리지 못한다. 사막을 떠나도 자신의 우에드를, 자신을 기다리는 천국을 고스란히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훗날, 지금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 중에서 사막을 떠난 아이가 성장해서 마노 다약처럼 사막을 회상하게 될까?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이 일단의 이방인들에 대해서도. 종아리를 스치는 가시덤불 때문에 종아리가 몹시 쓰리고 따가웠다.

“형님, 계속 좁은 길인가요?”

“저기 언덕 위에까지 계속 이어졌는데.”

“형님, 그럼 우리 기차놀이 하면서 가요.”

“기차놀이라니?”

“길이 좁아서 제가 형님 옆에서 가기가 무척 힘들어요. 배낭 뒤를 잡고 가다보니 형님 뒤꿈치를 자꾸 밟게 되요.”

“그럼 어떻게 하는 건데?”

“형님이 양 손으로 스틱 손잡이를 잡고 저는 밑 부분을 잡고 흔들면서 가요. 혜경씨는 그냥 뒤 따라오세요.”

창용찬씨를 선두로 스틱을 잡고 오르막을 올라갔다.

“송 관장, 재미있는데.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형님, 과속이에요. 딱지 끊겨요.”

“이 사람아, 기차에 딱지 끊는 거 봤어?”

오르막이 계속 이어졌다. 낮이었으면 마른 땀 때문에 옷이 서걱거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느라 기진맥진해서 발걸음을 떼기가 힘이 들었을 것이다.

지금은 비록 가시덤불이긴 해도 생명을 지닌 식물이 자라는 지역이지만 조금 벗어나면 사하라 본래의 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살인적인 햇살과 대기의 염열과 온 몸을 구워버릴 듯한 대지의 복사열이 사라졌다 해도 사하라는 고유한 본성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오르막이 끝나고 내리막이 시작되었다. 인생살이 힘겨울 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는 말로 위로를 한다.

그러나 지금 내리막은 새로운 고난이 시작되는 여정이었다. 발끝으로 체중이 쏠리자 발바닥의 상처가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오아시스에서 누렸던 행복감이 발바닥 상처의 아우성 때문에 일시에 사라졌다. 불행 곁에는 다행도 따른다지만 반대로 다행을 바싹 뒤 쫓아 온 불행이 정체를 드러내었다.

조금 전, 기차놀이 주행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까지 떠올리며 누렸던 잠시의 즐거움이 신기루 같았다.<계 속>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송경태씨는 군복무중이던 22살 때 수류탄 폭발사고로 두 눈을 실명하고 1급 시각장애인이 됐다. 꾸준히 장애인계에서 활동해왔으며 현재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이자 전북 시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 4대 극한 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마라토너이자 '삼 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이라는 시집을 낸 시인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