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8일 토요일 연세세브란스병원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 유일한홀 및 세미나실에서 열린 대한척수손상학회의 제11차 정기학술대회에 참석하였다.

첫 번째 워크숍 장면. 이범석 국립재활원병원부장이 좌장을 맡았다. ⓒ이찬우

올해 처음 시작되었다는 2번의 워크숍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준비한 좌석이 모자라 바닥에 앉은 참가자도 많았다.

첫 번째 워크숍에서는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재활의학과 전하라 선생이 척수장애인 당사자도 많이 알고 있는 척수손상 평가방법이며, 1982년에 개발된 ASIA(American Spinal Injury Association) Standards)에 기초를 두었고 가장 신뢰도 높은 척수손상환자의 신경학적 평가방법인 International Standards for Neurological Classification of Spinal Cord Injury (ISNCSCI)를 소개하고 실연해보였다.

이는 감각검사와 근력검사, 기타검사 등 다양하고 세부적인 검사를 통하여 정확한 상태를 평가하는 도구이다.

척수손상환자의 예후를 판단하고 기능과 회복을 평가하며, 척수손상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과 연구하는 연구자간의 효율적인 대화를 위해서는 규격화된 평가도구인 ISNCSCI를 이용하여 정확히 평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아직까지도 척수장애가 별도의 장애유형으로 분리되어 있지 않는 현실에서 이렇듯 준비는 다 되어 있는데 관계부처는 뒷짐만 지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두 번째 워크솝에서는 최근 이슈로 떠오른 넬라톤과 관련된 CIC(청결 간헐적 도뇨법)와 유치도뇨법의 설명과 실연은 국립재활원 척수병동 유양숙 수간호사가 진행하였다.

이론 교육과 동영상 시청, 실연 그리고 질의응답으로 진행된 이 워크숍은 사뭇 진지하고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제대로 된 교육과 그에 걸맞는 재료(도뇨 카터터)가 보급된다면 척수장애인의 사회 진출과 건강권 확대,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세브란스병원 재활병원 물리치료팀 민원규 선생의 퇴원 후의 척수장애인의 운동에 대한 다양한 사례발표와 동영상을 통해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워크숍도 진행되었다.

척수장애인들은 퇴원 후의 생활이 더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가정과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운동을 통해 정신과 신체적 관리를 해야 한다며 NRH Rehabilitation Research and Training Center(RRTC) on Spinal Cord Injury의 소개를 통하여 즐겁게, 시작은 천천히(오버하지 말고) 기쁜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소개하였다.

심혈관운동(유산소운동), 저항운동, 유연성운동이 필요하다며 스모비 진동스윙 트레이닝, 플렉시바, 슬링운동, 세라밴드 등으로 운동하는 동영상을 같이 시청하도록 하였다.

특별 강연을 한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의 강연 제목. ⓒ이찬우

그리고 특별강연을 한 이상묵 교수는 ‘한국에서 척수장애인으로 살아가기’라는 제목에서 미국에서의 사고경위와 치료경위, 이후 한국에서의 사회생활과정 등을 담담하게 특유의 유머를 섞어서 발표를 하였다. 특히 IT(정보통신)가 자신을 존재하게 하였고 차별없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이상묵 교수는 가족들의 척수장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사고초기의 가족이 척수장애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그 목적으로 ‘0.1그램의 희망’이라는 본인의 자서전을 쓰게 되었다고 소개하였다.

마지막 세션에서 발표한 줄기세포치료법에 대해서는 과별로 사뭇 다른 이견이었다.

신경외과는 줄기세포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긍정적인 방향인 방면, 재활의학과는 매우 신중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각 과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나빠 보이지 않았다.

줄기세포치료법이 개발이 된다 해도 척수장애인 당사자가 그를 지탱할 근육과 체력이 준비되어있지 않다면 오히려 더 큰 고통이 있을 수도 있다는 어느 분의 이야기가 오히려 더 와 닿았다.

필자는 척수장애인은 손상초기부터 신경외과, 정형외과, 비뇨기과, 재활의학과의 의료진과 물리치료사, 임상심리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그리고 가족, 협회 등의 다각적의 지지와 협력을 바탕으로 장애인 스스로도 손상을 극복하고 장애를 인정해야 당당한 사회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연수차 다녀온 뉴질랜드에서는 척수손상환자가 병원에 입원을 하는 순간부터 신경외과, 정현외과, 재활의학과 등 각 과의 의료진이 협진을 하고 척수손상환자를 살피고 회복을 위해 논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부러웠다.

이런 협진이 비정상적으로 긴 한국의 척수장애인의 병원진료 기간도 줄이고 진료비도 절감하며,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안전하고 신속하게 사회복귀가 가능하도록 하는 기본이 아니겠는가?

의료적 지지와 가족의 지지, 사회의 지지가 척수장애인을 위한 재활의 완성이라는 카톨릭의대 정형외과 김영훈 선생의 발표에 고개가 끄덕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루 종일 진행된 학술대회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흰 눈이 내렸다.

척수장애인의 재활을 위해 많은 분들이 수고하고 함께 한다는 따스한 마음을 가지면서 모두가 우리의 든든한 동반자라는 생각에 하루의 고단함도 희망이 되는 하루였다.

학술대회를 마치고 최혜영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장, 김준성 카톡릭의대 재활의학과 교수와 기념 활영.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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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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