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장애유형마다 생활 속에서의 소소한 애환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한 애환들을 담담하게 또는 유머스럽게 전달해 줄 정도가 되어야 자기 장애에 대한 수용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척수장애인들이 장애의 특성을 창피해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척수장애의 여러 가지 특성 중에서 감각기능이 없는 이유로 척수장애인은 비장애인들이나 기타 장애인들이 도저히 상상할 수없는 어려움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화상에 취약하다. 추운 겨울에 야외에서 모닥불을 쬐일 경우가 있을 때는 불 가까이 가는 것은 불에 겁 없이 뛰어드는 불나방과 같이 위험한 일이다. 모닥불의 티나 뜨거운 열기가 옷으로 잠시만 전달되어도 우리는 감각이 없어서 큰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식당에서 삼겹살을 구워먹다가도 화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식탁 아래 불판의 열기에 가까이 있는 다리는 감각이 없어 화상을 입기 쉬우므로 늘 다리를 손으로 만져서 확인하거나 멀리해야 한다.

특히 전기장판은 최악의 상황을 연출하기 쉽다. 아마 척수장애인이라면 전기장판이나 뜨거운 방바닥의 온기로 화상을 입어 본 경험이 많을 것이다. 필자도 전기장판에 화상을 입어서 피부이식까지 한 적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취침 중이나 무의식 중에도 피부가 뜨겁거나 불편하면 몸을 움직여서 보호를 하는데 척수장애인들은 감각 자체가 없어서 고스란히 화상으로 연결이 된다.

간혹, 척수장애인 가족들도 이런 상황들을 몰라서 사랑하는 마음에 바닥에 군불을 때거나 바닥 온도를 올려놓아 고생을 시키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척수장애인들이 따스한 바닥보다는 안전한 침대(매트리스)를 선호하는 이유이다.

뜨거운 국물을 먹다가 국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것을 몰라서 화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척수손상을 입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척수장애인들이 한번쯤 하는 실수는 뜨거운 냄비를 아무 생각 없이 허벅지에 올려놓다가 화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무의식 중에 과거의 건강했던 몸을 생각하는 것이다.

샤워를 할 때 뜨거운 물을 먼저 틀다가 화상을 입는 경우도 있고, 수도꼭지에서 한 두 방울씩 떨어지는 온수에 화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노트북을 감각이 없는 배 위나 다리 위에 올려놓고 장시간 사용하다가 배터리에서 나오는 열기로 화상을 입기도 한다. 담뱃재에 화상을 입는 경우는 흔한 경우이다.

어이없이 욕창이 생기는 경우도 많이 있다. 욕창이란 피부가 일정기간 압박을 받아서 괴사가 되는 현상으로, 척수장애인이 가장 쉽게 걸리고 주의를 요하는 병이다.

그런데 자동차 시트 위에 작은 돌멩이가 있는 것을 모르고 장시간 깔고 앉아 운전을 하다가 욕창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또한 뭉쳐있는 뒤쪽 바지속주머니를 오랫동안 깔고 있어서 욕창이 생기는 경우도 보았다. 필자는 바지를 사면 뒤쪽의 속주머니는 바로 잘라버린다.

남성 척수장애인의 경우, 고환이 눌린 채 장시간 않아 있다가 고환이 심하게 붓거나 심한 경우, 제거를 하는 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다.

참 어이없는 일들이 척수장애인들을 어렵게 한다. 이런 척수장애인들을 위해서 오랜 시간의 행사 때에는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가장 욕창에 취약한 경우가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는 경우이다.

척수장애인에게는 화기와 불량음식은 적이다. ⓒ이찬우

그리고 척수장애인들은 장의 기능이 약하거나 배변의 조절이 가능하지 않아 음식물에 매우 취약하다. 그래서 늘 먹던 음식이 아니거나 신선하지 않은 음식이거나 길거리 노점 등에서 파는 음식은 피하는 경우가 많다. 음식물의 유효기간도 매우 유심히 본다.

비장애인들은 배가 아프면 참으면서 화장실을 찾아가면 되는데, 척수장애인들은 참을 수도 없고 장애인용 화장실도 주변에 많이 없기에 음식 섭취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를 오해하고 입이 고급이니 까다롭니 하는 것은 척수장애를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실수이다.

대한민국의 척수장애인들은 장애 이후에 일상의 삶을 되찾기 위해 많은 실수를 하면서 한걸음씩 사회로 첫발을 내 딛는다.

주변의 척수장애인들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혹여나 실수를 하거나 해도 척수장애의 특성을 이해하는 측면에서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

그런 배려를 통해 사회로 나가는 커다란 용기를 얻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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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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