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말씀에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룬다’라는 구절이 있다.

척수손상초기부터 수술을 담당한 의사, 간호사, 재활의학과 의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심리상담가, 간병인 등의 병원관계자와 사랑하는 가족, 친구, 동료 등 수많은 이들의 협력으로 병원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한걸음씩 나아가게 된다.

이 많은 사람들의 지원 속에 장애를 수용하고 환자가 아닌 장애인으로서 성장을 해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재활을 위한 협력적 요소들은 아니다. 사회복귀에 준비가 안 된 병원의 재활시스템, 척수손상환자를 돈벌이의 대상으로만 보는 일부 재활병원과 요양병원들, 환자들의 애절함을 이용하는 의료 브로커들.. 이들은 척수장애인의 사회복귀를 지연시키는 방해요소들이다.

그리고 또 하나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 늦장 처리는 환자들이 재활을 더디게 하는 특별한 요인이다. 보험이란 미래에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이나 사고의 위험에 대비하고자 생긴 제도이고 이를 위해 준비를 하였는데 정작 필요할 때는 시간을 끌고 마음의 상처를 입힌다.

척수장애는 고착된 장애이고 시간이 지나도 특별히 회복이 되거나 호전되지는 않는데 보험회사들은 시시콜콜 트집을 잡고 조금이라도 좋아지면(?) 이를 문제 삼아 보험금을 깎는다고 한다.

환자들의 눈물어린 재활운동과 노력으로 몸에 근육이 붙는 것도 호전된 것이라고 빌미로 삼는다면 오히려 보험이라는 것이 재활의지의 목덜미를 잡게 되는 것이다. 일부 환자들은 이 때문에 아주 중요한 손상초기의 재활운동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루빨리 사회로 나가서 생활을 해야 하는데 보험금의 지연 때문에 재활의 기회를 놓치거나 늦추어진다면 그게 무슨 보험의 역할이란 말인가?

척수손상환자들에게는 입원 초기에 가장 필요한 중에 하나는 간병비다. 그러나 스스로의 몸도 못 가누는 우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도와주는 없어서는 안 되는 고마운 분들을 고용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비용이 든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간병으로 인한 보호자들의 경제활동 제약과 저소득 가구의 간병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포괄간호서비스제도'를 시범운영하고 있으나 척수손상의 중증환자에게는 아직 적용을 하지 않고 있다.

주요 국정과제 중의 하나인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세부계획의 내역에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가 포함된 것은 그만큼 환자와 가족의 부담이 컸었다는 반증이다.

간병비가 부담스러워 제대로 재활치료도 못 받고 조기퇴원을 한 경우도 많이 있다. 이 얼마나 서럽고 슬픈 현실인가? 게다가 보험은 들어 놓았으나 보험지급이 늦어져서 퇴원을 하게 되었다면 보험의 역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가수 김혁건씨는 더크로스 앨범을 녹음 중이던 어느 날 신호를 위반한 차량에 치여 청천벽력 같은 사지마비 척수장애라는 진단을 받았으나 재활치료를 받으며 다시 무대에 설 그날만을 꿈꾸고 있었다.

사고초기부터 가해차량의 보험회사인 국내 굴지 HH그룹 HH손해보험은 `간병비를 지급할 수 없다`고 하였으나 법원에서 `간병비를 지급하라`는 내용의 판결을 하였다. 그러나 간병비 등 손해배상금 지급을 아직도 미루고 있다.

만약 정신적, 경제적으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환자에게 간병비를 포함한 치료비가 빨리 지급되어 치료를 받았다면 (간병비 부담으로 퇴원하였음) 몸도 마음도 많이 훨씬 좋아졌을 것이다.

사지마비 척수장애인에게 소송을 통하여 간병비 등 생존에 필요한 손해배상금 지급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행위, 재벌 총수는 자유자재로 해외 치료를 받으면서 사지마비 장애인인 약자에게는 치료 기회를 차단하는 행위는 지탄을 받아야 한다.

하루 빨리 보험금을 지급받아 모든 치료와 간병을 다시 받고 당당하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이러한 사회적인 폐단들은 없어져야 한다. 사회적인 약자인 장애인들에게 사회로 나가는 재활을 지연시키는 행위는 엄중하게 제재를 가해야 한다.

비정상의 관례와 제도들이 원위치로 돌아올 때, 모든 것들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는 정상적인 사회가 될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이러한 폐단으로 고충을 겪는 일들이 하루속히 제거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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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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