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TV의 서바이벌 리얼리티쇼 '브리튼스 미싱 탑 모델(Britain's missing top model)'에 참가한 켈리 녹스(왼쪽에서 세 번째)의 모습(출처 : The Telegraph 홈페이지 화면 캡처) ⓒBBC

리얼리티쇼가 한창 인기를 끌던 2008년 여름, '브리튼스 미싱 탑 모델(Britain's missing top model)'이란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던 영국의 BBC는 절단장애, 뇌병변장애, 청각장애, 척수장애 등의 다양한 장애를 가진 8명의 장애여성 중에서 모델로 데뷔시킬 최종 1명의 우승자를 가려내는 서바이벌 형식의 TV쇼를 방영했다.

이 쇼에 참가한 8명의 장애여성들이 장기간 합숙을 하면서 란제리 패션쇼, 누드를 포함한 각종 화보 촬영 등, 모델 역할과 관련한 여러 가지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을 TV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방영하면서 한 명씩 탈락시켜서 최종 우승자를 가려내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리얼리티쇼답게 신체적 장애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진행됐지만 장애에 대해 동정적이거나 비하하는 관점을 갖지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장애를 미화하지도 않았으며, 장애여성 참가자들을 그저 담담한 시각으로 비장애인 모델들과 다름없이 바라보며 진행되었다.

그 과정을 잘 견뎌낸 후, 그해 8월에 최종 우승자가 된 켈리 녹스(Kelly Knox)는 곧 세계적인 패션잡지 마리 끌레르(Marie Claire) 9월호의 표지 모델이 되면서 본격적인 프로 모델의 길을 걷게 됐다.

켈리는 선천적으로 왼팔이 없는 장애를 가졌지만, 유명 패션모델로 활동하는데 있어 그녀의 장애는 별다른 걸림돌이 되지 않았고, 화보나 패션쇼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장애가 있는 그녀의 왼팔 모습과 모델로서의 당당한 자세들은 보는 이들의 장애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줄이는데 기여하게 되었다.

일부러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강의를 한다고 비장애인들을 강당에 모아놓고 집합식 교육을 하는 것 역시 의미있는 일이겠지만 켈리의 경우처럼 TV 프로그램, 패션쇼, CF 혹은 화보 등을 통해서 장애를 가진 모습들이 자연스레 시청자들의 눈에 익숙해지는 것, 이것 또한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광고주들이나 TV 프로그램 기획자들도 이런 생각에 공감하며, 그런 기회들을 많이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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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광원은 장애인 보조기구를 생산·판매하는 사회적기업 (주)이지무브의 경영본부장과 유엔장애인권리협약 NGO보고서연대의 운영위원을 지냈고,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설립된 (재)행복한재단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 패러다임이 소개되기 시작하던 1990년대 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연구회 회장 등의 활동을 통하여 초창기에 자립생활을 전파했던 1세대 자립생활 리더 중의 한 사람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추진연대’의 초안위원으로 활동했고, 이후 (사)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 국회 정하균 의원 보좌관 등을 역임한 지체장애 1급의 척수장애인 당사자다. 필자는 칼럼을 통해 장애인당사자가 ‘권한을 가진, 장애인복지서비스의 소비자’라는 세계적인 흐름의 관점 아래 우리가 같이 공감하고 토론해야할 얘깃거리를 다뤄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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