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로 달리는 화합과 평화의 길.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분단국가 DMZ는 그 뼈아픈 역사를 가슴깊이 껴안은 슬픔의 땅이자 평화와 희망의 안전지대다.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DMZ가 이제 한층 가까워졌다.

서울역에서 하루 두 번 출발하는 평화열차 DMZ~train은 능곡, 문산, 운천, 임진강, 도라산역 까지 1시간 20분이 소요된다. 기존 열차를 개조해 지난 오월 새롭게 몸단장을 끝내고 야심차게 여행객을 맞는다.

외관은 한국전쟁당시 증기 기관차의 그림 옷과 무궁화 꽃으로 치장했고 내부는 바람개비와 무궁화, 바닥은 연잎그림으로 장식 했다. 덜컹거리며 달리는 열차 안에선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평화열차 DMZ~train에 승차를 환영합니다. 지금부터 여러분을 모시고 남방한계선 도라산 역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열차가 출발하면서 승무원의 몸놀림이 분주하다.

능곡역에 도착해 인근 주민을 태우고 열차는 다시 도라산으로 출발한다. 능곡역은 초등학교 때 친구를 따라 온 기억이 난다. 당시 친구의 외할머니 집이 능곡이어서 신촌역에서 기차를 타고 능곡에서 내렸다. 그땐 무슨 생각으로 이 먼 곳 까지 친구와 단 둘이서 왔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아마도 그 때부터 유목민의 유전자가 발달했나보다. 기차를타고 능곡까지 가는 길은 휴전선을 넘는 것만큼 멀고 먼 길이었고 전형적인 농촌 풍경이 마음에 들었다. 논길을 지나고 작은 야산 넘어 친구의 외할머니 댁으로 소풍가듯 여행했다. 몇십년이 지난 지금 능곡역을 지나는대 어린시절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지금과는 풍경이 사뭇 다르지만 철길을 따라 추억의 풍경도 느리게 따라온다. 열차 안에선 익숙하고 오래된 팝송이 흘러나오고 낭랑한 여승무원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전해진다. 열차 내부엔 각 객실마다 경의선 기차의 사진전시회까지 개최하고 있어 철로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도라산 역까지 가는 내내 이벤트도 다양하다. DMZ~train 엽서쓰기, 열차내 숨겨진 지뢰찾기, 멋진 포즈의 사진 찍기까지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엽서쓰기는 자신만의 사연을 적어 방송실에 보내면 승무원이 선정해 방송해주고 상품까지 탈수 있다.

사연을 듣는 동안 열차는 임진강 역에 가까워진다. 이때부터 도라산 역을 출입 할 수 있는 안보관광 제출용 출입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작성 내용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일반관광과 안보관광으로 나눠지는데 일반관광은 도라산 역에서 평화공원까지 보도로 관광할 수 있고, 안보관광은 연계버스를 타고 비무장 지대에 있는 제3땅굴, 도라전망대, 통일촌 직판장 등을 둘러 볼 수 있다.

하지만 휠체어를 사용하는 관광객은 선택의 여지없이 일반관광에 국한된다. 도라산 역 출입신청서를 작성하고 나면 승무원이 출입증을 나눠주는 동안 열차는 임진각 역에 도착한다. 이때부터는 코레일의 관리에서 국방부 관리로 넘어간다.

임진각역에 도착하면 관광객 모두 임진각 역에 내려 신분증과 출입증 인원수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지금부터는 개별행동으로 발생하는 안보 사고는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이다. 인원수 확인이 끝나면 승객들은 다시 열차에 올라 도라산 역으로 출발한다. 임진각을 출발한 열차는 한국전쟁당시 끊어진 임진각 폐 철교를 보면서 도라산 역에 도착한다.

도라산 역은 대륙을 향한 출발하는 첫 번째 역이다. 2000. 6. 15. 남북공동선언에 이어 같은 해 7.31 남북은 경의선 철로를 연결하기로 합의 했다. 그리고 군부대가 앞장서 철조망을 걷어내고 지뢰를 제거하는 등 난공사 끝에 2002. 4. 11. 도라산 역을 개통하고 2003. 6.14 남북이 군사분계선에서 경이선 철도 궤도를 연결했다.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에서 700여m 떨어진 남쪽의 최북단 국제 역으로서 분단의 상징적 장소인 동시에 향후 경의선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교류의 관문이라는 역사적인 의미도 가지고 있다.

열차는 도라산 역에 승객을 내려놓고 잠시 숨을 고르며 금방이라도 북으로 달려갈 것 같다. 대합실 남북 출입국 수속을 거쳐 평양으로 가는 열차를 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평양으로 가는 게이트는 굳게 잠겨있다. 이제부터는 안내원을 따라 버스연계 관광과 평화공원 관광으로 나뉜다. 그리고 안보지역이니 만큼 개별행동인 용인되지 않으니 철저하게 안내에 따라서 움직여야 한다.

