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본부장 이수민)가 바빠졌다. 올 3월부터 시작한 장애인서비스 연계사업이 본격화되면서 현장으로 나서는 직원들의 발걸음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장애인 등급 심사와 활동지원 업무를 수행하던 트랙 위에 현실성 있는 맞춤형 서비스를 지역 장애인들에게 제공하고자 새로운 모델을 시범적으로 부가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장애인서비스 관련 업무는 17개 부처에 약 80여 종으로 분산되어 실시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공급되는 서비스 총량도 늘어났고, 그 형태도 다양해졌다.

이와 더불어 매년 소요 예산도 증가하고 있어 겉보기에는 상당한 발전이 있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도 서비스 만족도는 매우 저조한 실정이며, 2011년도 장애인 실태 조사에 의하면 장애인 등록 절차를 마친 후에 "별다른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62%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현상은 난해한 행정 전달 체계와 제공자 중심의 일방적인 분배 형태가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있고, 장애인의 욕구와 의견이 존중되지 않은 비효율적인 서비스가 진행되어 왔음을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

읍면동 주민센터에서는 법률과 규정에 의한 경직된 행정 업무가 대부분이고, 장애인복지관을 비롯한 시설 등에서는 특정 장애인에 집중된 프로그램 중심의 사업에 치중하는 비율이 높아서 그 영역 밖에 있는 장애인들에게 손길이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국민연금공단이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의 수행 주체로 나서며 일찍부터 맞춤형 서비스 체계를 고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모르고 있었다.

지난 2008년에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장애인복지 인프라 개편을 위한 모의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으며, 4년 전부터 서비스 연계사업의 기반을 다져 2014년에는 전국 20개 지사 47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펼쳐 나가고 있다.

이 사업이 지닌 특징은 장애인이 신규로 등록 절차를 마치면 먼저 찾아가 심도 있는 상담을 통해 의료지원, 직업진로 모색, 공공기관 이용 절차 안내, 각종 자원 연계에 의한 생활환경 개선에 이르기까지 광폭 서비스망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에 대한 맞춤형 지원체계 구축, 지역 장애인의 안정된 일자리 알선사업, 학습지원 연계 사업 등에 신속한 사례회의를 거쳐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장애인지원센터 내에 복지플래너 2명이 분주하게 발로 뛰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시범 사업이라 마포구와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이 주 고객이지만, 장애인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에 해결 방안을 제시하며 생활에 안정성을 확보해 준다. 정보력이 부족한 장애인을 위해 제도와 정책에 따른 진입 경로를 안내하는 일과 경제 활동에 필요한 기관 알선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A 씨는 1969년생으로 온 가족 4인이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껏 절차를 몰라서 장애인등록을 하지 않고 최저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A 씨는 교회 목사와 함께 우선적으로 장애인 등록을 한 후, 직업훈련과 구직활동을 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관련기관을 접촉하여 현재 취업을 앞두고 있으다.

다른 가족들에 대해서도 장애인 등록 이후 각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위해 복지플래너들은 집중적으로 사례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역장애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연계하기 위해 사례회의에 집중하는 서울북부지역본부 장애인지원센터장과 복지플래너들. ⓒ유석영

만성 질환을 가진 B 씨에게는 저비용으로 지속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연결해 안심하고 치료를 계속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며, 교통사고로 어린 나이에 장애를 가진 C양에게는 좋아하는 미술 공부를 계속 하도록 자원을 이어 주었다.

이 사업은 매년 그 지경을 넓혀 각 지역 특성에 맞게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제 장애인들은 기존의 공공기관이나 장애인복지관 및 각종 센터 등에 연연하지 않고 국민연금공단 장애인지원센터에서 복지플래너를 찾으면 원하는 서비스를 빠르게 공급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분명히 소비자 시대이다. 품질과 효율성 그리고 가격 경쟁력에서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생산자는 곧바로 외면을 당하게 된다.

역사와 전통을 내세운 아집이나 전문가라는 명분으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철지난 가르침과 낡은 서비스를 계속 한다면, 뒤늦게 출발한 복지플래너들에게 선두의 자리를 내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한 경쟁 시대에 전통적으로 장애인복지 업무를 담당해 온 주체들은 이 대목에서 변화와 혁신 그리고 분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현실을 직시해 주기를 주문하는 바이다.

이 더운 여름에도 서울북부지원본부 신성윤 센터장과 두 분의 여성 복지플래너들의 멈출 줄 모르는 발걸음은 지역 장애인들의 행복을 찾아 쉴 새 없이 현장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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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영 칼럼니스트
사회적협동조합 구두만드는풍경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장애인복지 향상, 선한 가치의 창출과 나눔을 이념으로 청각장애인들이 가진 고도의 집중력과 세밀한 손작업 능력을 바탕으로 질좋은 맞춤형 수제 구두를 생산하며, 장애 특성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여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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