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눈이 내린 2월 8일 토요일, 연세세브란스병원 에비슨의생명연구센터 유일한홀 및 세미나실에서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대한척수손상학회의 제11차 정기학술대회가 열렸고, 필자는 하루 종일 꼬박 참석했다.

대한척수손상학회는 2004년 비뇨기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를 비롯한 여러 척수손상관련 의료진이 모여 척수손상과 척수의학의 학문적 교류와 발전을 목적으로 창립된 전문학회이다.

2010년 10월 말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된 49차 국제척수손상학회(International Spinal Cord Society, ISCoS)의 affiliated society로 승인을 받아 국제척수손상학회의 한국지부로서 국제학회와 세계의 각 지역 척수손상학회와의 교류를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도 했다.

금번 학술대회에서는 정회원인 각 과의 전문의와 준회원인 척수의학 관련분야의 전공의,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또는 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자가 함께 모여 척수손상에 대해 6개의 세션(20개의 발표)과 2개의 워크숍(3개의 주제), 초대 강연, 국제척수손상학회 참석 보고 등을 하였다.

필자는 사회복지사와 척수협회의 사무총장 자격의 준회원으로 참석하였다.

처음 참석하는 학술대회라 생소하고 의학 전문용어에 기가 눌려 분위기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우리 척수장애인들이 늘 고민하고, 함께 고민하는 다양한 주제의 발표를 보며 많은 도움과 향후의 과제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었다.

필자는 척수환자로서, 협회일로 만났던 분들이 많이 참석한 덕분에 나름 편안함을 느꼈다.

손상초기 필자의 주치의이셨던 박창일 건양대병원장님과 신지철 연세세브란스병원 재활병원 원장님, 방문석 전 국립재활원 원장님, 이범석 국립재활원부장님, 고현윤 영남권 재활병원장님, 이일영 RI Korea의장님, 그리고 김동구 국립재활원 재활의학과 선생님 등 많은 분과들 특별강연자로 참석하신 척수협회 이사이신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상묵 교수님도 뵐 수 있었다.

많은 발표 중에 당사자의 기준으로 관심 있었던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인재대학교 재활의학과 유지현 선생님이 발표한 내용은 척수장애인의 어깨, 팔꿈치, 목의 근골격계 통증에 대한 상황과 예방과 치료에 대한 것이었다.

발표 내용은 트렌스퍼(이동) 등 일상생활에서의 바른 동작, 올바른 휠체어 사용방법도 중요하지만 특히 이보다 중요한 것은 척수장애인이 개인에게 최적화된 초경량 휠체어를 이용하는 것이 근골격계 합병증의 발생위험을 감소하고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질의 시간에 필자는 척수장애인에 맞는 초경량휠체어는 고가인데 현재 건강보험 수가는 48만원이라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보장구 지원가격 현실화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아주의대 비뇨기과 최종보 선생님은 척수장애인의 비뇨기 합병증에 대한 치료와 관리에 대한 발표를 통하여 염증예방과 관리를 위해서 도뇨 카테타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실리콘 카테터는 가격은 비싸지만 알러지의 위험성도 적고 안전하다고 하였다.

하루빨리 척수장애인의 도뇨카테너 구입비도 건강보험적용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발표를 들었다.

같은 증상인 선천성신경인성방관환자의 경우는 작년 7월1일부터 의료보험이 적용되어 하루에 최대 6개, 9천원까지 처방이 가능하여 재사용하지 않고도 안전한 카테터를 통해 소변관리가 가능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국립재활원 척수손상재활학과 한지아 선생님은 대부분의 휠체어는 척수장애인에게 용의한 이동수단이고, 앉아 있는 자세는 척수장애인에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고 사회로 나갈 수 있는 기초와 기반이 된다면서 휠체어의 중요성을 얘기하였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의하면 휠체어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 중 겨우 5% 미만이 자신에게 올바른 휠체어를 보급받는다고 했다.

WHO에서 발표한 WSTP(Wheelchair Service Training Package)에 의하면 WSTP-B는 자세보조용구 없이 휠체어에 앉을 수 있는 휠체어사용자에게, WSTP-I는 자세보조용구가 필요한 휠체어사용자에게 휠체어를 공급, 처방 시 습득해야 할 지식 및 지술에 관한 지침이다.

또 한국이 주도하는 제3차 아태장애인10년을 위해 'Making Mobility Real'의 필요성도 역설, 보건복지부와 국립재활원에서는 아태지역에 올바른 이동수단 보급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하였다.

WSTP를 기반으로 국내에서도 휠체어 및 자세보조유지기구 지침이 만들어지고, 궁극적으로는 휠체어가 가장 중요한 이동수단이 되는 척수장애인들의 삶의 질의 향상으로 WSTP가 활용되기를 희망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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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척수장애인협회 정책위원장이며, 35년 전에 회사에서 작업 도중 중량물에 깔려서 하지마비의 척수장애인 됐으나, 산재 등 그 어떤 연금 혜택이 없이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MH)이지만 당당히 ‘세금내는 장애인’으로 살고 있다. 대한민국 척수장애인과 주변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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