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중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척수장애인이다. 당시 산재보험도 해당이 안 되고 국민연금의 장애연금도 못 받았다. 알량한 자격때문에 수급권자도 못 되었다.

사면초가인 상태에서 바로 사회로 복귀가 가능했던 이유는 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노동의 힘은 중중의 장애인도 당당히 사회의 일원이 되게 한다. 자존감을 느끼게 하고 당당한 삶을 살게 한다.

장애인 고용을 둘러싼 많은 법들이 있다. 장애인고용촉진법, 장애인의무고용법, 고용장려금제도, 근로지원인제도 등등. 미사여구이고 허울뿐인 이런 법들은 장애인에게 충분한 근로의 기회를 주지 못했다. 중중장애인의 고용을 보장하지 못했다.

특히 중증장애인은 장애인 중에서도 고용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하고 차별당한다. 근로의 기회가 없으니 빈곤을 달고 살고, 사회의 뒷면에 가두어지고, 가족에게는 짐이 되는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지난 2월 11일,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합동업무보고에서 박대통령은 이렇게 말씀 하셨다.

"새 정부는 복지와 일자리, 또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이것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과제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고용복지시스템을 조속히 안착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고용복지는 그동안의 복지정책이 가지고 있던 비효율과 낭비, 중복을 없애고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지원을, 꼭 그것을 필요로 하는 국민에게 드려서 국민 각자가 스스로 자립·자활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입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생활하기 어려운 분들에게는 국가가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되,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역량을 키워 자신에게 적합한 일자리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정곡을 정확히 알고 찔렀다. 문제점과 해결책을 알고 있다. 그러나 실천의지가 없는 것이 문제다. 실천하는 것만이 좋은 결과를 보장 할 수 있다.

정부가 안하거나 못하거나 했던 일들을 하겠다고 장애인 당사자들이 나섰다. 구체적인 대안도 가지고 있다.

24개의 장애인 단체들이 ‘중증장애인 노동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장애인노동권공대위)’를 결성하고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정부에게 압박을 시작했다.

중증장애인을 자립생활센터와 장애인 단체 등에서 인턴으로 고용하여 충분한 역량(중중장애인인턴제)을 쌓고 이후 안정적 고용(공공고용제)으로 연결하는 대안을 마련했다.

중증장애인인턴제 = 고용주들은 장애인은 근로능력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들도 모른다. 일을 할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기회조차 박탈하는 인권침해이다. 시켜보지도 않고 해보지도 않고 능력이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도 할 수 있다.

공공고용제 = 인턴제로 능력을 키운 장애인을 책임지고 고용을 하게 하는 것이다. 먼저 공공부분에서 중증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다. 업무능력이 있으니 충분히 근로가 가능하다. 복지관이나 재활병원 등 공공부분에서 그들의 능력 발휘가 가능한 것이다. 정규직 근로자로 당당히 일을 하게 하는 것이다.

장애인노동권공대위의 제안은 돈을 달라고 생떼를 쓰는 것이 아니다. 일을 하겠으니 기회를 달라는 것이고, 그것도 우리의 자립생활센터, 장애인단체 등에서 일을 배우고 업무능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엄청난 예산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결국 당국의 의지 문제이다. 말로만 하는 정책보다는 실천하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정책이 있음에도 놓치는 것은 직무유기이고 범죄이다.

근로를 통한 복지야 말로 완전체이다. 자립생활의 마무리인 것이다. 중증장애인의 고용창출이야말로 창조경제이고,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 개혁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4대 의무는 납세, 국방, 교육, 근로의 의무가 있다.

우리 중증장애인도 당당히 세금을 내고 싶다. 이는 중증장애인인턴제와 공공고용제를 통해 완성될 수 있다. 정부는 말뿐인 립서비스를 중단하고 현실 가능한 장애인노동권공대위의 제안에 귀를 기울이고 수용하기를 바란다.

복지 패러다임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는 진정한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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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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