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다. 오랫동안 고민해 온 부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창의성 교육’이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기도 하다.

‘이것이 창의성 교육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우스운 것이, 그런 말을 한다는 자체가 굉장히 획일적인 사고이기 때문이다.

‘창의성 교육’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고민해야 할 점과 의견들, 다양한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이번 칼럼에서는 창의적 사고의 출발점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창의적 사고는 어떻게 시작되는 걸까?

유아들의 학습지를 한 번 보자. 테이블 위에 과일 바구니가 놓여 있고 동물 친구들이 앉아 있다. ‘사자가 볼 때는 테이블 위에 어떤 과일이 있나요? 토끼가 볼 때는 어떤 과일이 있나요?’ 이렇게 묻는 문제가 있다. 우리가 어린 시절 주전자를 놓고 앞에서 본 모양, 옆에서 본 모양, 위에서 본 모양 등등으로 배우던 것과 같은 것이다.

하나의 주전자지만 보는 위치에 따라서 다르게 보인다. 손잡이가 보이는 쪽이 있고, 손잡이는 보이지 않고 주둥이만 보이는 쪽이 있다. ‘자기중심적 사고’ 단계의 유아들은 자신이 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최지영

먼저 다른 위치에서는 다르게 보인다는 것을 배움으로써 타인의 관점이란 것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을 배운다.

자, 이제 아이가 공부하는 교실을 상상해 보자. 교실 안에 우리 아이와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이 모두 똑같다고 상상해 보자. 입는 옷도 똑같고, 머리 모양도 똑같고, 먹는 것,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말하는 방식, 체력, 성격, 생김새 등등 모든 것이 똑같다면 어떨까?

처음에 친구 사귀는 것이 쉬울 수는 있다. 저 친구가 무엇을 좋아할지 빤히 아니까. 그리고 그 다음은……?

저 친구는 어떤 것을 좋아할까? 어떤 것을 싫어할까? 왜 그걸 싫어할까? 이러면 어떨까? 저러면 어떨까? 어떻게 해야 할까? 등등. 아이들은 서로 다른 상대를 보고 새로운 생각을 시작한다. ‘다른’ 것이 없다면, 이런 사고는 시작조차 되지 않는다.

장애가 있는 아동이 일반학교 학급에 통합될 때, 이 통합교육이 ‘장애가 있는 아동에게 주는 혜택이나 도움’ 또는 ‘장애가 없는 아동에게는 교육적 손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정말 큰 오해다.

통합교육은 어느 누구에게도 일방적 혜택이나 일방적 손해가 아니다. 모든 아이들이 저마다 다르지만 또 같은 인간이란 것을 배워나가는 과정이다. 다양한 아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생각, 바로 창의적인 사고가 시작된다.

3월이 되면 새로운 교실에서 새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간혹 어떤 부모들은 자기 아이의 학급에 장애가 있는 학생이 함께 있는 것을 꺼려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창의적 교육을 위해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며 이곳저곳 아이를 끌고 다니는데, 한번쯤 멈추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 년 내내 아이를 행사장에 끌고 다녀도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보다는 적다.

‘우리 아이가 따라 할까봐’라는 건 눈을 가리고 하는 변명이다. 만약 아이가 정말로 따라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습관화 될 정도 따라한다면, 이미 발달적인 면에서나 정서적인 면에서 아이는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회색 쇠구슬을 가르칠까, 지구를 가르칠까? ⓒ최지영

‘장애’는 인간에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사회적 현상이다. 인간 사회가 편의를 목적으로 ‘다수’를 위한 환경을 만듦으로 인해 ‘소수’에게 발생한 현상이 바로 ‘장애’이다. 장애가 없는 상황이라면 지금 ‘정상’이 아니라 ‘다수’에 해당하는 것이다.

‘다수’를 ‘정상’으로 착각할 때,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내’가 기준이 되어 ‘나’와 유사한 것만 받아들일 때, 획일적인 사고는 시작된다.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을 살펴보자. 다수만을 생각하고 만든 것과 소수를 포함한 모두를 생각하여 만든 것은 다르다. 다수만을 생각하고 물건을 만드는 것은 쉽다. 그러나 그 뿐이다. 소수를 포함한 모두를 생각하여 만든 것은 감탄할 아이디어들이 곳곳에 들어 있다.

현대 사회에는 이미 인간에게 필요한 것들이 무수히 많이 생산되어 있다. 이제 사회는 더 많은 것보다 더 창의적인 것을 요구한다.

통합교육은 우리가 선택하기 가장 쉬운 창의성 교육의 한 방법이다. 아이들은 피부색이나 외모, 체력, 발달정도 등 겉으로 드러나는 개인적인 차이, 또 아이가 속해 있는 문화 환경적 조건 등에 차별받지 않고 완전통합 되어야 한다.

통합교육은 의무이자 권리일뿐만 아니라, 가장 좋은 교육 방법 중의 하나란 걸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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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영 칼럼리스트
교육학 석사(특수교육 전공). 아이를 양육하고 가르치는 일에 있어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훌륭한 교육 시스템이라고 해도 모든 학생들에게 좋을 수는 없으며, 전공 서적을 읽는다고 좋은 부모가 되는 것도 아니다. 각자의 몫으로 해야 할 고민들 중 몇 가지 주제를 통해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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