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매년 전국을 순회하며 진행되는 전국척수장애인어울림한마당이 이번에는 대구에서 6월 13일, 14일 양일간 개최되었다. 서울, 경기, 천안, 광주, 광양을 거쳐 6번째 도시인 대구에서 그 화려한 막을 열었다.

척수장애인과 그 가족 500여 명과 행사 참가자 자원봉사자, 지역의 일반 관객들까지 총 800여명의 관중들이 대구의 계명대 성서캠퍼스 체육관 일대에 자리한 행사장을 입추에 여지없이 가득 채운 것이다.

1박 2일 동안 열린 이 행사는 전국의 척수장애인 회원들이 모여 문화행사와 체육행사 그리고 다양한 체험과 정보를 교류하는, 그야말로 척수장애인 최대의 정보교류의 장이다.

사회재활사업의 하나인 이 행사는 하루 아침에 사고나 질병때문에 인연이 된 휠체어를 타고 세상 밖으로 나오기가 두렵고, 휠체어를 타고 타 지방을 가는 것도 엄두가 안 나고, 외부에서 잠을 청하고 집이 아닌 외지에서 식사를 한다는 것이 겁이 나는 많은 척수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자신감과 열린 세상을 보게 하는, 마치 신천지를 발견한 새로움을 느끼게 한다.

장애 초기의 가장 쉬운 사회복귀방법은 이렇게 군중심리를 이용하여 나와 같은 처지인 장애인도 하는데 나는 못할까 하는 오기를 불러일으키는 간단한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동료상담의 원리이기도 하다. 이런 행사는 예산확대를 통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권장을 해야 한다.

폐막식 시상식 한 장면. ⓒ이찬우

광장에 마련된 각종 홍보 부스. ⓒ이찬우

전국적인 현상이겠지만 대구지역의 경기침체와 세월호 참사 여파로 여러 가지 형편이 그야말로 바닥이다.

전국 각지에서 온 많은 척수장애인과 가족, 그리고 관계자들이 대구 성서공단의 숙박시설에서 묵게 되었고, 숙소 주변의 식당과 거리 곳곳에 휠체어를 탄 척수장애인들이 흔하게 보이고, 이들이 타고 온 각종 차량 등으로 행사장 주변이 시골 장터같이 흥청거린다. 거리 어디에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이 넘쳐나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자유가 넘쳐흘렀다.

어느 식당 주인은 언제까지 행사를 하느냐고 물으며 그동안 장사가 안 되었는데 너무 고맙다며 서비스로 이것 저것 내오신다. 언제 장애인이 이런 대접을 받았나 싶을 정도로 환대가 극진하다.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보는 것이 아니고 소비주체로 본 것이다.

장애인이 환대받는 소비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 활동이 절대로 필요하다. 사람이 일을 하고 소득이 있어야 하는 간단한 원리이다. 돈이 있어야 물건을 사고 물건을 사야 소비주체로서 인정을 받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많은 장애인들이 경제활동(창업, 취업 등)을 통하여 수입을 창출하고, 그 수입이 소비가 되는 선순환이 바람직하겠지만 여러 가지 제도적인 문제가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호락호락 내어 놓지는 않는다.

다른 방법으로도 장애인들의 소비활동을 촉진할 다양한 방법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하는 이유이다.

장애인단체의 각종 행사를 통해 건전한 소비를 촉진하게 되면 작으나마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를 통해 소비에 대한 훈련도 가능할 것이다. 자립생활은 이런 행위를 통해 훈련되어진다.

작년 말 장애계에서는 영국의 현금지급제와 개인예산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었다. 지금은 그 논의가 소강상태이지만 굉장히 신선하고 실현 가능한 제도라는 생각이다.

현재 간접지원방식인 활동보조비와 각종 바우처 등의 지원을 현금지원방식인 직접지원제도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이 제도로 인한 부정적인 사용에 대한 우려로 걱정하는 의견도 있으나 그것은 장애인들의 수준을 무시한 기우이고, 장애인 스스로가 수입과 지출에 대한 통제와 건전한 소비생활로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고 그에 따른 당당한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펼쳐나간다면 지금의 단편적인 삶이 훨씬 더 역동적인 삶이 될 것이다.

이제는 소비주체의 장애인을 양산하는 새로운 복지의 패러다임이 필요할 때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