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고 며칠이 지나 지금쯤이면 ‘작심삼일’의 경험자들이 하나둘 생겨난다. 새해 다짐이란 세밀하고 구체적인 계획이 아니기 때문에 작심삼일이 되기 쉽다.

12월 31일의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신하여 1월 1일에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된다면, 아마 그게 더 무서운 일일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무척 인간적인 이 실패의 경험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진 기간 안에 어떤 과제를 해결해야 할 때 세우게 된다. 학생들의 경우, <중간고사 2주 전 계획> 같은 것을 세우곤 한다.

계획대로 실천되면 좋겠지만 며칠 후 <중간고사 10일 계획>으로 바뀌고, 이 계획은 다시 몇 차례 수정을 거쳐 <중간고사 3일 작전!!!>이 된다. 계획이 작전으로 바뀌고 느낌표가 세 개나 찍히지만, 시간이 촉박해질수록 무리한 계획을 세우게 되므로 마지막 작전도 성공하기 쉽지는 않다.

이 같은 단기계획의 실패는 새해 다짐의 작심삼일보다 조금 더 실망감이 클 수 있다. 계획을 잘 세웠다고 생각할수록 계획대로 실행하지 못했을 때의 실망감은 크다. 그러나 단기계획은 기간이 짧기 때문에 실패했더라도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 거라 희망할 수가 있다.

이에 비해 1년 이상의 장기계획은 실패했을 때 좌절감이 크다. 어느 정도는 실천을 했어도 전체 계획에서 ‘실패’라는 결과 때문에 1년이라는 긴 시간을 허비한 것처럼 느끼게 된다. 때문에 장기계획은 실패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치원 과정 이후부터 대부분의 아이들은 전문 교육가들에 의해 설계된 계획에 따라 교육을 받게 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장하면서 아이는 혼자서 할 일과 친구들과 노는 일 등으로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배우는 양이 많아짐에 따라 아이는 스스로 평가하고 계획하는 학습전략을 사용하게 된다.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의 겨울방학 생활 계획표(2013). ⓒ최지영

그러나 발달에 장애가 있는 어린이의 경우 그 특성에 맞는 전문가의 교육 설계뿐만 아니라 많은 시간 동안 부모나 주 양육자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때문에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배우고 스스로 장단기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부모가 교사의 역할을 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지만, 필요한 상황이고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꼼꼼하게 살펴서 실패 없는 계획을 세워보자.

장기계획을 세울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현재 수행능력의 평가이다. 이 평가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어야 한다. 보고 판단하고 생각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보다 기록을 하는 편이 좋다.

현재 수행능력을 평가할 때는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을 평가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날 수 없는 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듯 ‘할 수 없는 것’으로 평가를 하면 끝이 없을뿐더러 부정적인 평가만 하게 된다. 다음 목표는 ‘할 수 없는 것’ 중에서 무작위로 뽑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것’의 다음 단계여야 한다.

현재 수행능력을 평가하고 기록했다면 이를 토대로 1년의 목표를 세우되, 반드시 기간 안에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세운다.

이 1년이라는 시간 안에는 실행 전 준비 시간, 월별 단기 계획을 세우고 평가하는 시간, 최종적으로 장기계획을 평가하는 시간, 휴가 기간, 예기치 못했던 상황에 대한 예비 시간 등을 모두 고려하여야 한다.

여유시간은 넉넉할수록 좋다. 목표를 다 이룬 후에 시간이 남는다면 다른 단기 목표를 세우거나 취미 활동을 할 수 있지만, 시간에 빠듯한 계획을 세우면 실패할 확률만 높아질 뿐이다.

마지막으로 장기계획을 몇 개의 단기계획으로 나눌지 정한다. 그리고 나눈 단기계획들이 정해진 기간 안에 끝낼 수 있는 것인지 확인한다. 또한 하나의 단계를 완전히 수행하지 못했을 때를 고려해야 한다. 평가로 끝을 맺고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지, 아니면 한 달을 더 미루어서라도 반드시 수행하고 다음 단계로 가야하는 것인지, 단기계획 과제의 성격을 파악해야 한다.

만약 단기계획으로 쪼개었을 때 각 계획이 정해진 기간 안에 끝낼 수 없는 무리한 계획이라면, 장기계획은 다시 설계해야 한다. 무리한 계획을 세우고 이루지 못한 다음 이런저런 핑계를 대는 것은 자칫 무력감과 함께 습관화되기 쉽다.

‘쉽게 이룰 수 있는 계획이라면 그걸 이루었다고 성취감이 생길까?’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잊지 말자. 계획이란 이룰 수 없는 것을 위해 세우는 것이 아니라 잘 이루기 위해 세우는 것이다.

인생에 정답이 없는데 굳이 남들 보라고 거창한 계획을 세울 필요 있을까?

이제 실패하는 것에는 싫증을 내자. 현재의 모습을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성공하는 계획을 세우자. 2014년을 나와 우리 아이가 성공하는 해로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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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영 칼럼리스트
교육학 석사(특수교육 전공). 아이를 양육하고 가르치는 일에 있어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훌륭한 교육 시스템이라고 해도 모든 학생들에게 좋을 수는 없으며, 전공 서적을 읽는다고 좋은 부모가 되는 것도 아니다. 각자의 몫으로 해야 할 고민들 중 몇 가지 주제를 통해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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