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수장애만큼 팀-어프로치가 필요한 분야가 없을 것이다. 손상초기 응급실에서부터 정형외과, 신경외과, 비뇨기과, 재활의학과의 의사들과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심리상담가, 성재활전문가, 직업재활사, 동료상담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과 지원을 통해서 척수장애인들이 사회로 복귀하게 된다.

외국의 경우 응급실에서부터 재활의학과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긴밀한 협진을 통하여 빠른 시간에 최대한의 효율성을 생명으로 치료와 재활을 마치고 준비된 사회복귀를 하는데, 한국에서는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미진함이 있다.

최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척수손상학회가 노력을 하고 있다. 이 학회는 2004년 비뇨기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를 비롯한 여러 척수손상 관련 의료진들이 모여 척수손상과 척수의학의 학문적 교류와 발전을 목적으로 창립되었다.

그간 11차례의 정기학술대회와 4회의 척수의학 리뷰코스를 통하여 각 분야에 대한 이해와 학문적 교류를 활성화 하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성모병원 의과학연구소 2층 대강당에서 열린 2014년 제4회 대한척수손상학회 척수의학 리뷰코스(Review course)를 개최하였다.

토요일임에도 장애인 단체에 속해있는 필자를 포함해 척수손상에 관심과 관련이 있는 전국 병원의 관계자들이 모여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스터디와 토론으로 뜨거운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대한척수손상학회 제4회 척수의학 리뷰코스 한 장면.ⓒ이찬우

4부로 나누어진 세미나는 각 부마다 3명씩의 강사들이 강의를 하고 질의·응답을 하는 다소 빡빡한 행사이지만 매 주제마다 당사자인 필자도 흥미를 끌만한 주제로 이루어 졌다.

제1부는 척수의 해부학 이해, ISNCSCI에 따른 신경학적 평가, 척수손상의 역학 및 예후, 2부에는 소아와 노인에 대한 척수손상, 전이성 암에 의한 척수손상, 비외상성 원인에 의한 척수손상에 대한 발표를 하였다.

점심이후 이어진 3부에서는 척수손상환자의 로봇보조치료, 경수손상환자에서 수부관리, 척수손상 후 심리적인 대처방법, 마지막으로 4부에서는 신경인성 방광 관리, 신경인성 장 관리, 척수손상에서 줄기세포 치료 등의 꼭 필요한 강의로 구성된 종합 선물 같은 구성이었다.

강사들도 의사뿐만 아니라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심리상담가 등이 참여하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보는 듯하였다. 의사들만의 잔치라는 벽을 헐고 다양한 분야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열린 구조가 마음에 든다.

다음에는 장애인 당사자들에게도 기회를 주기를 바란다. 만일 그리 된다면 진정한 라운드 테이블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이다.

의학용어가 난무였지만 친절한(?) 자료화면을 통해 많은 이해와 지식을 쌓게 된 이 세미나를 통하여 몇 가지 느낀 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노인척수손상과 비외상성 척수손상이 증가추세라는 것이다. 주로 성인남성의 사고, 낙상 등의 외상성으로 척수손상이 많이 발생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의외의 발표였다. 물론 그 수는 미미하지만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노인척수 문제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척추종양, 척추결핵 등의 원인으로 척수손상이 되는 비외상성척수손상도 증가추세이다. 이는 외과적 수술문제와는 다른 다양한 문제를 발생하게 되는데, 척추종양으로 여명이 1년 정도인 하지(사지)마비환자에게 재활훈련을 시켜야 되는지 남은 여생을 가족과 추억 만들기를 권유해야 하는지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기는 것이다.

소아의 경우 수술과 재활의 경과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교통사고로 척수손상을 입은 소아들은 발달과정에서 지속적인 자세교정이 필요하고 애정과 치료로 회복이 가능하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성인의 경우 발육이 다 된 상태이지만 소아의 경우 손상 아래로는 발육이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소아들의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를 최대한 줄이려면 소아에 맞는 안전벨트를 구비하여 2차 부상을 입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한다.

이렇듯 현재에도 척수장애에 대한 통계나 자료가 부족하여 제대로 된 지원책이 부족한 현실에 다른 양상의 척수손상이 늘어난다면 더욱더 관리체계에 혼란과 비효율이 일어날 것은 자명하다.

체계적인 척수손상에 대한 관리와 대책수립을 위하여 국가 주도의 척수통계센터가 필요하다. 미국 등 선진국 등은 척수손상센터를 통하여 데이터를 철저히 수집하고 대책을 내놓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척수장애인의 정확한 수도 모르고 있지 않은가? 척수장애는 장애인 당사자만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가족과 사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고예방에도 힘써야 한다. TV프로그램을 보니 계곡에서 다이빙을 하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안전예방에 대한 학회차원의 적극적인 계몽과 홍보가 필요하다.

척수장애는 손상이후에 전 생애에 걸쳐 관리와 지원이 필요한 장애유형이다. 퇴원이후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방안도 같이 고민해야 한다.

손상이후 주기별로 의학적인 관리 매뉴얼이 필요하다. 5년차, 10년차 그 이후에 어떤 의학적 문제가 발행하므로 미리 예방하고 준비하여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것은 국가의 의료제정을 절감시키는 의미가 있는 일이다.

척수장애 유형분리, 실생활이 필요한 도뇨 카테타의 요양비 지급, 호흡기의 임대료 지원, 휠체어 등의 보장구 급여 현실화 등 현실적인 해결에도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걷는 것이 치료와 재활의 목표가 아니라, 장애의 몸이지만 최선의 상태를 유지하여 사회의 일원으로 왕성히 사회활동을 하는 것이 목표가 되었으면 한다.

각자 다른 파트의 음들이 모여 최상의 하모니를 연출하듯 오늘 학회의 세미나를 통하여 대한민국의 척수손상 치료와 재활의 희망을 보았다.

리뷰코스 교재와 참가 이름표. ⓒ이찬우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