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여러 가지 중에 다수결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보기에는 그럴듯하게 보이는 민주주의의 다수결의 원칙에 대한 오해가 심각하다.

다수결의 원칙은 다수의 의견을 따르자는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사람들은 너무나 무비판적으로 다수결의 원칙을 보편타당하여 거부할 수없는 것이라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본래 다수결의 원칙은 민주주의의 제1원칙이 아니라 차선의 원칙이다. 제 1의 원칙은 당연히 ‘대화와 타협의 원칙’이며 그것만으로도 해결될 수 없을 때 부득이하게 다수결의 방향으로 가는 것일 뿐이다. 다수가 소수에게 결정을 강요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호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다수결의 원칙은 사회 각 분야에서 소외를 낳는다. 소외된 부류는 양지가 아닌 음지에서 신음을 하는 소수자가 되기도 한다.

장애인들이 사회의 소수자가 되는 것도 다수결의 원칙에서 배제가 되기 때문이다. 경제활동도 문화 활동도 어디에서도 다수의 힘에 밀리기 때문이다. 이를 원망할 수도 없다. 다수결의 원칙에 대한 오해는 소수자가 발생될 수도 있고 그에 대한 반발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애계도 다수의 유형위주로 정책이 흘러가고 힘의 분배가 이루어진다. 만인을 위한 복지와 정책은 누구나 선호를 하고 납득을 하지만, 소수를 위한 복지는 간과를 하는 것이다.

소수자로 다수의 억압을 받아 온 우리 장애인 당사자 그룹 내부에서도 우리가 다시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억압에 무감각한 아이러니가 있다.

최근에 회원인 사지마비 경수장애인으로부터 긴급한 문자가 왔다. 이 회원은 사고 전에 4옥타브를 오르내리는 출중한 노래실력을 겸비한 촉망받는 가수로도 활동을 했었고 대학에서 보컬트레이닝을 하는 강사로도 활동을 했었는데 오토바이 사고로 큰소리도 내기 어려운 사지마비의 장애인이 된 것이다.

그때의 그의 절망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성악가로 활동하고 있는 선배들의 지지와 동료들의 지원으로 다시 노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심게 되었다.

하지만 발성을 한다는 것은 복부에 힘이 가해져야 하는데 사지마비 경수장애인들은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의 마비로 스스로의 조절이 불가능 하다.

그럼에도 다시 노래를 부르기를 갈망하여 절치부심하고 노력을 하던 중 서울대의 이상묵박사 연구팀의 지원으로 노래를 부르기 위한 복부압력장치를 개발하고 최근 열심히 테스트를 하던 중이었다.

다시 노래하는 것이 꿈인 김혁건씨 - 동영상 캡쳐

연구 중인 복부압력장치. ⓒ동영상 캡쳐

관련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bcEapI_oPI0&feature=player_embedded

그런데 재정부족으로 연구프로그램 지속에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결국은 주관부서인 한국산업기술관리평가원의 ‘2014년도 국민편익증진기술개발사업 기획 후보과제 대국민 온라인 선호도 조사’를 통하여 지원여부가 결정된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그에게 노래는 인생을 다시 살게 하는 희망이었고 꿈이었다. 그러한 꿈이 다수결의 원칙으로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장애인과 사회약자들을 위한 복지나 기술개발이 예산이나 패러다임의 변화(최근에는 안전이 대세)로 진행 중이던 연구도 정지가 되고, 선호도 조사를 통하여 순위가 정해진다면 겉으로 보기에는 합리적인 민주주의적 절차인 것 같지만 사실은 또 다른 차별인 것이다.

만인을 위한 복지도 중요하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수, 아니 1인을 위한 복지에 마음을 쓰지 않는다면 이는 성숙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숨 쉬는 민주주의는 다수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이 때문에 소수의 꿈과 행복이 차별을 받는 그런 사회가 아니기를 바란다.

소수의 꿈도 이루어지도록 지지하는 사회, 이것이 우리 모두가 원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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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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