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하면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총길이 2,400Km의 거대한 히말라야산맥과 세계 10대 최고봉 가운데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해발 8,848m)등 8,000m이상의 산을 8개나 품고 있어 세계인들이 꿈꾸는 상상속의 나라이다.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전 세계의 여행객들과 트레킹 족들이 꼭 한번은 가고 싶어 하는 나라, 세계 최빈국 중에 하나이지만 국민들의 환한 미소가 아름다운 나라, 힌두교와 불교와 이슬람 등의 종교가 네팔국민들을 정신적으로 지탱하고 있는 평화의 나라라고도 불리어진다.

하지만 이런 수식어만으로 네팔이라는 나라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휠체어를 타고 가야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공공화장실이 잘 되어 있는지, 도로사정은 어떠한지, 물은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지, 모기와 거머리가 많다고도 하고, 7월은 몬순 시기라 비도 많이 온다는데 어느 정도인지....

네팔로 떠나야 하는 척수협회의 일행이 알고 있는 정보는 매우 적었고 여기저기 들은 귀동냥으로는 그냥 우리나라 5~60년대 상황이라는 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만 할 뿐이었다. 그것도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들은 반쪽짜리 정보였다.

어디에도 휠체어 장애인의 시각으로 본 자료는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작년 국제 세미나 때 네팔에서 초청한 카낙씨의 슬라이드에서 본 몇 장의 사진에서 본 상황과 2011년 인도에서 DPI총회 때 만났던 카투만두 IL센터 사무총장의 명함에서 찾은 홈페이지에서 본 편의시설 조사를 위한 카투만두의 몇 장의 사진에서도 이 정도면 지낼 만하고 어차피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순진한(?) 생각으로 네팔로 향하는 용기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몬순시기(장마철)라 모기가 많고 물로 인해 설사를 조심해야 한다는 주위의 염려로 우비와 모기약, 땀띠 예방을 위한 파우더, 그리고 강력한 설사약 등 각종 비상약을 준비하는 것에 혼신을 쏟았다. 출국 일주일 전에 장티푸스 예방접종을 하는 등 나름대로 최선의 준비를 하였다.

7월 21일 월요일. 아침 9시 35분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출발, 2시간 훨씬 전에 도착한 우리 일행의 얼굴에는 비장함과 기대감이 교차되었다. 말은 안했지만 장애인인 그것도 휠체어를 탄 척수장애인이 필자 혼자인 상황에서 많이 긴장이 되었음을 인정한다.

척수장애인의 특성상 비행기 탑승 반나절 전부터 식음을 전폐하는 전통(?)을 지킨 후에 7시간이나 날아 갈 비행기에 몸을 실고 네팔의 수도 카투만두로 향했다. 한국의 시간보다 3시간 15분이 늦는 네팔은 인도와의 차별을 위해 인도보다 15분정도 늦은 시차를 갖는다고 한다.

네팔 현지시각으로 오후 4시 40분에 도착한 카투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 국제공항이지만 브릿지 탑승시설이 없어 승객들은 트랩으로 내려갔고 다행히 휠체어는 화물용 트럭의 리프트를 이용하여 공항 아스팔트 바닥을 밟게 되었다. 날씨는 다행히도 비는 안 오고 쾌청하였지만 햇볕은 무척 따가웠고 후덥지근했다.

인천공항과 선진국들의 현대식 공항시설에 익숙해진 나의 눈은 편안한 시골 버스 대합실 같은 공항 터미널이 오히려 어색함으로 다가왔다.

안내를 해주시는 네팔공항직원들의 친절한 얼굴에서 잠시 근심을 잊는다. 미리 입국비자를 한국에서 준비해 간 탓에 신속히 입국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아 나와서 공항청사 주차장으로 나가던 중에 화장실을 가려고 물어보니 공항 건물 옆쪽에 화장실이 있다하여 갔더니 돈을 내고 사용하는 공중화장실이었다. 당연히 장애인용 화장실 같은 것은 없었다.

경찰의 도움으로 다시 여권을 제시하고 공항 안으로 들어가 찾아간 장애인 화장실은 이곳이 국제공항의 화장실이라는 것을 의심할 정도로 매우 열악하고 악취가 코를 찌른다. 타일을 붙인 변기통에 때에 찌든 덜렁거리는 변기 커버, 손잡이는 멀리 떨어진 벽에 달려 있고, 휴지는 없고....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하나할 정도였다.

그래도 화장실이 있는 것에 감사를 하고 마중 나온 센터의 직원들과 첫인사를 하고 오른 차는 인도산 짚차였다. 네팔은 도로사정이 매우 열악하고 산악지대가 많아서 버스나 차량의 차체가 매우 높다. 우리나라의 저상버스는 도저히 운행이 안 될 정도로 도로가 울퉁불퉁 파이고 매우 열악하다.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앞자리에 올라앉았지만 에어컨도 없는 차량에 11박 12일 동안 이런 형태로 승하차를 해야 한다는 것이 걱정이 되었다. 7인승 차량에 가방과 준비해간 박스는 차량지붕에 올려서 묶고 휠체어와 나머지 짐을 뒤 칸에 구겨 넣고 모두 9명의 직원이 다닥다닥 붙어서 카투만두 시내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이국적인 정취에 취할 여유도 없이 필자는 도로의 상황을 보며 휠체어가 갈 수 있는지 없는지만 계산을 하게 되었다.

