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룸센터’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

노무현 대통령 공약, 복권기금, 한나라당 당사, 이런 역사적인 것과 함께 장애계의 상징적인 건물로, 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육 및 회의, 행사장소라는 긍정적인 것도 있겠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겉만 번지르하고 부르주아 장애인 단체, 그들만의 아지트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양한 의견을 가질 수도 있겠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가 입주해 있는 이룸센터는 휠체어를 사용하거나 중증의 장애인과 단체들이 이용하기에는 더할 나위없는 좋은 시설과 편리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필자는 이룸센터가 장애인단체들의 거주 환경의 질을 한껏 향상시켰다고 생각한다.

장애인단체하면 이면의 도로에 어두운 조명에 주차장도 부족하고 어려운 사람들이 모인 복잡하고 좁은 그런 식상한 그림이 아니라, 번듯한 건물에 번듯한 사무공간과 함께 회의와 교육,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당당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의 일번지인 국회의사당과 지척에 있고,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은 꼭 한 번씩은 들려야 하는 상징적인 건물이고, 외국의 장애인단체들도 견학을 와서 매우 부러워하는 공간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래서 이룸센터는 대한민국의 장애인 단체들이 입주하고 싶어 하는 선망의 대상인 한편, 색안경을 끼고 보는 질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필자가 2009년과 2012년 두 차례 일본 오사카의 빅아이 국제장애자교류센터를 방문했을 때, 다양한 장애 유형을 위한 세심한 편의시설과 배려에 감탄을 하고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었으면 하고 부러워 한 적이 있다.

일본의 빅아이와 이룸센터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빅아이(http://www.big-i.jp)는 일본 정부가 국제장애인10년(1983~1992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지은 시설로 2001년 완공되었다. 휠체어 좌석 최대 300석 포함 최대 1,000명 객석의 다목적 홀과 연수실이 있고, 숙박과 식사가 가능한 장소이다.

그 곳이 하드웨어적으로 현대식이고 유니버설디자인으로도 완벽한 것에도 감탄을 하였지만, 종사하는 직원들의 마인드와 친절에 더 감복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 곳이 어떤 재원으로 운영이 되고 적자 또는 흑자운영인지는 모르겠으나 경제적인 논리보다는 미래에 가치를 두는 개척자 정신을 느꼈다.

일본 오사카에 있는 빅아이의 전경과 편의시설들. ⓒ이찬우

2012년 협회 직원연수 차 빅아이를 견학하였다. ⓒ이찬우

경제적 논리에 가장 피해를 받는 것이 장애인이다. 급변하게 돌아가는 산업사회에서 고효율과 생산성의 논리로 교육현장, 노동현장에서도 제대로 대접을 못받고 사회 각 분야에서 하다못해 가정에서도 찬밥신세인 것은 철저히 경제적인 논리일 것이다.

이렇게 경제적 논리로 따진다면 감히 임대료 비싼 여의도 이 곳에 반값의 임대료로 입주를 하고 교육장과 행사장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이 가능하겠는가?

경제적 가치이상의 무엇인가가 있다는 의미이다.

최근 이룸센터 1층의 커피숍이 계약만료가 되어 새로운 입주자를 찾는 문제로 갑론을박이 있다.

관리자 입장에서는 규정에 의하여 경제적인 논리로 최고가 입찰을 한 곳에 임대를 주려는 요량이다. 이룸센터는 공공기관으로 국유재산법을 준용해야 되기 때문에 최고가 낙찰방법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한다.

입주단체협의회는 단순히 고가의 임대료 보다는 임대인이 장애인에 대한 감수성이 있고 장애인들의 고용창출도 하고 이룸센터를 왕래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에게 편안한 사랑방으로 내어줄 수 있는 그런 선량한(?) 임대인이었으면 하는데, 최고가로 낙찰이 된다면 상식적으로 적정 이윤을 창출해야 할 것으로, 그것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이다.

이룸센터라는 특수성을 살려서 모두가 함께 어우르는 교류의 장소가 되려면 너무 경제적인 논리로는 한계가 있겠다는 우려인 것이다.

물론 손해를 보면서 계약을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사전에 충분한 욕구조사를 통하여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 카페가 운영 되도록 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질책이다.

왜냐하면 이룸센터는 이 건물을 이용하는 모든 장애인이 주인이기 때문이다.

지하의 구내식당도 마찬가지이다. 맛도 위생도 최고이고 가격도 적당한 착한 식당이어야 함은 물론, 휠체어를 탄 척수장애인이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뇌병변 중중장애인들도 당당히 식사를 하고, 천천히 식사를 하더라도 기다리고 배려하는 것을 보여주고 배울 수 있는 인식개선의 장으로 만들기를 바라는 것이다.

시중에서 보고 듣는 갑(임차인)과 을(임대인)의 관계가 아닌 장애인을 위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인식개선의 장이 되어야 한다.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을 고민하고 걱정하는 관계자들에게 이룸센터에 가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개척자의 정신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기 바라는 것이다.

장애인 안전시설과 피난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고, 응급 시에는 우선적으로 장애인들을 대피시킬 수 있도록 직원 교육과 훈련이 잘 되어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다른 어느 곳보다도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에티켓이 몸에 배어 있는 입주자들이었으면 좋겠다.

애써 외국의 시설들을 견학하러 나가기보다는 이룸센터가 단골 견학장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룸센터도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인증을 받기 위하여 수고를 아끼지 않음을 알고 있지만 작은 비품하나 소품하나에도 장애인들을 위한 애정이 묻어나는 그런 곳, 비장애인과 동등한 눈높이가 되는 그런 장소가 되었으면 한다. 그 것이 여의도 한복판에 장애인을 위한 건물을 구입한 목적일 것이다.

그래서 제2, 제3의 이룸센터가 전국 곳곳에 세워져서 다양한 장애인 단체 모두가 쾌적한 환경에서 일하고 배우고 익혔으면 한다.

이룸센터는 장애문화를 선도하고 사회통합의 초석이 되는 개척자가 되어야 한다.

이룸센터 전경.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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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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