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애인 선수단과 함께. ⓒ푸른나무

이번 2012 런던장애인올림픽에서 필자는 북측 체육대표단의 요청으로 IPC에 스페셜 게스트로 초대되어 북측대표단과 동행하였다.

8월 11일부터 평양에 머물며, 북한 수해지역과 고아원, 장애인 학교들을 지원한후, 8월 21일 대표단 24명 중 1차 10명이 함께 평양에서 먼저 출발하였다. 우리 일행은 북경과 모스크바를 거쳐 8월 22일 밤 런던에 도착하였다.

출전 선수와 함께 4명은 올림픽 선수촌으로 입촌하고, 남은 사람들은 싸우스 윈블던에 홀리데이인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2차 대표단 13명은 8월 26일에 런던에 도착했다.

런던장애인올림픽 북측 참가를 기념하고, 남과 북이 함께 응원하기 위해(사)푸른나무는 한반도기와 기념타올 등을 준비했다. 필자는 평화의 상징으로 북측 유니폼도 똑같이 입고, 한국 태극기와 미국 성조기도 함께 달고 참가했다.

이 3개국의 깃발은 내게 의미있는 평화통일과 민족 화해를 위한 선교적 차원의 의미였다.

북한이 장애인 체육을 2006년도 부터 시작하도록 협력해 준 필자에게 런던장애인올림픽에 공식적으로 동행하도록 배려해 준 조선장애자보호련맹 중앙위원회와 북한 정부의 배려가 놀라웠다.

미국 시민권자가 북한팀과 같이 세계적인 국제행사에 공식적으로 동행한 것 또한 새로운 역사였다.

런던장애인올림픽 참가 기간 동안 우리는 많은 감동과 희열 속에서도 분단 민족의 아픔도 뼈저리게 함께 느꼈다.

한반도 평화 통일에 남과 북의 장애인들이 함께하는 것이 주는 중요한 의미는 남과 북에 가로막힌 38선이 마치 허리가 마비된 척추장애인과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2012 런던 장애인올림픽 개막식. ⓒ푸른나무.

북한 장애인 선수단과 함께. ⓒ푸른나무

런던 장애인올림픽 선수촌 입촌식. ⓒ푸른나무.

2011년 12월 9일 IPC에 북한이 준회원국으로 가입된 후, 푸른나무는 북한의 올림픽 참가준비를 위해 지난 5월 3일부터 20일까지 중국 북경장애인올림픽촌에서 전지훈련을 하도록 지원했다.

6명의 북한 선수들이 출전을 원했으나, 이미 모든 경기의 국제 예선전이 끝나서 기회가 없었다. 오직 베를린 수영 예선전 하나가 남아있었는데, 유일하게 임주성(17세) 선수가 IPC의 와일드 카드를 받았다.

북한은 런던 장애인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나, 공교롭게도 6살에 사고로 왼쪽 팔과 다리를 잃은 주성이는 올해 5월 3일까지 수영을 한 번도 해본 경험이 없었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5월 7일 물에 뜨는 것부터 배운 주성이가 6월 24-7월 1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던 39개국 선수들이 참가한 수영 국제경기 예선전에 나가서 자유형 100m/ 50m와/ 버터훌라이형 50m에서 모두 10등 안에 들어 북한은 런던 장애인 올림픽 참가 자격을 얻게 되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주성이의 투지와 노력은 북녘 장애인들에게 새 희망과 꿈을 안겨준 푯대가 된 것이다.

윈체스터에 방문한 북한 선수단. ⓒ푸른나무

이렇게 힘들게 출전하게 된 북한팀을 지원하는 푸른나무의 본부장인 필자의 마음은 마치 어머니의 심정이었다.

영국에 있는 Care For Children과도 협력하게 되었고, 영국 현지의 한인 교회들과 런던에 있는 북한 대사관에서도 지원을 해주었다.

필자와 친분이 있는 영국 사람 친지들과 특별히 푸른나무 협력 선교사로 수고해 주신 여자 목사님 가족들의 수고와 헌신으로 북한 팀들에게 아쉬움 없이 한국 음식과 필요한 모든 것을 다 채워주셨다.

영국 여왕까지 참석한 성대한 개막식 선언에 이어 각 나라가 입장하고, 뒤이어 북한은 40번째로 입장했다. 북한의 5명 대표단은 비록 작은 수지만 춤을 추듯이 깃발을 흔들고 들어가는 리분희 서기장의 모습과 수영 출전 선수인 주성이의 모습이 나의 가슴을 울렸다.

