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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학교가기

지나치게 느리지만 불편함 없는 아이의 학교생활

영국에서 보내는 아홉번째 편지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4-01-23 09:24:11
모든 것이 낯선 곳에서 새롭게 적응해가며 산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도전일 것입니다.

아이가 다닐 병원에 등록하고, 새로운 의사와 치료사를 만나 아이가 치루었던 병, 받아왔던 검사, 호전 정도, 재활치료경험 등 아이의 상태에 대해 쉽지 않은 영어 의학용어를 섞어가며 전달하고, 부모로서 원하는 것을 전달하는 과정들, 그 모든 과정들이 다소간의 긴장 속에서 매우 느릿하게 진행되어 왔습니다.

모든 것이 속도로 평가되는 한국의 생활방식에 길들여져 온 저희로서는 참 답답한 부분이기도 했지요.

그러한 많은 일들 가운데에서도 우리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아이의 학교가 정해지는 일이었습니다.

처음 도착해서 시당국의 Special Education Needs(SEN)팀에 주언이를 등록하고 2주 정도 기다리니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우선 관련 전문가가 집에 방문해서 주언이를 상태를 보고 주언이를 받아줄 수 있는 여건이 되는 학교를 찾고, 주언이에게 필요한 여러 장비들을 구비한 후 학교에 가게 될 수 있을 거라고 했고, 길게는 2~3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곧 방문약속이 잡힐거라고 했던 것과는 달리 한 달이 넘도록 연락이 없었고, 기다리다 못해 메일을 보냈더니 그로부터 다시 한달이 지나서야 Educational Psychologist(교육심리학자)와 Casework Officer(사회복지사)로 구성된 팀이 직접 집으로 방문을 했습니다.

한시간 정도 같이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가 생활하고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는 보호자와의 대화를 통해 구체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의견을 나눈 후 돌아가서 아이에게 필요한 도구(Equipment)와 보조자(Assistant)를 결정하고 그러한 상황을 서포트할 수 있는 학교를 찾아 연결해주고 지원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었던 것이지요.

주언이에 대한 관찰 결과, 언어감각이 좋고 무엇보다 아이가 밝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보다는 신체적인 것을 서포트할 수 있는 보조자와 도구가 주로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니 물리치료사와의 의견 교환을 통해 휠체어 등 필요한 것들(long shopping list라고 표현함)을 구비하여 지원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들이 돌아가고 난 후의 느낌은 되게 좋았습니다. 한국이랑 많이 다르구나, 일단 권위가 전혀 없고 정말 편안하게 도와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뒤로 주언이의 학교가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데까지 2개월 반. 학교에서 다시 주언이의 상태에 적합한 보조교사를 채용해서 첫 등교를 하는 데까지 무려 3개월. 영국에 도착한 뒤부터 시간을 계산해보면 거의 6개월 정도의 귀한 시간이 그저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훌쩍 흘러가버린 것이지요.

대학병원에 있는 의사나 물리치료사도 이건 ‘crazy’한 경우라며 시당국의 특수교육팀을 비난할 정도였으니까요.

이윽고 주언이가 처음 학교에 등교했던 날을 기억합니다. 단정하게 교복을 챙겨입고 휠체어 타고 학교에 가는 주언이의 표정은 밝다 못해 하늘을 나는 듯한 표정이었지요.

영어도 전혀 못하는 아이가 어쩜 저렇게 두려움이 없을 수 있는지, 오히려 보내는 엄마아빠보다 훨씬 당당한 얼굴, 심지어 혹시 말 못하는 아이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길까 노심초사하는 교장선생님보다 훨씬 편안한 얼굴이었습니다.

첫날부터 벌써 여러 명의 친구를 사귄 주언이는 지금껏 아주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사이사이 이런저런 문제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시스템의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가진 장애 때문에 불편한 적은 더더욱 없었고요.

가끔 한국에서 주언이처럼 인지기능에는 문제가 없지만 신체적 장애를 가진 아이가 학교에서 겪어야 하는 문제가 기사화되는 것을 보면서 참 답답함을 느낍니다.

어차피 몇 년 후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어차피 주언이와 부모가 감당해야 할 문제이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장애인의 학교생활에 대한 인식이 고양되는 그 날은 도대체 언제쯤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것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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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은희 (yip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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