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충무아트홀 국제장애어린이축제 '극장으로 가는 길'에서 공연 예정인 놀이 연극 <얘들아 놀자>의 한 장면. ⓒ최지영

현실의 문제에 깊이 몰두하다보면 가끔씩은 그 문제가 왜 발생했는지, 무엇을 위해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잊을 때가 있다. 교육 역시 그런 순간이 있다. 한 번씩 우리가 교육이란 것을 왜 하는지 돌이켜보지 않으면 지금 하고 있는 일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기 쉽다.

수를 배우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와 관계없이 지금 당장 사칙연산에만 매달리거나, 보다 더 기초적인 단계에서 선을 왜 그어야 하는지 모르고 똑바로 그을 때까지 계속 선만 긋게 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왜 교육을 하는 것일까? 우리나라 교육 기본법에서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라고 교육 이념을 설명하고 있다.

선을 긋고, 큰 것과 작은 것을 찾고, 수를 배우고, 글자를 배우고, 도형을 그리는 등등의 활동들이 궁극적으로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가끔은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인간답지 못한 방법을 사용하면서 고된 훈련을 시키기도 한다.

여기서 인간답지 못한 방법이란 학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자면 선을 긋거나 면을 메우며 색칠하는 활동 등에서 아이들은 이유를 모르고 즐거움도 없이 그만 해도 된다는 허락이 떨어지기까지 반복만 해야 하는 상황에 자주 처한다는 의미다.

인생이 늘 재밌는 것은 아니고, 장애가 없는 아이들 역시 지루한 과제를 반복하며 생활한다. 그러나 장애가 없는 아이들이 지루한 과정을 통해 얻게 된 지식과 기술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에 비해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같은 노력으로 얻게 되는 즐거움의 보상은 너무 적다.

물론 부모나 교사가 다른 보상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스스로의 노력의 결과로 얻게 되는 즐거움과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타인이 주는 선물은 그 의미가 다르다.

이런 이유로 부지런한 교육자들은 아이들이 자신의 노력의 결과로 좋은 것을 얻을 수 있도록 수업과 교재를 연구하거나, 또 노력하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많은 준비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한계가 있다. 장애가 있거나 없거나, 인생의 어느 시점이 되면 우리는 노력의 결과가 늘 보상 받는 것은 아니란 걸 깨닫게 된다. 더 이상은 부모나 교사가 대신 보상해 줄 것이라 기대할 수 없는 때가 온다. 때문에 스스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에게 노력의 대가로 어떤 것을 제공할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가 자라면서 가정과 사회를 통해 배운 것과 관계가 있다. 우리 각자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방식에 교육의 힘이 작용하는 것이다.

모든 국민이 시인이 되기를 바라며 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듯, 음악가나 미술가, 스포츠 스타를 만들기 위해서 예체능 과목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멋진 시를 짓지 못해도 시를 감상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고를 수는 있다. 예체능 역시 마찬가지이다.

스스로 문학을 즐기기까지 많은 국어 교육이 필요한 것처럼 예술을 즐기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교육이 필요하다. 문화와 예술을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주 경험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잘 하여 좋은 결과를 얻는 것도 좋고, 노력한 만큼의 칭찬과 상을 받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멋진 작품을 보고 즐기는 법을 배우는 시간도 필요하다.

배가 고플 때 먹을 것을 구입하고, 갖고 싶은 물건이 있을 때 돈을 주고 물건을 구입하는 것을 배우듯, 휴식과 즐거움을 위해 문화예술 컨텐츠를 구입하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그것이 즐거움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사실 우리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춘 문화 컨텐츠, 겪고 있는 장애를 이해하고 시간적 공간적 배려를 해 주는 문화 컨텐츠를 찾기가 쉽지는 않다. 보다 더 많은 문화 예술 공간에서 이런 것들을 요구하고, 더 많은 기회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

오는 8일과 9일에는 충무아트홀에서 ‘제12회 국제장애어린이축제 - 극장으로 가는 길’ 행사가 열린다. 아이들 손을 잡고 극장으로 가을 나들이를 가보는 것은 어떨까?

8일, 9일, 충무아트홀 국제장애어린이축제 '극장으로가는길'에서 공연 예정인 <ㄴㅜㄴ>의 한 장면. ⓒ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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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영 칼럼리스트
교육학 석사(특수교육 전공). 아이를 양육하고 가르치는 일에 있어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훌륭한 교육 시스템이라고 해도 모든 학생들에게 좋을 수는 없으며, 전공 서적을 읽는다고 좋은 부모가 되는 것도 아니다. 각자의 몫으로 해야 할 고민들 중 몇 가지 주제를 통해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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