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전략은 제3차 아·태장애인 10년을 상징한다. 아·태장애인 10년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장애인들의 권리증진과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1992년부터 10년간씩 진행되어 온 국제사업이다.

제1차 아·태장애인 10년(1992~2002)은 중국정부의 주도로, 제2차(2003~2012, 일명 비와코선언)는 일본정부의 주도로 사업을 진행하였고, 이어서 제3차는 2013~2022까지 한국정부의 주도로 진행이 될 것이다.

제2차가 마무리되는 20여 년 동안 정부(관) 주도로 이루어져서 한국의 NGO들은 이런 것이 있는 줄도 몰랐었다.

당사자의 지지와 참여가 없는 아·태장애인 10년은 불보듯 뻔하게 미사여구의 화려한 용어와 도식만이 넘쳐날 것이고, 결국은 장애인들의 직접적인 삶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인지하는 바이다.

이를 위해 제2차년도가 종료되기 전부터 한국의 장애계를 중심으로 아·태지역의 장애인 당사자들이 잦은 정보교류와 인적네트워크를 통해서 제3차년도는 장애인당사자들의 참여와 역할을 기대하고 그를 위해 다양한 활동과 노력을 하였다.

이를 통해 한국의 AP-DPO United(아태장애인연합, 서인환 의장)가 시민사회단체(CS0)의 실무그룹(Working Group)으로 참여하게 되는 결실도 이루었다.

2012년 10월에 인천송도에서 열린 ‘유엔에스캅 정부간고위급회의’ 모습. ⓒ이찬우

2012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인천전략의 선포를 하고 한국정부의 주도로 제3차 아·태장애인 10년에 대한 기대와 함께 시작이 되었고,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사무국의 역할을 하여 시작한지 1년 반이 지났다.

하지만 장애계의 염원처럼 장애인당사자들의 활동과 역할의 대한 변화의 조짐은 없다. 정부의 주도로 아주 쉬운 방법으로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통하여 표시(?)나게 일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정부차원에서는 고급의 정보를 기본으로 정부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전문가 인력의 교류를 통하여 실패의 위험을 적게 하고 홍보를 멋지게 하면서 포장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는 것은 1, 2차 때에도 했던 과정의 답습이다. 그 결과, 효과가 미진했다는 것은 정부도 알고 있을 것이다.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서는 양면 작전, 투-트랙(Two-track)의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 간의 교류와 민간(장애인 당사자)의 활발한 교류가 병행되고 균형이 되어야 한다. 장애인 단체는 전문적이지 않고 신뢰가 없고 파급효과에 대한 기대가 적고 효율적이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선입견이고 그 자체가 장애이다.

2000년도 초에 일본으로부터 자립생활의 이념이 들어오고 지식의 교류와 인적교류를 통해서 한국의 장애계에 거대하고 능동적인 변화의 물결이 있었다. 이를 통해 짧은 기간 어느 정부도 하지 못했던 당사자가 주도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났다.

전동보장구의 확대와 편의증진의 확대, 활동보조제도의 시행, 각종 법률의 제정 및 개정운동, 다양한 유형의 활동가의 양성 등 양적·질적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물론 이런 변화를 위해 많은 희생이 있었고 정부의 양보와 협조가 있었음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이런 일을 인천전략에서 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지만 장애인 당사자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그들에게 힘과 지혜를 주도록(임파워먼트) 지원하고 기다릴 줄 아는 역량강화를 위한 중·장기사업에 정부는 과감히 투자를 해야 한다.

물고기를 잡아서 먹어라하고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사람을 키우는 일에, 역량을 강화하는 일에 많은 부분의 재원과 집중을 해야 한다. 그 씨앗이 향후의 한국을 중심으로 한 아태지역 또는 세계적으로 장애인복지의 수준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다.

장애인 복지는 정부의 일방적인 힘만으로는 완성될 수가 없다. 이제는 어느 누구도 혼자의 힘만으로는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없다.

10년 중에 1년하고도 반이 지나갔다. 남은 8년과 반을 위해 다르게 생각하고 실행해보는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1, 2차와 같이 그저 그런 결과를 내놓을 것인지, ‘다른 때와는 달랐다, 역시 한국이다’라는 결과를 내 놓을 것인지를 평가받기 위해서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장애계도 정부의 인천전략사업에 대하여 초미의 관심과 모니터링을 통한 격려와 조언, 적극적인 협력을 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이다.

한국을 중심으로 아태지역 장애계의 커다란 변화의 물결이 일렁이는 때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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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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