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휠체어를 탄 척수장애인들의 공중파방송 활약이 대단하다. KBS1 <강연100℃>에 휠체어 성악가 이남현 씨와 휠체어 무용가 김용우 씨가 출연하였고, 카스바의 여인으로 유명한 가수 윤희상씨도 TV에서 자주 보고 있다. 강원래 씨의 활약은 익히 알고 있는 일이다.

그 외에도 서울대 이상묵 교수, 연세대 김종배 교수도 자주 뵐 수가 있었다. 이렇듯 척수장애인의 공중파를 통한 활약은 필자도 당사자인 입장에서 대단히 환영할 일이고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을 한다.

지난 토요일 SBS의 주말 간판 연예프로그램인 스타킹에 성악가로 활약하고 있는 황영택 씨가 출연을 해서 세상의 변화에 다시금 놀랐다.

황영택 씨는 한국척수장애인협회의 문화예술위원회의 음악분과 위원장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협회와 함께 다양한 공연활동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휠체어성악가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척수장애인들처럼 산업현장(크레인기사)에서 일을 하다 불의의 사고로 하루아침에 하반신마비의 장애를 입었지만, 가족의 헌신과 본인의 노력으로 휠체어테니스 국가대표 선수활동으로 세계랭킹 36위까지 오르는 발군의 실력가였다.

중창단으로 활동을 하다가 성악의 꿈을 이루기 위해 느지막하게 대입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정식으로 음대를 졸업하고 각고의 노력으로 경쟁에서 승리하여 프로 성악가의 길을 가고 있다. 최근에는 전국 각지에서 음악활동과 대기업 등에서 유명강사로도 이름을 떨치며 분주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남들이 보았을 때 무모하다고 생각되던 그의 도전들 하나하나의 성취가 얼마나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훌륭한 일인지 모르겠다.

사고당시 뱃속에 있었던 태아는 아버지의 도전과정을 지켜보며 반듯한 청년으로 성장하였다. 지난 방송에서 아버지의 노래에 기타로 연주를 하는 아름다운 청년이 되었다.

이 모습을 담담히 보고 있는 부인에게서 그간의 어려움에 대한 보상을 받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스타킹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악가 폴포츠와의 합동공연을 펼치는 모습에서 어려운 시기를 당당히 이겨낸 두 사람의 모습이 묘하게 오버랩이 되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적셔졌다.

방송에서는 휠체어를 타고는 있었지만 누구에게도 부족함이 없는 당당한, 한 사람의 전문인으로서의 모습으로 비추어졌다. 밝고 유머러스한 진행과 쾌활함에서는 이전에 장애인의 TV 출연에서 우리가 쉽게 보지 못했던 자심감과 신선함이 엿보였다.

알다시피 대다수의 대중매체에서는 장애를 개인의 불행, 신체의 손상 개념으로 접근하고, 복지적·자선적 관점의 접근이 과도하게 강조되고 있다. 장애인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이에 대하여 인권적 관점으로의 인식제고를 위한 노력은 기울여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황영택 씨를 보면서 극한 상황을 이겨낸 힘이 느껴졌고, 장애가 신이 주신 시련이라면 또 다른 능력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하는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장애인의 당당함은 또 다른 힘으로 비추어진다.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기분 좋은 생각이 드는 것은 이러한 장애인들의 밝고 당당한 모습이 공중파를 통해서 보여짐으로써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들이 개선이 되고, 장애인·비장애인 사회통합의 가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사고로 병원에 있는 척수손상환자의 사회복귀에 힘이 되고, 퇴원 후 가정으로 돌아왔지만 감히 사회로 나오기를 두려워하는 많은 척수장애인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어서 사고 전의 일상적 삶을 회복하도록 하고 더 분발하게 하는 촉매제 역할이 되기를 바란다.

아무리 시련이 닥쳐도 이 사회는 헤쳐나가서 살아 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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