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척수장애를 갖게 된 소방공무원에게 내린 직권면직 처분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인천지법의 현명한 판단에 격려와 지지를 보낸다.

사고를 당한 소방공무원 A(41)씨는 교통사고로 하반신마비의 중증장애를 입게 되었지만 힘든 재활과정을 마무리하고 원직장인 소방서로 복귀를 하려했으나 ‘직무를 감당할 수 없다’는 알 수없는 이유로 직권면직을 당했다고 한다.

본인의 소방공무원에 대한 자부심으로 직장복귀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근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관의 역할일 텐데 앞뒤 안 맞는 지방공무원법을 들먹이며 면직을 한 것이다.

관은 이번 기회를 통해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장애인의 직업재활에 선도적인 역할이 가능했을 중요한 시점에 역시나 하는 실망감을 주고 말았다.

소방공무원은 통상적으로 화재진압이나 구조 활동을 하는 외근직도 있고 상황실, 사무실 등의 내근직도 있을 텐데 사고 전의 했던 구조 활동을 못한다고 소방서 내의 다른 직무도 수행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것은 전근대적이고 반 인권적이며 장애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한 실망스러운 처사이다.

하반신 마비의 척수장애는 상지의 기능과 인지기능은 전혀 문제가 없는 장애다.

원직장의 직원들의 배려 속에서 현장근무의 경험을 살려 충분히 내근직을 수행할 수 있는 인재를 장애라는 이유로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이 사회의 장애인의 근로환경에 대한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지마비의 척수장애인들도 보장구의 지원과 근로지원인의 지원 등 직장의 인식에 따라 충분히 사회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대한민국의 여기저기에서 보여주는 사례가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

현장에서 근로활동을 하는 50인을 인터뷰를 한 척수협회에서 발간한 ‘일상의 삶으로’라는 책을 보면 건축업, 개인택시운전사, 제조업, 화원운영, 양봉업, 방송리포터, 무용가, 성악가, 공예가, 화가, 서예가, 사회복지사, 교수, 교사, 약사, 공무원, 헬스트레이너, 실업팀감독 등의 직업을 가지고 사고 후의 삶을 당당히 살고 있다.

진짜 아쉬운 것은 장애인들의 의지와 열정만큼 이 사회가 받쳐 주지 못하는 현재의 장애인 노동시스템이 매우 아쉽다. 이 해프닝을 통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진심으로 장애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장애인은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는 그릇된 사고방식이 이번과 같은 몰상식한 상황을 가져왔다. 사실 장애의 최대 장애는 그 자체가 아니라 사회의 편견과 장벽이다. 차이가 차별이 되는 그런 사회는 되지 않았으면 한다.

장애인은 무조건 지원하고 보호하는 그런 존재는 아니다.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을 하고 아예 열외를 시키는 것은 가장 하기 쉬운 장애에 대한 차별인 것이다. 장애를 또 다른 개성으로 보고 그들의 능력을 인정하는 성숙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둘째, 일하고자 하는 자는 막아서는 안 된다.

그는 직업을 통해서 삶의 가치를 찾으려고 했을 것이고 이 사회에서 사는 의미를 느끼려고 했을 것이다. 근로의 의지가 있다는 것은 사회의 일원이 되겠다는 중대한 결심이다. 이런 의지를 꺾는다는 것은 사회통합에 역행하는 일이다.

노동현장에 용기있게 진입하려는 중증의 장애인에게 격려와 지원은 못 할망정 의지를 꺾는다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이 사회가 일하는 장애인을 우대하는 진정한 복지국가가 되기를 바란다. 일하는 장애인들이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들에게 각종 지원과 우대를 통해 근로가 최대의 복지임을 알려야 한다.

셋째, 원직장 복귀를 최우선해야 한다.

중도장애인들이 가장 편하고 쉽게 직장으로 돌아가는 방법이 원직장이다, 자기가 하던 일이 있고 알던 동료가 있고 거래처가 있는 원직장에서 다시 일을 하게 하는 것이 최고이다.

원직장 원직무, 원직장 타직무, 타직장 원직무, 타직장 타직무의 순으로 어떻게든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분위가 선행되어야 한다. 원직장으로 복귀를 도와준 경영주에게 제도적으로 많은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최근 출산 등으로 경력단절이 된 여성근로자에 대한 지원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중도장애인들도 사고 등의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편안하게 근로유지를 할 수 있도록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한다.

법원의 판결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며 휠체어를 탄 소방관이 당당히 활동하는 변화되는 대한민국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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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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