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이란 경찰학 사전에 의하면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서 태풍·홍수·호우·폭풍·폭설·가뭄·지진·황사 등 자연현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재해, 그리고 화재·붕괴·폭발·교통사고·환경오염사고 등 이와 유사한 사고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규모 이상의 피해 등 국가기반체계의 마비와 전염병 확산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말한다.

그러고 보니 척수장애인과 같은 휠체어사용 장애인들은 특히나 재난에 무방비이고 매우 취약하다. 재난 약자라고도 하지 않은가?

최근 들어 세월호 참사, 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 고양터미널 화재사고, 오늘 새벽의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고 등 생각하기도 끔찍한 재난들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만일 그 장소에 휠체어를 탄 내가 있었다면? 하는 몸서리쳐지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 했나? 과연 나는 안전하게 탈출이 가능했을까? 그 와중에 사람들은 나를 도와줄까? 별의 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쓸데없는 기우라고 나에게는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자신을 할 수도 없는 현실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영화관을 자주 가는데 그곳에 화재가 난다면? 건물이 붕괴된다면? 하는 걱정을 이제까지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요즘 들어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그런 걱정 때문에 외출을 금하고 집에만 있을 수도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집에서는 그럼 상황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고..

우리 집은 28층짜리 고층 아파트인데 그 곳 22층에 산다. 무슨 일이 생기면 엘리베이터도 탈 수 없고 계단도 휠체어 때문에 혼자서는 오르내릴 수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만일 내가 근무하는 빌딩에 화재가 난다면 휠체어장애인들이 많은 우리 사무실은 누가 대피를 시켜주나?

직원들과 함께 건물 내에서 담당자를 정하여 평상시에 대피하는 훈련도 필요 하겠다.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국민성을 알고는 있지만, 당연히(?)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주겠지만 아마 돕는 방법을 몰라서 우왕좌왕할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예방대책과 안전방침, 비상 매뉴얼 등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사전에 훈련하고 익히지 않으면 소용이 없을 것이다. 국민들에게도 재난 시에 재난약자를 도와야하는 계몽도 사전에 열심히 해야 한다. 아이, 노인, 여성, 장애인 등을 우선적으로 대피시키는 매너도 가르칠 필요가 있다.

또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하여 자신의 장애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훈련도 필요하다. 어떻게 나를 도와야 하고, 휠체어는 어떻게 해야 쉽게 이동할 수 있는지 표현해 보는 훈련도 필요하다.

보라매안전체험관 전경. ⓒ이찬우

사전에 재난에 대한 가상 체험을 통해 안전에 대한 안식이 필요할 것이다. 서울시민안전체험관(http://safe119.seoul.go.kr/)은 각종 재난 상황을 가상으로 설정하여 일반 시민들이 직접 체험을 통해 안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재난 체험관이다.

우리가 평소에 접하기 힘든 지진부터 화재, 태풍 등을 체험하며, 각종 사고의 위험성을 사전에 예방하고 대처하는 요령을 쉽고 재미있게 습득할 수 있다. 서울시민안전체험관은 다양한 소방시설의 원리를 배워 볼 수 있는 '보라매 안전체험관'과 가상체험과 영상 관람을 할 수 있는 '광나루 안전체험관' 등 두 군데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제는 장애인 당사자도 공공장소에 갔을 때 어디에 비상구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대피를 해야 할지 동선을 확인하는 습관도 필요하겠다. 평상시에도 최소한 연기나 유독가스를 막을 수 있는 물티슈정도는 소지하고 다녀야겠다.

또한 가족과 활동보조인들에게도 사전에 재난예방교육이 꼭 필요하다. 재난 시에 장애인들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교육이 선행되어야 하고 정기적으로 실습교육도 필요하다.

이 글을 쓰면서 한편으로는 참 걱정거리도 많고 준비해야 할 일도 참 많다며 쓴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겠다는 상상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무방비로 당할 수는 없지 않은가?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으로 살아나가는 것, 재난약자로 산다는 것이 참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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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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