연신 울려대는 자동차의 경적소리와 노후 된 버스와 트럭에서 나오는 매연과 도로의 분진은 눈과 목이 따가울 정도이다. 인도는 파이고 중간 중간 끊기기도 하도 군데군데 물구덩이에 횡단보도와 인도에 단차가 없는 것도 많고 인도와 도로의 단차는 왜 이리 높은지.... 정말 한숨만 나왔다.

도로 중간 중간에 소들이 지나 다니고 피부병이 걸리거나 바짝 마른 개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도로변 구석구석에 쓰레기는 쌓여있고 거기서 나오는 악취는 숨이 막힌다. 도로에는 시도 때도 없이 오토바이와 차량이 뒤섞여 매우 혼잡하고 어디서나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리고 도로와 골목골목에 가로등이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된 사실이지만 네팔에는 장애인용 공중화장실이나 다중이용시설에도 장애인화장실이 없었고 정부기관에조차 장애인 화장실이 없다. 최근 완공예정인 정부청사의 신축건물에는 다행히(?)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으로 초청했었던 카낙 씨와 첫 미팅을 위한 그나마 시설이 좋다는 카페에도 장애인 화장실이 있을 리가 없었다. 입구에 경사로는 있었지만 변기를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공간은 의미가 없었다.

결국 호텔에 장애인용 객실의 구조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마음대로 수분을 섭취할 수 없다는 생존 본능이 더운 날씨에도 아무것도 마실 수가 없게 만들었다.

첫날의 숙소인 네팔 척수재활센터가 있는 상아(Sanga)까지 가는 도중에 몬순의 시기답게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차량위에 있는 짐을 보호하기 위해 달리는 중간에 가게에서 덮개를 구입하여 다시 포장을 하고 숙소로 향했다.

카투만두를 벗어나 외곽으로 가는 길은 2차선 도로이다. 산악지대가 많아 올라가는 길에 속도가 더딘 차량에서 나오는 매연을 고스란히 맞고, 운전 실력이 뛰어난 운전기사의 차량 추월을 수십 번을 한 후에 공기 좋은 산속에 있는 숙소(Mirabel Resort)에 도착을 했다.

네팔 척수재활센터에서 소개한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되었다는 숙소는 호텔입구에서부터 계단이 있고 가는 길은 울퉁불퉁한 돌들이 깔려 있고 객실 앞에도 계단 두개가 떡 버티고 있었다. 네팔에는 편의시설이라는 용어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객실은 다행히 화장실의 출입이 용이하고 제대로(?)된 변기가 있었다. 그러나 물은 쫄쫄거리며 나오고 게다가 밤에는 온수도 안 나왔고 밤새 전기는 오락가락한다.(네팔은 전기사정이 매우 안 좋아 수시로 단전이 이루어진다)

물에 흠뻑 적은 가방을 열고 젖은 옷을 여기저기 걸면서 이제 방금 도착한 네팔에서의 도전이 녹녹치 않음에 긴 한숨이 나왔다.

어디서나 적응력이 좋다고 자부하던 필자인데, 중국의 오지에서도 살아남은 필자인데, 오랜만에 겨루어 볼만한 호적수를 만남에 두려움과 도전정신이 교차를 하는 첫날이었다.

물론 관광이 목적이 아니고 네팔 척수장애인들의 삶의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향후 사업을 위해 꼭 필요한 고생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는 않으나 늘 욕창과 배탈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척수장애인의 입장에서는 그리 쉽지만은 않은 첫날이었다.

이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그리고 필자처럼 척수장애를 입은 장애인들이 사는 곳이라 호들갑을 떨지 말자고 스스로를 낮추는 마인드 콘트롤을 했었다. 혹시나 그러한 표정이나 말투가 네팔의 현지인들에게 상처로 남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밤새 천둥을 동반한 세찬 비가 내리고 호텔방 안에 작은 도마뱀이 한국에서 손님이 왔다고 밤새 왔다 갔다 했던 으스스한 네팔의 첫날이 이렇게 지났다.

다음 편은 SIRC(네팔 척수재활센터) 소개입니다.

네팔 공항 장애인화장실의 변기와 공공화장실 변기 모습(공공화장실은 장애인화장실이 없음). ⓒ이찬우

네팔에서 우리 일행의 이동차량인 지프 지붕에 가방과 짐을 얹어서 싣는 모습. ⓒ이찬우

네팔의 수도 카투만두. ⓒ이찬우

네팔의 수도 카투만두의 거리에 오토바이와 차가 뒤엉켜 있다. ⓒ이찬우

차량들마다 매연을 쏟아내고 있다. 매년 기관지 환자가 2배씩 증가한다고 한다. ⓒ이찬우

네팔 시내와 농촌지역의 도로상황. ⓒ이찬우

숙소의 불청객, 귀여운 도마뱀. ⓒ이찬우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