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ah Reinertsen의 누드 사진을 담은 ESPN 'The Body Issue'의 표지(출처 : Sarah Reinertsen 홈페이지 화면 캡처) ⓒESPN

광고 기획자가 광고주에게 광고용 누드모델을 장애인으로 쓰자고 제안했을 때, 광고주의 반응은 어떨까?

필자의 추측으로는, 적어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그런 제안에 호감을 가질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런데 누드 사진을 담은 화보집의 장애인 모델이나, 장애를 드러낸 채 찍은 장애인 패션모델의 사진 등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의 기회들을 던져준다.

'The Body Issue'는 미국의 스포츠 채널인 ESPN에서 발간하는 화보집의 이름이다. 유명 스포츠 스타들의 건강미 넘치는 몸매들을 누드 사진 작품으로 보여줌으로써 세간에 큰 화제들을 불러일으켰다.

2009년 10월 19일자 ESPN 'The Body Issue'의 표지는, 새러 라이넛슨(Sarah Reinertsen)이란 스포츠 스타가 차지했다.

'The Body Issue'의 표지 모델이었던 예전의 다른 스포츠 스타들과는 다른 그녀의 특징은, 의족을 착용하는 절단 장애인이라는 것이었다.

ESPN의 포토 갤러리 'ESPN Bodies We Want 2009'에 게재된 Sarah Reinertsen의 누드 사진 작품(출처 : ESPN 홈페이지 화면 캡처) ⓒESPN

1975년생인 새러는 질병때문에 일곱 살 때 다리를 절단했어야 했지만, 11세 때부터 달리기를 시작해서 13세 때는 100M 달리기 장애인 세계 신기록을 달성했으며, 2005년 10월에는 하와이에서 열린 철인 3종 경기 세계 챔피언쉽에서 풀코스를 완주함으로써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한 최초의 여성 절단장애인’이란 호칭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세인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여 결국 유명 스포츠 스타가 된 그녀가 의족을 한 장애인 누드모델이 되어 ESPN 'The Body Issue'의 표지를 장식하게 것이다.

필자가 페이스북(이하 ‘페북’)을 시작한 건 2009년 여름이었다. 어느 날 문득 지인으로부터 날아온 초대 메일을 통해서 호기심에 가입하게 됐다.

그런데 필자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정을 위한 NGO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 ESCAP: United Nations Economic and Social Commission for Asia and the Pacific)가 있는 태국의 방콕이나, 아태지역에서 열리는 협약 관련 전문가 회의에 자주 참석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외국의 장애인 리더, 혹은 장애인 관련 전문가들과 만나는 기회가 많아지게 되었다.

ESPN 칼럼니스트 Scoop Jackson의 칼럼에 첨부된 Sarah Reinertsen의 누드 사진 작품(출처 : 'ESPN PAGE 2' 홈페이지 화면 캡처) ⓒESPN

이러한 계기로, 그들과 페북을 통해 소통을 하면서, 현재 페북 친구들의 70~80% 정도는 외국의 장애인 리더나 관련 전문가 등이 차지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필자의 페북(www.facebook.com/kwangwon.lee1) 뉴스피드에는 하루에도 수백 개 이상의 장애인 관련 세계 각국 정보들이 올라오고 있다.

그러한 정보들 중에는 자신의 장애를 거침없이 드러내는 당당한 장애인의 모습들을 담은 사진들이 많이 섞여 있다.

그러한 사진들 중에는 누드모델 뿐 아니라, 자신의 장애를 그대로 드러낸 패션모델들도 있고, 장애를 부끄러워하거나 가리려하지 않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촬영한 사진들도 많다.

그런데 대부분은 아주 자연스럽고 활기차며 당당한 모습들이라 장애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음에도 어둡고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보는 이의 기분도 좋아지게 만든다.

페북의 특징이자 장점은 사진 등을 저작권 걱정 없이 무한히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라서 이러한 사진들이 수없이 공유되면서 그 자체가 전 세계 네티즌들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트리는데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굳이 누드모델은 아니더라도 패션쇼나 잡지, CF 등에 나오는 모델들 중에 장애인도 자연스럽게 같이 어울려 있는 그런 모습을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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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광원은 장애인 보조기구를 생산·판매하는 사회적기업 (주)이지무브의 경영본부장과 유엔장애인권리협약 NGO보고서연대의 운영위원을 지냈고,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설립된 (재)행복한재단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 패러다임이 소개되기 시작하던 1990년대 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연구회 회장 등의 활동을 통하여 초창기에 자립생활을 전파했던 1세대 자립생활 리더 중의 한 사람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추진연대’의 초안위원으로 활동했고, 이후 (사)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 국회 정하균 의원 보좌관 등을 역임한 지체장애 1급의 척수장애인 당사자다. 필자는 칼럼을 통해 장애인당사자가 ‘권한을 가진, 장애인복지서비스의 소비자’라는 세계적인 흐름의 관점 아래 우리가 같이 공감하고 토론해야할 얘깃거리를 다뤄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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