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유형의 장애인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척수장애인만큼 원상회복에 대한 집념이 강하지는 않을 것이다. 척수손상 이후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것 같은 삶의 변화는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운동신경과 감각신경 마비는 기본이고 대·소변기능, 성기능, 통증, 강직 등의 후유증과 욕창, 기립성저혈압, 당뇨, 근골격계질환 등의 합병증을 평생 안고 가야하고 경제적, 사회적인 곤란을 당하는 이 장애는 차라리 천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당사자와 가족들이 치료(원상회복)에 대한 집념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부는 병원입원 중에도 의사의 눈을 피해 가지가지의 민간요법과 대체요법 등을 동원하고 신앙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다.

필자도 수 천 만원 대의 이름도 모를 약과 한방요법을 동원해보기도 했다. 심지어 오래 묵은 똥물이 좋다고 가족들이 시골을 뒤져 구해와 먹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애꿎은 돈만 날리고 시간만 소비하고 적시에 해야 할 사회복귀재활치료의 시간만 늦춘 꼴이 되었다.

이를 어느 누가 탓할 수 있겠는가? 모든 척수장애인들이 이런 심정이고 이런 유사한 상황들을 거쳐 현실을 직시하고 장애를 수용하게 된다.

이러한 애절함 속에 2000년대 초반부터 회자된 줄기세포치료는 그야말로 한 줄기의 빛이고 전지전능한 만병통치약 같은 희망이라 생각되었고 척수장애인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사실 초기부터 한국의 줄기세포치료 역사에 척수장애를 빼놓고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황우석박사와 함께 세미나도 개최하고, 수시로 지지성명과 반대에 대한 항의성명도 내고 적극적인 지지와 척수장애인의 자발적인 연구 참여도 했었고 시술에 참여하여 매스컴에 나오기도 하였다.

초대 한국척수장애인협회의 회장을 역임하시고 제18대 국회의원이 되신 정하균 의원은 국회에서도 줄기세포에 관련된 단체 활동과 입법 활동을 열심히 하시기도 하셨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치료와 관련된 성과는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바라던 원상회복을 한 척수장애인은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이다. 뜨거웠던 관심도 차분해졌고 그렇게 척수장애인들의 사회에서는 줄기세포치료에 대해 냉정함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 유인한홀)에서 열린 토론회 전경. ⓒ이찬우

최근 6월 2일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GSRAC(글로벌 줄기세포/재생의료 연구개발촉진센터)의 주최로 ‘줄기세포 전문가와 환우토론회’라는 행사를 개최를 하였다.

GSRAC는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2011년 12월 설립되어 재생의료 분야의 전략기획, 사업화 지원, 성과분석, 글로벌 파트너링을 통하여 기술혁신의 실용화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에 대한 성과로 먼저 시작을 했지만 그간 여러 가지의 불협화음으로 지체가 되어, 현재는 외국보다 연구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불안하기만 한 현실에서 뜬금없는 환우와의 토론회가 의아하기는 했다.

토론회의 개최 목적이 연구자들의 인식과 환우(장애인)들의 인식에 대한 차이를 줄이고 서로간의 인식을 확인하기 위한 소통을 위해 행사를 개최였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이라는 것이 위안을 줄 뿐 소통을 위한 준비는 아직 덜 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자료집도 없고 전문가들은 환우들을 위한 소통의 준비가 없이 그들만의 전문용어만으로 난립된 발표는 그 간극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파킨슨씨병, 루게릭병, 척수장애 등의 당사자와 가족들이 참여를 했는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고 그들만의 연구 성과 치하와 근거 없는 약조와 자신감이 오히려 참가자들과의 소통을 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론이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였다.

다양한 질환의 당사자들이 모여 있어 깊이 있는 질문과 토론이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차제에는 질병별로 토론회를 개최해야겠다는 주최 측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 만큼 현장에 대한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우리는 우리들을 위로할 달콤하고 충격적인 조급한 소식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기다릴 수 있으니 더디더라도 확실하고 신뢰감 있는 치료에 대한 비전을 원한다. 당사자들의 조급함을 약용하고 현재의 치료목표치를 너무 상향시키고 무한 기대를 하게 하는 이러한 공급자의 상술(?)에 당사자들의 분개를 하는 것이다.

신약 하나 개발하는데도 수 십 년이 걸리는데 현재의 의학기술로 치료가 불가능한 불치·난치병부터 퇴행성질환까지 치료하는 기술을 만드는데 한 세기가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혜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다음 세대의 누군가가 장애로 불치병으로 인생을 불행하게 살게 하고 싶지 않은 소망 때문에 우리는 무한한 관심을 갖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문제점들과 부작용을 포함한 연구 성과를 솔직히 고백하고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 격려해달라라는 연구진들의 자기성찰과 지지요청이 먼저 있어야 우리들도 용기를 잃지 않고 기다려 주고 격려를 할 것이다.

다소 실망을 하더라도 우리는 솔직함을 원한다. 패널로 참가하신 분들 중에서 한 분은 자기라면 아직까지는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알기에 척수손상을 회복을 위해서 줄기세포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이런 솔직한 발언이 오히려 우리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보통의 척수장애인들의 줄기세포치료에 대한 희망은 예전처럼 걷고 뛰는 것이다. 가능한 일인가? 차라리 소변이나 대변조절이 가능하고 사지마비 척수장애인들은 땀도 나고 체온조절이 가능하게 하는 등의 현실적이고 눈높이에 와 닿는 치료목표를 설정하고 연구를 하기를 바란다.

또한 가끔 언론플레이 하듯 매스컴에서 흘리는 치료 소식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지 않기를 바란다. 장애인이지만 당당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도 적지 않은 척수손상환자들이 줄기세포치료에 대한 부적절한 정보로 시간을 소비하고 경제적으로 손해를 보고 부작용으로 가슴앓이 하고 있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또한 연구자들과 관련 기업인들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줄기세포치료에 대한 맹목적인 기대감과 환상으로 사회복귀에 대해 냉소하는 그런 척수장애인들을 만들어 내는 것은 결국 연구자와 그에 기대는 언론인과 기업가들의 책임이라는 이야기이다.

진정한 소통을 원하는 토론회는 환영한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들러리 서는 듯한 형식적인 행사라면 모두가 피해를 입을 것이며 이것은 미래지향적이지 않다. 연구자의 수준이 높아지는 만큼 우리의 수준도 높아지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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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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