도라산 역을 나와 평화공원으로 발길을 이어갔다. 평화공원과 도라산 역의 거리는 300m 정도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다. 그리움의 염원이 가득한 도라산역 평화공원은 2002년 부시 미국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도라산역 방문을 계기로 구상돼 2006년 5월에 착공해 2008년 6월 완공된 공원이다. 공으로 가는 길목마다 철조망이 길게 쳐져 있어 분단의 현실을 실감나게 되고 언제쯤이면 자유롭게 여행 할 수 있는 날이 올지 안타까운 마음만 가득하다.

공원에 들어서면 올챙이 모형의 조형물이 먼저 반긴다. 생명의 근원인 물방울, 바람, 씨앗, 정자의 은유적인 표현물로 DMZ의 낙관적인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물방을 앞에는 한반도 모양의 연못엔 철새들이 놀다간 자리가 있고 그 자리에 여름 야생화와 창포 꽃이 한창이다. 가로등도 여느 공원과 다르다. 등을 가리고 있는 덮개는 푸른색의 한반도 그림이 통일된 대한민국의 상징처럼 등을 감싸고 있다.

왼쪽엔 분단의 벽을 넘어선 철탑 ‘개벽’이 자리하고 있다. 월래는 개성공단에 지금의 크기 3배로 제작해서 전망대 탑처럼 누구나 올라 갈수 있게 승강기도 설치고 개성공단에서 임진각 까지 훤히 볼 수 있게 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의 반대로 갈 곳을 잃은 ‘개벽’은 평화공원에 축소된 모형으로 셋방살이를 하게 됐다. 통일이 되면 지금의 모습 3배 크기로 개성공단에 다시 세월질 것을 기대해 본다.

공원엔 갈 곳을 잃거나 흔적만 남은 작품들이 많다. 분단의 비극을 표현한 ‘앤토니곰리’의 작품 ‘유리된 극점’은 인간의 몸을 비행기 몸체로 형상한 작품 한 쌍을 구성해서 남북한 통일에 대한 갈망의 의미를 담아 남과 북에 각각 설치하려 했다. 한쪽은 도라산 평화공에 하나는 북한 개성공단에 설치해서 두 작품이 서로를 바라보는 것을 염두에 두어 만든 작품이다.

하지만 북한의 반대로 작품을 설치를 할 수 없게 되자 도라산역 공원에 설치됐던 나머지 작품도 모두 가지고 영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 후 평화 공엔 흔적만 남아있고 작가는 통일된 대한민국에 작품을 설치 할 것이라고 한다.

공원 중간쯤엔 한국전쟁당시 사진도 전시 하고 있다. 사진은 저마다 가슴 아픈 흔적들로 가득하지만 그중에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하는 한 장의 사진이 가슴 뭉클하게 한다. 러시아어로 쓰인 팻말 앞에 나란히 서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아이들의 사진이다. 사진 속 아이들은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의 상처를 고스란히 겪으며 한반도 분단의 역사와 상처를 몸소 겪으며 지낸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38선이 그어진 당시만 해도 반세기 넘게 분단의 땅이 될 줄 몰랐을 것이다.

또 한 장의 사진은 남북고위급 회담 수행원으로 평양에 가는 남측 장교와 북측 안내 장교가 빙판길에서 미끄러지려는 순간 손을 꼭 잡고 서로의지하며 걸어가는 사진이다. 사진 속 장교들은 같은 길을 걸으며 환한 웃음 짓고 있다. 언제쯤 우리 민족은 분단의 아픔을 극복하고 하나 된 조국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

공원 중간쯤엔 평화공원을 찾은 관광객의 염원을 담는 희망 채우기 체험도 운영하고 있다. 북한 어린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체험프로그램 ‘우정의 벽 희망 채우기’ 는 남북한 우정을 희망하는 메시지를 모아 올해 말 우정의 벽으로 완성되어 방문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희망을 채우고 소원철조망에 통일에 대한 소원을 구체적으로 적어 걸었다. 2024년 6월 구체적인 통일 날짜를 정하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소통하다보면 통일은 곧 이루어 질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통일은 너무 막연하게 생각해 왔다. 어쩌면 통일비용과 북한과의 문화적 괴리와 부담감이 통일이 늦춰지는 요인 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도 있지만 언제까지 통일을 이루자는 구체적인 날짜는 정하지 않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념논리로 통일은 늘 상처투성인 부상병이었다.

분단의 상처는 반세기를 훌쩍 넘었다. 그러니 이젠 구체적인 날짜를 정해 통일을 향한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만이 통일이 대박이라는 증거를 보여주는 길일 것이다. 통일 대박이 되는 날이 빨리 오기를 희망해 본다.

•가는 길

서울역에서 오전 8시 30분, 오후 1시 40분 하루 2회 출발.

복지할인 50% 적용, 평일 1인 왕복 8,800 원

•먹거리

DMZ 열차내 전투식량

•장애인화장실

서울역, 도라산역, 평화공원

•문의

휠체어 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DMZ~train. ⓒ전윤선

서울 도라산 을 오가는 열차. ⓒ전윤선

휠체어 좌석. ⓒ전윤선

열차안 풍경. ⓒ전윤선

출입 신청서.ⓒ전윤선

안보관광 명찰.ⓒ전윤선

도라산 역. ⓒ전윤선

38선 표지판.ⓒ전윤선

판문점.ⓒ전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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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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