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터블 핸드컨트롤 장착 모습(전체) ⓒ이광원

필자와 같이 ‘양발장애용’ 장애인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이 제주도에 출장이나 여행갈 일이 생긴다면, 매우 난감한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제주도에서 운전을 하고 다니려면, 자신의 차를 배에 싣고 가던가, 제주도에서 ‘양발장애용’ 장애인 차량을 렌트하던가, 두 가지 방법 밖에는 없을 터인데, 현실적으로 가능한 후자의 방법을 택하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양발장애용’ 장애인 차량에는 핸드컨트롤이 장착되어 있다(물론 일반 오토매틱 차량을 출고하거나 구매한 후 추가로 장착하는 경우도 많다.). 그 장치의 주요기능은, 한 쪽 손을 사용하여 브레이크와 엑셀을 눌러주는 것이고, 부가기능으로 손가락을 이용해서 방향지시등이나 라이트를 켜고 끄거나 크락션을 작동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제주도의 렌트카들은 ‘양발장애용’ 장애인 차량이 거의 없다. 그동안 수없이 제주도를 다니면서 ‘양발장애용’ 장애인 차량 렌트카에 대한 정보들을 알아봤는데, 간혹 극히 일부 회사에서만 보유하고 있었고, 그 보유 현황마저도 그때 그때마다 달라 더 혼란스러웠다.

포터블 핸드컨트롤 장착 모습(브레이크와 엑셀 부위) ⓒ이광원

필자가 확인한 8월 초 현재 시점의 따끈 따끈한 정보는, 유일하게 성산렌트카(064-746-3230)에만 5대가 있지만, ‘8월은 성수기라 이미 예약이 꽉 찼다.’는 것이었다(이것은 구두로만 들은 정보이니 다시 한 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음.). 제주도청에 확인해본 결과, 약 3년 전 쯤에 도비 예산을 확보하여 두 곳의 렌트카 회사에 핸드컨트롤 비용을 지원해줬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그 두 곳 모두 운용을 하지 않고 있었다(아마도 수익성이 낮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됨.).

이런 난감한 상황에서 최근 필자가 찾아낸 새로운 대안은, 일반 오토매틱 렌트카를 렌트한 후 ‘포터블 핸드컨트롤’을 대여하여 장착, 사용하는 방법이다.

‘포터블 핸드컨트롤’은 사진에서 보듯이, 손바닥으로 잡은 좌측 회색 핸드그립 부분을 누르면 브레이크가 눌리고, 그 옆의 원형버튼을 엄지 손가락으로 누르면 엑셀이 눌리는, 매우 단순한 작동 방식의 장애인 운전 보조기구이다. 아마도 국산제품은 없는 것 같고 필요한 장애인이 수십만원을 주고 개인적으로 수입을 해서 써야 할 상황인데, 최근에 반갑게도 무료로 대여해주는 곳이 생겼다.

포터블 핸드컨트롤 장착 모습(조작부) ⓒ이광원

그 고마운 곳은 바로 제주장애인보조공학서비스지원센터(064-726-9669 / www.jatc.co.kr)다. 이 센터에 대여 신청을 하면, 제주도 도착에 맞춰 약속된 시간에 제주공항 주차장의 렌터카 하우스 주차구역까지 출장나와 직접 달아주고, 돌아올 때도 그 자리에서 수거해 가는 훌륭한 서비스까지 제공해주고 있다. 듣기로는 이 센터에서도 ‘포터블 핸드컨트롤’을 구입한지 몇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지난 8월 초에 제주도를 방문했던 필자가, 첫 대여자의 영광(?)을 거머쥐게 됐던 것 같다.

아무튼 훌륭한 대안을 찾아낸 덕분에 제주도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는데, 이 보조기구를 사용해본 경험을 토대로, 추후 이를 대여하여 사용할 장애인분들에게 몇 가지 중요한 주의점을 조언해드리고 싶다.

이 보조기구는 그 뛰어난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다음의 한계들을 갖고 있다.

첫째, 위에서 말한 기존 고정형 핸드컨트롤의 부가기능인 방향지시등, 라이트 및 크락션 작동을 할 수 없다. ‘포터블 핸드컨트롤’은 브레이크와 엑셀을 작동하는 단순 기능밖에 없기 때문에, 차선 변경 시에도 깜빡이를 켤 수 없어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포터블 핸드컨트롤을 끈으로 매달아 놓은 모습(유튜브 동영상 화면 캡쳐) ⓒZ21-Hand Controls

둘째, ‘포터블 핸드컨트롤’은 어딘가에 고정시키는 기능이 없다. 때문에 양 다리 사이의 시트 부분에 올려놓거나, 잡은 손으로 허공에 들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또한 상하좌우로 왔다갔다하기 때문에 기존 고정형 핸드컨트롤을 쓸 때보다 위험할 수 있다. 나중에 필자가 유튜브 검색으로 해외의 사용 사례를 통해 알게 된 요령이지만, 일반 운동화 끈 이상 정도로 굵은 긴 끈이나, 긴 벨크로(일명 ‘찍찍이’) 끈을 가져간다면, ‘포터블 핸드컨트롤’을 감싸서 핸들 뒷부분에 묶어 매달아둠으로써, 어느 정도 상하좌우로 왔다갔다하는 문제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초보운전자가 이 보조기구로 운전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니,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하겠다. 운전을 잘하는 사람도 이 보조기구를 이용하여 운전하려면 당연히 약간의 적응기간이 필요할 텐데, 제주도 체류기간이 짧다면 아마도 적응할 만 할 때 제주도를 떠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런 단점들과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필자처럼 핸드컨트롤 장착차량 운전하던 장애인들이, ‘양발장애용’ 장애인 차량 렌트카를 구하지 못해 애먹는 일은, 일부나마 줄어들 게 되어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필자의 경험담이 제주도행 일정을 앞둔 장애인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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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광원은 장애인 보조기구를 생산·판매하는 사회적기업 (주)이지무브의 경영본부장과 유엔장애인권리협약 NGO보고서연대의 운영위원을 지냈고,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설립된 (재)행복한재단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 패러다임이 소개되기 시작하던 1990년대 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연구회 회장 등의 활동을 통하여 초창기에 자립생활을 전파했던 1세대 자립생활 리더 중의 한 사람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추진연대’의 초안위원으로 활동했고, 이후 (사)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 국회 정하균 의원 보좌관 등을 역임한 지체장애 1급의 척수장애인 당사자다. 필자는 칼럼을 통해 장애인당사자가 ‘권한을 가진, 장애인복지서비스의 소비자’라는 세계적인 흐름의 관점 아래 우리가 같이 공감하고 토론해야할 얘깃거리를 다뤄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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