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은 감성이 풍부해서 TV속 화면을 보며 많이 울고 웃는다. 특히나 본인이 관심이 있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하는 날과 시간이 될 즈음이 되면 직장인은 회사에서 일찍 퇴근하고, 주부는 가사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학생들은 스마트폰으로 시청을 준비한다.

TV프로그램을 보면서 주인공이 되어보기도 하고, 그 현장에 있는 듯한 생각들을 가지게 되면서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속 내용과 설정에 이들은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되기도 한다.

특히, 농촌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전원일기’는 1980년 10월에 첫 방송을 시작하여 2002년 12월 종영까지 무려 23년 동안 방영하여 우리나라 최장수 드라마였다. 아직도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 뒤로 몇 몇 드라마가 농촌을 배경으로 방영이 되었지만 지금은 자취를 감추었다.

한편, 여가라고 보기에는 어렵지만 농촌지역 장애인 대다수는 TV시청으로 그나마 여가생활을 한다. 하지만 TV속에서 보여지는 농촌이 아닌 다른 지역의 문화는 그냥 단순히 보여지는대로 느낄 뿐, 실제로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어떻게 보면 하나의 나라 속에 서로가 다소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보게 된다.

-농촌지역 장애인에게 체험할 수 있는 여행의 기회는 과연 얼마만큼 보장될까?

-농촌지역 장애인은 마천루가 숲을 이룬 거리를 자유로이 거닐어봤을까?

-농촌지역 장애인은 TV속 우리나라 수도인 서울의 문화를 느껴봤을까?

-농촌지역 장애인은 사극속의 임금이 사는 궁궐을 직접 보기는 했을까?

-농촌지역 장애아동은 각종 광고에 나오는 놀이공원을 가봤을까?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해 봤을까?

과연 답은 어떨까?

어떻게 보면 농촌 장애인에게는 실현되기 어려운 꿈과 같은 질문일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러한 질문에 ‘네’라고 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흔히들 ‘힐링’을 위한 방법으로 본인이 평소 가고 싶은 곳을 탐색하고, 계획하고, 현지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여행을 간다. 이러한 ‘힐링~여행’이 장애인에게 얼마만큼 와 닿는 단어이며 가능한 일인가를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보통 장애인이 참여하는 여행을 단순히 복지행사로 보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외부적인 지원도 매우 불규칙적이며, 한 번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갔다 오면 또다시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장애인에게도 여행은 단순히 때맞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활력소가 된다. 특히나 농촌지역 장애인에게는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체험함으로써 농촌지역 거주에 따른 중복 소외감을 극복할 수 있다.

남녀노소가 너무나 즐거워했던 롯데월드. ⓒ창녕군장애인종합복지관

경남 창녕군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는 이번에 한국관광공사의 지원으로 농촌지역 장애다문화가정, 장애조손가정, 장애아동이 있는 가정들과 함께 2박 3일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강원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대상자는 개별이 아닌 가정단위였다. 어느 가정은 할아버지, 할머니, 손자 등 3대가 함께 했다. 어느 가정은 다수의 장애가족 구성원이 있는 가정이었다. 어느 가정은 서울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이주 여성을 배우자로 둔 가정이었고, 어느 가정은 장모님과 함께, 또 어느 가정은 시부모와 함께 했다.

TV속에서만 보아왔던 놀이기구와 퍼레이드가 함께한 놀이공원, 사극속의 임금이 살았던 궁궐, 서울야경이 함께 한 한강유람선, 그리고 불가능하게만 여겨졌던 숲속 산림욕 등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고, 이야기거리가 될 경험들을 함께 했다.

어떻게 보면 이들에게 평생에 다시 찾아오지 않을 기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여행기간 내내 충분히 즐거워했고, 감히 받아서는 안 될 감사의 말을 우리에게 연신 내뱉었다. 이런 것이 바로 여행을 통해 성취되는 ‘힐링’일 것이다.

숲속 산책이 가능했던 숲체원. ⓒ창녕군장애인종합복지관

이상에서 살펴본 바처럼 도시에 비해 지하철, 저상버스 등과 같은 대중교통이 전무하다시피 하여 상대적으로 자력으로 많은 것을 향유하기 어려운 농촌에서 장애인이 여행을 통해 여가향유권을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계각층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것이 단순히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정책과 제도가 서둘러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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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천 칼럼니스트 현재 창녕군장애인종합복지관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직업재활학 전공 박사이다. 한없이 부족한 아빠지만, 뇌병변장애자녀를 둔 부모이기도 하다. 장애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와 함께 도시와 다른 농촌지역에서 장애인 재활분야에 몸담고 있으면서 겪게 되는 상황과 느낌, 그리고 장애아동과 그 가족들이 살아가는 현실과 미래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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