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장애인보조(공학)기기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미뤄두고 나 자신의 마음가짐에 대해 반성의 시간을 가지고 그 의미를 함께 나누고자 한다.

얼마 전 "에이블뉴스 칼럼리스.객원기자 위촉식과 2014 에이블뉴스 가족모임"의 의미 깊고 유익한 시간을 가졌었다.

평소에 신문지상으로만 뵈어오던 여러 선생님들을 만나뵙고 귀한 말씀을 듣고 또 의견을 나눌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한가지 마음에 걸리고...또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일이 있었다.

그것은 한 칼럼리스트께서 인사말씀을 하시던 중 좀 전에 인사를 드린 칼럼리스트 선생님은 청각 장애인이셔서 입모양으로 우리의 대화 내용을 어느 정도 아신다고, 앞으로 청각 장애인이 계실 때는 마이크를 너무 입 가까이 해서 말씀하시지 마시고 조금만 아래로 하여 입모양을 볼 수 있는 작은 배려를 해 달라고.

순간 머리가 멍해지면서 또 한번 나 자신에 대해서 반성을 하게 되었다.

나는 내가 늘 함께 하고 이야기하며 수많은 밤을 함께 한 친구, 형, 누나 한마디로 '동료'에 대해 얼마나 그들을 이해하고 아니 '이해'란 단어를 쓰기 이전에 장애인 동료들에 대해 알고 있을까???

나름 나 자신 장애인당사자로서 누구보다 더 그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하자면 40여년 세월을 함께한 어머니도 나에 대해서 잘 모르실 때가 있다.

한가지 예로 우리 어머니는 가끔 나를 보시고 무슨 목욕탕을 그리 자주 가느냐고, 그냥 집에 딸린 욕실에서 샤워만 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사우나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나 나름의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뇌병변장애인들은 근육이 굳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물리치료를 비롯해 재활치료나 운동처방 받거나 정도가 심하면 근육이완제 등의 약물처방을 병행한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바쁘다는 핑게로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고 또 약물의 의존성에 대해 개인적으로 생각한 바가 있어 승용차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름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이를 위해서 가까운 거리는 걸어다니며 부족한 운동처방을 대신한다.

또 하나의 방법은 사우나를 자주 찾아 혈액순환을 촉진해서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는 나름의 방법을 실천하는 것이다.

1.4kg의 저체중 미숙아로 태어나면서 출산과정에서 의료사고까지 입어 장애를 가지게 된 것이 마치 모두가 당신들의 잘못인 양 자책하시면서 40여년 나와 동거동락을 함께 해 온 정말 고맙고 옛말의 "머리카락으로 신을 지어드려도 모자랄" 것인데 그런 감사하고 '가족'이란 말 만 들어도 가슴 뭉쿨한 나의 가족들도 아직 나에 대해서 이해 못하는 부분이 있다.

그와 비슷하게 늘 함께 하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장애인 동료들에 너무 아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적으로 인정되는 장애의 유형만도 15가지가 넘고 복합장애까지, 그리고 나 같은 선천적인 장애인 부터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한 중도 장애인까지.

내가 가지고 있는 장애를 가진 동료들에 대해선 "너도 나처럼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구나" 하고 맞장구는 치지 못하지만 다른 장애유형에 대해 조금씩은 알고 있다고 나름 생각하고 있었다.

몇 해 전 뇌병변, 근육장애, 시각장애, 척수장애, 절단장애, 간질장애까지 여러 장애유형을 가진 동료들이 모여 공부를 하는 기회를 가지면서 처음에 언어장애를 가진 동료가 의견을 말 할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30%도 알아 듣지 못했다.

그들과 함께 1년여의 시간을 함께 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이해는 잘 안되지만 끝까지 경청(傾聽)이라는 진심까지 들을 수 있는 기술을 터득하면서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에는 거의 대부분을 이해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알지 못하던 청각장애인 동료들은 상대방의 입모양으로 대화의 내용을 파악한다던지, 척수장애인 동료들은 감각의 상실로 인해 겨울철에 '저온화상'을 자주 입는다는 사실을, 그리고 시각장애인 동료들과 함께 할 때는 점자 문서들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함께하므로서 알 수 있었다.

그 때 몇 가지 버릇이 생겼다. 장애인 동료들을 만나러 갈 때에는 나에게는 그다지 필요치 않은 포크와 스트로우를 챙기고 약속장소를 정할 때는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는가, 구조가 입식인지 좌식이지, 장애인 화장실은 갖춰져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이 모두가 내가 만날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불편함이 덜 한 내가 기꺼이 신경쓰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습관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오고 있다.

또 몸이 불편한 장애인 동료가 청각장애를 가진 동료를 위해 수업내용을 수화(手話)로 전달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진정한 협력을 실천하는 장애인 동료들을 본 후 다른 장애를 갖고 있는 동료들을 좀 더 알아가고 그를 통해 맘으로 이해하면서 진정한 동료가 되리라 다짐했었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휼륭하신 스승님들을 만나 학업을 마친지 15년여 만에 다시 캠퍼스로 돌아오게 한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 준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런 시간과 소통들이 모여 그 인연들이 하나 둘 모여 지금은 나에게 소중한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내 가슴과 삶 속에서 함께 하고 있다.

그 때 나름 생각한 나만의 격언이 있다.

'교감(交感)이 모이면 동감(同感)이 되고, 동감(同感)이 모이면 세상을 감동(感動)을 시킬 만큼의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척수장애인이 주를 이루는 "부산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에서 함께 일 하자고 제안을 받았을 때 흔쾌히 수락하고, 지금도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다시 한번 그 때를 되돌아 본다. 주위의 장애인 동료들에 대해 더 많이 교류하는 기회를 가지고 함께 어울리면서 서로에 대해 좀 더 소통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되고 또 그냥 우리가 아닌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진정한 우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나 자신이 되리라!

그 때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1.4Kg의 미숙아로 태어나면서 출생 시 의료사고로 심한 뇌병변장애를 운명처럼 가지게 되었다. 부산장애인자립생활대학 1기로 공부했으며, 대구대 재활과학대학원에 출강한 바도 있다. 지금은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모바일‧가전을 포함한 장애인 접근성, 보조공학 등 관련 기술을 다룰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