얼마 후에 입장한 150여명의 한국 장애인 선수들의 늠늠한 모습 또한 내 가슴을 울렸다. 언젠가 남과 북이 손에 손잡고 함께 입장하는 그 날을 위한 눈물의 기도가 절로 터져나왔다.

올림픽 선수촌에 다니는 동안 교통편은 푸른나무와 협력한 영국 care for children팀장 청년이 모든에 불편이 없도록 헌신해주고, 윈체스터에 계신 부모님들까지 자원하셔서 북한 대표단을 자기집으로 초대하여 하루밤을 묵게 해주셨다.

또한, 영국에 아름다운 고풍의 정취를 온동네 사람들이 동원되어 사랑의 풍성한 환영만찬을 해주셨다.

윈체스터로 가는 길에는 역사깊은 옥스포드 대학과 지방의 고적지들도 들러서 보여 주시며, 북한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해 주시는 그분들의 친절은 우리 모두의 가슴에 잊을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푸른나무는 북한 대표단들에게 풍성한 환영만찬을 베풀고, 8월 25일에는 윈블던 한인교회에서 윤석화, 송정미, 송솔나무의 북한장애인선수단 후원을 위한 푸른나무 후원의 밤으로 희망콘서트를 열어 교민 사회에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다.

Care for chilren에서도 북한 대표단을 위해서 런던 중심가에 있는 캠브릿지 & 옥스포드 맨버쉽 클럽에서 멋진 만찬을 베풀어 주었다.

이 모든 행사들은 평화 통일을 준비하며, 화해와 희망의 길을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순간들이었다.

북한 장애인 림주성선수와 함께. ⓒ푸른나무

9월 4일 임주성 선수의 경기가 있는 날. 우리가 아쿠아리움 수영경기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KBS와 SBS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합 후 리분희 서기장과 임주성 선소도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다.

입장권 구입이 힘들어 겨우 몇 장의 표를 구한 재영 동포들은 푸른나무가 준비한 한반도기를 흔들며 응원을 해주었다.

7명 중 제일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주성이를 응원하는 우리 모두는 눈물을 흘리며 1등보다 값진 꼴찌에게 장하다를 소리치며, 응원해주었다.

두팔이 다 있는 사람들과 시합을 하는 주성이가, 한쪽 팔과 다리로 60여일 연습해서 끝까지 완주하는 그 투지의 모습은 그 곳에 있는 모든 관중들의 환호와 격려 박수를받았다.

장애인 올림픽을 일반올림픽보다 더 귀하게 여겨주는 영국 시민들의 성숙함이 너무나 존경스러웠다.

이번에 북한이 세계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한 것은 평화적인 상징적 의미가 크다.

세계 언론들이 놀랐고 관심이 매우 컸다. 그것은 아마, 북한에 장애인에 대한 그동안에 부정적인 억측과 함께 몰랐기 때문이라 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에 북한 장애인들이 올림픽에 나오기까지 북한에도 실제적인 장애인들의 권익과 인권이 보장된 나라였음을 증명해 주는 계기가 되었음을 필자는 기쁘게 생각한다.

무사히 런던장애인올림픽 참가를 마치고, 우리 대표단은 감동과 서로의 고마움속에 많은 추억을 안은채 그 곳 사람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런던을 출발하여 북경에 도착했다. 이어 대표단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하고 필자는 서울로 향했다.

앞으로 북한 장애인 체육발전을 위해서 남북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북한의 농아예술단과 맹아연주단 등도 남북 교류에 큰 역활을 할 정도로 이제는 실력이 수준급이다.

앞으로 남과 북의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희망의 꽃을 피워가는 좋은 소식들을 더 많이 만들어 갈 때, 진정한 자유와 민족통일의 꿈을 이룰수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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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순 칼럼리스트
신영순 선교사는 지적 장애인 딸의 엄마로서 33년 동안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왔다. 지난 1991년 번동코이노니아 장애인보호작업장을 설립, 7년간 원장으로 일했다. 특히 1998년부터는 식량난으로 고통 받고 있는 북한의 고아, 장애인들을 위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시로 한국과 북한을 오가고 있다. 칼럼을 통해 북한 장애인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들의 지원을 통해 일하고, 공부하며, 재활의 의지를 갖고 살아가는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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