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1일부터 8월 1일까지 11박 12일의 일정으로 필자를 포함 5명이 네팔의 수도 카투만두 일대를 다녀왔다. 연재를 통하여 네팔에서 보고 느낀 모든 것을 나누고자 한다.

척수협회는 한국국제협력단(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약칭 KOICA)에서 주관하는 ‘2014 민간단체사업발굴지원’ 사업을 통해 네팔 지역조사를 다녀왔다.

KOICA는 장애인단체의 국제개발협력사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민간단체 사업발굴프로그램 을 공모하고 장기간의 사전교육(PCM 교육 등)과 사업 제안서의 카운슬링과 함께 사업 전에 현지의 상황조사를 위해 사전조사를 보내는 바람직한 진행을 하고 있다. 물론 현지조사의 결과물에 따라 최종 선정이 되면 예산을 지원받아 네팔에서 국제개발협력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국제(교류)협력과 국제개발협력은 의미가 다르다. 보통 국제협력은 장애인단체간의 역량강화를 위하여 방문하고 회의를 하는 등의 교류를 말하지만, 국제개발협력은 외국의 현지에서 사업을 통하여 직접적으로 삶을 개선하는 직접사업을 의미한다.

KOICA는 교육, 보건의료, 공공행정, 농림수산, 산업에너지, 범분야, 기후변화대응분야 등 7개 분야를 개발도상국의 지원사업으로 선정하여 진행하고 있다.

현재 장애인단체 중에서는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이 베트남 호치민에서 장애인 이동지원사업을 하고 있고,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장애인 정보격차해소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올해는 한국척수장애인협회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2015년 사업을 위하여 신규단체로 선정되었고 척수협회는 네팔, 한국장총은 스리랑카를 선정하여 사전조사를 통해 최종 사업계획서를 작성중이다.

척수협회는 국제협력을 위하여 다년간 꾸준하게 국제교류를 하여왔다. 매년 선진국의 척수장애인들을 위한 정보를 국내에 보급하기 위하여 미국, 영국, 뉴질랜드, 스웨덴, 일본의 척수관련 당사자와 전문가를 초청하여 국제세미나를 개최하여 왔다.

또한 미국과 영국, 스위스, 뉴질랜드, 일본의 척수협회나 척수센터를 방문하기도 하였다.

2013년도는 제3차 아·태 장애인10년을 한국정부가 주도하게 된 것을 기념하여 아·태지역의 네팔, 인도, 방글라데시, 필리핀의 척수관계자를 초청하여 각국의 척수장애인의 정보를 공유하고 삶의 개선방향을 모색하는 국제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이때 최빈국중의 하나인 네팔 척수장애인의 현실에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누게 되었고 특히 가사와 노동을 주로 책임지는 여성척수장애인의 어려움에 마음이 많이 아파했다.

2013년도 국제세미나에서 강연중인 네팔의 카낙씨. ⓒ이찬우

본인도 추락사고의 경험으로 척수손상의 어려움을 알고 네팔척수재활센터를 세우신 카낙씨. ⓒ이찬우

세미나에 참가하신 네팔의 카낙(Kanak Mani Dixit)씨는 14년 전에 에베레스트 등반 중에 추락으로 경추골절의 중상을 입었으나 정말 천운으로 수술과 재활치료를 잘 받아 완치되었지만 많은 네팔의 척수손상자들이 제대로 된 재활치료를 못 받고 지역사회로 돌아가고, 돌아가서도 집안에만 칩거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서 외국의 펀드를 받아 내어 네팔척수재활센터(Spinal Injury Rehabilitation Centre for Nepal, SIRC)를 세운 분이다.

카낙씨가 세미나를 마치고 네팔로 돌아간 후에도 계속 협회 측과 연락을 하여 상호교류와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모색을 하였다.

그러던 중에 KOICA에서 장애인단체의 국제개발협력사업을 지원하는 계획을 알게 되었고, 네팔 측에 연락을 하여 가장 시급하고 효과적인 사업으로 집 개조(Home Modification)사업을 구상하고 계획서를 제출하였다.

최근 들어 네팔에서는 교통사고가 늘어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농촌에서는 생계를 위하여 망고나무에 올라가다 떨어지거나, 가축들의 먹이인 풀을 베다가 벼랑에서 떨어져 척수장애가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우리나라의 농촌을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산악지역이 많은 네팔은 오지에 도로사정도 엉망이어서 일반승용차로는 접근이 어려울 정도이다. 이런 곳에 접근성이나 편의시설이 되어 있을 리가 만무이고 대부분은 전기도 없는 집안에 들어가 햇볕도 들지 않는 컴컴한 흙집에서 화장실도 없이 그렇게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방안에서 마당까지 나와서 햇볕도 쪼이고 사람들도 만나는 아주 최소한의 권리도 그들은 누리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 살고 있다.

SIRC에서는 자체자금으로 집 개조 사업을 하여 집안출입을 위한 경사로와 화장실 설치, 여성척수장애인을 위해 부엌개조사업을 하여왔으나 예산 부족으로 많은 지원을 못하는 실정이다.

모든 개조도 원칙과 규정이 없이 시멘트로 턱만 없애는 정도의 열악한 개조이고 화장실도 벽만 두르고 구멍이 뚫린 나무의자를 설치하는 수준이었다.

협회는 척수장애인의 삶의 질 개선과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하여 접근성개선을 위한 집개조사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네팔과의 국제개발협력사업의 아이템으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추가로 관광지의 장애인용 공공화장실과 척수장애인 다수 거주 지역에 장애인용 공공화장실을 건설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사업을 위해 한국장애인개발원의 김인순 편의증진부 부장님의 적극적인 자문지원을 약속받고 이번 사전조사에도 함께 동행을 하게 되었다.

일부 사람들은 한국의 척수장애인들이나 돕지 외국까지 나가는 것에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지구촌에서 우리보다 열악한 환경의 척수장애인들을 돕는 것을 통하여 우리의 위치를 살펴볼 수 있고 배움의 길이 있음을 확신한다.

한국의 좋은 기술과 경험을 제공하여 같이 동반성장할 수 있다면 당연히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사업이 확정되지도 않았고 단지 사업을 위한 현지조사를 다녀온 것이지만 꼭 현실화 되는 것을 의심치 않으며, 대한민국의 척수협회의 열정이 네팔의 척수장애인들에게 그대로 전해지기를 바란다.

다음 편은 '네팔 현지 입성기'입니다.

지난해 국제세미나를 마친 후에 외국의 초청자들과 함께.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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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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