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과 활동보조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 ‘언터쳐블: 1%의 우정’ 포스터(출처 : 네이버 영화 캡쳐 사진) ⓒ(주)블루미지

미국의 활동보조서비스는 크게 ‘기관 주도형 활동보조서비스(agency-directed Personal Assistance Service)’와 ‘장애인 당사자(소비자) 주도형 활동보조서비스(consumer-directed Personal Assistance Service)’, 이렇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고 한다.

‘당사자 주도형 활동보조서비스’는 다시 또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장애인 당사자에게 직접 현금을 주는 직접 지불(direct payment)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현금 대신 바우처(voucher)를 주는 방식인 바, 이 때는 자립생활센터와 같은 중개기관의 역할이 필요하게 된다.

‘기관 주도형 활동보조서비스’의 경우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의 비장애인 사례관리자(case manager)가 주도하여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이 때는 서비스 기관에서 풀타임으로 고용한 활동보조인이 서비스를 하게 되므로 장애인들의 개별적인 욕구나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어렵고, 장애인 당사자들의 선택권에 제한이 가게 되는 단점이 있다.

또한 임금이 낮고 발전 가능성이 적은 등 근로조건이 좋지 않아서 활동보조인이란 직업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서비스 기관에서는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운 문제점도 있다.

그러나 노인 장애인들의 경우에는 활동보조인의 고용이나 관리 등을 일일이 신경쓰기가 귀찮기 때문에 기관의 사례관리자들이 다 알아서 해주는 기관 주도형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반면에 ‘당사자 주도형 활동보조서비스’의 경우에는 서비스를 받는 이용자가 자신에게 적합한 활동보조인을 직접 선택하여 고용할 수 있어서 기관 주도형 서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애인 당사자가 임파워먼트(empowerment)될 수 있는 서비스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도 각각의 주마다 서비스의 형태와 조건들이 다 다르지만 ‘당사자 주도형 활동보조서비스’를 도입한 주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경우에는 형제나 친척, 혹은 친구나 이웃 등을 활동보조인으로 고용할 수 있음에 따라 자기주도성이 강한 장애인 당사자들이 선호하는 모델이다.

일본의 ‘전국자립생활센터협의회’ 홈페이지 캡쳐 사진 ⓒ전국자립생활센터협의회

한편, 2003년 필자가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 일본의 경우 전국자립생활센터협의회(JIL : Japan Council on Independent Living Centers) 관계자로부터, 자천등록헬퍼(自薦登錄 helper)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 때 일본의 ‘홈헬퍼(home helper) 파견 사업’은 ‘시∙정∙촌 장애인생활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시행되었는데, 일본의 지방자치단체인 시∙정∙촌이, 이 사업을 장애인 관련 재가서비스 기관이나 자립생활센터 등에 위탁하여 실시하고 있었다.

이 사업을 위탁받을 수 있는 시설들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신체장애인 재활시설

둘째, 신체장애인 생활시설

셋째, 신체장애인복지센터, 신체장애인 데이서비스센터 등의 기능 훈련센터

넷째, 장애인에 대한 상담∙원조활동을 실시하는 사회복지협의회 등

이 중에서 네 번째인 ‘장애인에 대한 상담∙원조활동을 실시하는 사회복지협의회 등’에는 자립생활센터와 함께 비영리조직(NPO : Non-Profit Organization)으로 비법인 임의단체까지도 포함하고 있었다.

이 홈헬퍼 제도는 야간이나 휴일 등에도 운영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사람을 구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아서 어려움을 겪던 중, 장애인들이 시∙정∙촌을 찾아가서 ‘그러면 우리가 직접 헬퍼를 데려 오겠다’고 한 요구가 받아들여짐에 따라 자천등록헬퍼란 제도가 생겨나게 되었다고 한다.

장애인 당사자들은 자신의 욕구에 맞고, 자신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지인을 헬퍼로 등록시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제도를 선호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미국의 ‘당사자 주도형 활동보조서비스’와 일본의 ‘자천등록헬퍼제도’가 갖고 있는 닮은 점은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주도성에 대한 욕구’와 ‘선택권에 대한 욕구’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며, 이러한 것들이 바로 자립생활 이념이 반영된 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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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광원은 장애인 보조기구를 생산·판매하는 사회적기업 (주)이지무브의 경영본부장과 유엔장애인권리협약 NGO보고서연대의 운영위원을 지냈고,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설립된 (재)행복한재단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 패러다임이 소개되기 시작하던 1990년대 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연구회 회장 등의 활동을 통하여 초창기에 자립생활을 전파했던 1세대 자립생활 리더 중의 한 사람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추진연대’의 초안위원으로 활동했고, 이후 (사)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 국회 정하균 의원 보좌관 등을 역임한 지체장애 1급의 척수장애인 당사자다. 필자는 칼럼을 통해 장애인당사자가 ‘권한을 가진, 장애인복지서비스의 소비자’라는 세계적인 흐름의 관점 아래 우리가 같이 공감하고 토론해야할 얘깃거리를 다뤄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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